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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들어 전세가가 수천만원씩 떨어졌지만 전세 수요가 없어 기존 단지의 전셋집이 빠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임대보증금을 돌려받아 준공된 새 아파트로 이사하려는 내집 마련층은 물론 기존 주택구입자 등이 제 때 이사를 하지 못하는 등 부작용이 커지고 있다. 서울의 경우도 올들어 역전세 파장이 커지는 모습이다. 용산을 비롯해 송파·서초·강남구 등 그동안 가격이 급등한 지역을 중심으로 전세가가 크게 떨어지면서 집주인과 세입자간의 실랑이가 빚어지는 단지가 늘고 있다.
예컨대 잠실 엘스 단지는 2017년 1월 평균 전세가가 8억2000만원 수준이었으나 올해 1월 계약된 29건의 경우 7억7000만원수준으로 5000만원이 하락했다. 이 과정에서 집주인과 세입자간의 마찰과 분쟁이 빈번하다. 전세보증보험을 취급하는 서울보증보험과 대한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집주인을 대신해 세입자에게 돌려준 전세보증금이 지난해 1607억원으로 2017년의 4배 수준이었다는 것은 그만큼 역전세난이 현실화되고 있다는 증거다.
문제는 이같은 역전세난이 향후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점이다. 역전세난은 대부분 신규입주아파트가 많은 지역을 중심으로 발생하는데 서울지역의 경우 올해와 내년에 각각 4만가구 이상씩 완공된다. 지난 2008년이래 최대치다. 수도권에서도 동탄 등 전체 신규 입주 물량이 13만8000가구에 달해 과다준공에 따른 역전세난은 갈수록 심화될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역전세난은 집주인보다 경제적 약자인 세입자에게 피해가 크다는 점에 심각성이 있다.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에 가입한 경우는 예외지만 대부분의 경우 이 보험을 들지 않아 이사날짜에 보증금 반환이 불가하다. 확정일자 등 요건을 갖추었다해도 갈등 해소를 위한 소송이 간단하지 않다.
이른바 깡통전셋집이 된 경우 세입자는 고스란히 당할수 밖에 없는 처지다. 한국감정원 자료에 따르면 미신고 임대주택이 수도권 141만가구, 지방 379만가구 등 520만 가구에 달한다. 제도권 밖의 취약계층 세입자 피해는 실로 엄청날 수 있다. 강남 등 고가 전세의 경우 일부 가진 자들의 갭투자 등 투기성 거래에서 발생한 것으로 치부할 수 있다. 그러나 선의의 임대자(다주택자 제외)와 서민 세입자 피해 방지를 위해서는 막혀 있는 대출 물꼬를 터주는 등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투기과열지구라 하더라도 전세 보증금 반환을 위한 대출규제 완화 등 시장흐름을 도와줄 방안이 요구된다. 무려 750조원 이상으로 추정되는 전세 부채가 자칫 금융시장을 흔들어 우리 경제의 뇌관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아울러 전월세시장 하향 안정기를 계기로 전월세 신고제 도입 등 임대시장 투명성 제고방안이 나와야 한다. 사실 그동안 전월세 시장은 수요자보다 공급자 중심이었음을 부인할수 없다. 불안한 임대차시장에서 과감히 상한제·계약갱신제 등의 수요자 중심으로 전환한다는 것은 임대료 상승 등을 야기해 도리어 약자인 임차인을 불리하게 만들 소지가 컸다. 공급 감소도 제도 도입의 부정적 요인중의 하나였다.
하지만 현재의 주택시장은 이같은 부작용을 줄이면서 세원 포착 등으로 임대시장의 건전성과 투명성을 높이고 임차인의 권리를 보호할 수 있는 기회다. 신고제의 전면적 도입보다는 정책 고려대상을 한정해 물량 확대로 매매 및 전월세시장이 장기적으로 안정권에 접어든 지역부터 선별적으로 시범 도입하는 것이 모범 답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