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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5월부터 ‘레이와’ 시대…‘천황제’ 이어가는 문제, 미래는

일본 5월부터 ‘레이와’ 시대…‘천황제’ 이어가는 문제, 미래는

기사승인 2019. 04. 28.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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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세이와 같은 한자를 쓰는 기후현 헤나리(平成)에서 22일 헤이세이 공기를 캔에 넣어 판매하기 시작했다. /사진=아사히텔레비전
‘헤이세이(平成) 공기’라고 써 있는 캔을 만드는 법은 아주 간단하다. 깡통에 5엔(약 50원)짜리 동전을 넣고 뚜껑을 닫으면 그만이다. 5엔을 일본어로 읽으면 ‘고엔’인데, 인연을 뜻하는 고엔(御緣)과 발음이 비슷하다. 새로운 시대에도 인연이 있기를 바란다는 의미가 담겼다. 또한 깡통 안에는 특별한 성분이나 향기를 넣지 않은 그야말로 평범한 공기가 담겨 있다. 이 상품을 기획한 오사카 헤소프로덕션의 이나모토 미노루 사장(43)은 “열심히 살았던 헤이세이 시대의 공기를 남기고 싶은 사람들이 반드시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2016년 생전 퇴위 의향을 밝혔던 아키히토(明仁) 일왕이 오는 30일 물러나고 나루히토(德仁) 왕세자가 5월 1일 즉위한다. 이에 따라 일본은 30년간 계속된 헤이세이(현재 일본의 연호) 시대가 저물고 레이와(令和) 시대로 접어들게 된다.

헤이세이 시대에 대한 일본인들의 아쉬움은 아키히토 일왕 부부가 공식 일정으로 다닐 때마다 잘 나타난다. 사람들은 거리에서 일왕 부부가 탄 차를 향해 손을 흔들며 “수고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라는 말을 외치거나 눈물을 흘린다. 다른 나라 사람들이 봤을 땐 이질적인 문화로 보인다. 21세기 민주주의가 보편화된 현재 제국주의 시대의 상징이었던 천황제를 유지하는 국가는 드물기 때문. 국정에는 관여하지 않는 ‘상징 천황’이긴 하지만 레이와 시대를 앞둔 지금 상징 천황이라는 개념적 모호성에서 오는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1868년 문을 연 메이지 시대에서 일왕은 주권자이자 통치권자로 ‘신(神)’의 대접을 받았다. 신격화된 일왕은 제국주의를 내세운 일본에서 식민지 통치·침략 전쟁의 중심에 섰다. 일왕이 현재와 같은 상징 천황의 자리로 내려온 것은 1945년 태평양 전쟁에서 패한 이후. ‘천황도 인간’이라는 선언이 1946년 1월 국운진흥조서를 통해 발표된 것. 이어 1946년 11월 공포된 현행 헌법에 따라 일왕은 국정에 대한 권한을 전혀 갖지 못하게 됐다(헌법 4조). 천황제에서 이름만 가진 상징 천황의 탄생인 것이다.

그러나 상징 천황에 대한 논란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작가 다카하시 겐이치로(高橋源一郞·68)는 “30년 만에 천황(일왕)이 바뀌는 것이니 제로베이스에서 천황제에 대해 논의했어야 했다. 상징 천황에서 상징이란 것은 도대체 무엇인가”라고 지적했다. 상징으로만 존재하는 개념의 모호성과 천황제의 불필요성에 대해 꼬집은 것이다. 그렇다면 레이와 시대에는 천황제에 대한 논란이 사회적 논의로 이어질까. 사실상 일본에서는 천황제를 언급하는 일조차 터부시 된다. 일본 내에서 천황제에 대한 비판 여론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뜨거운 감자’로 대두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것이다.

천황제와 함께 일본 사회에 남아 있는 또다른 독특한 제도가 연호제. 패전 후 미 군정이 금지했지만 1970년대 부활운동이 시작돼 1979년부터 연호가 사용됐다. 천황제와 마찬가지로 연호제에 대해서도 제도 자체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는 크지 않다. 다만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를 중심으로 한 정부 여당이 지지율 끌어올리기에 이용하려 한다는 우려는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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