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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파워]한진칼 주가 반토막...‘지배구조 변동성’이 최대 약점

[마켓파워]한진칼 주가 반토막...‘지배구조 변동성’이 최대 약점

기사승인 2019. 10. 0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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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의 사망 이후 한진칼의 주가가 반토막이 났다. 행동주의 사모펀드인 KCGI의 지분 매입 소식에 4만원대까지 급등했으나 현재는 절반까지 떨어지면서 연일 출렁이고 있다. 한진그룹의 지주회사격인 한진칼을 두고 안팎으로 지배구조 문제가 풀리지 않고 있어서다.

시장에선 ‘지배구조 불확실성’을 이유로 한진칼의 주가가 “여전히 고평가됐다”며 냉혹한 평가를 내놓고 있다. 조 전 회장의 자녀인 조원태, 조현아, 조현민 3남매에 대한 한진칼 지분 정리의 향방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한진칼의 매출액 중 70%, 영업이익에서도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대한항공과 진에어 등 항공업 전망도 좋지 않아 악재를 더하고 있다. 지난 7월 한일 무역전쟁 이후 여행객 감소로 인해 대한항공과 진에어는 올 3분기 대규모 적자를 앞둔 상황이다. 이 외에 칼호텔네트워크 등 호텔사업 또한 몇년째 적자 수렁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한진칼의 ‘우군’으로 나선 델타항공의 지분 매입과 함께 2대 주주인 KCGI의 경영권 간섭, 조 전 회장의 지분 증여와 3남매의 경영권 분리 가능성 등의 문제가 산적해 당분간 한진칼의 주가 부진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한진칼은 2일 2만8550원에 거래를 마쳤다. 한진칼 주가는 지난 5월말 4만6400원까지 상승했다가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당시 시장에선 KCGI가 한진칼 지분을 15% 이상 늘리고 있다는 소식에 반응했던 터였다.

KCGI는 한진칼의 2대 주주다. 지난해 11월 한진칼 지분 9%를 확보한 이후 계속적으로 한진칼 지분을 사들이면서 지배구조 개선과 호텔사업 정리 등을 요구하고 있다. 현재 KCGI는 조원태 회장 등에 소송을 제기한 상황이다.

KCGI의 이러한 요구 배경엔 한진칼의 영업손실 규모가 계속 커지고 있어서다. 한진칼은 올 상반기 기준 145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작년말 176억원 당기순손실에서 손실폭이 더욱 커졌다. 문제는 한진칼의 적자가 계속될 것이란 점이다. 올 상반기 한진칼에서 항공운송업 매출 비중은 78.1%다. 같은기간 영업이익 비중도 54.9%다. 이 회사의 매출 대부분과 영업이익을 자회사인 대한항공과 진에어가 맡고 있는 셈이다. 한진칼은 대한항공 지분 29.96%를, 진에어 지분 60%를 보유 중이다.

한진칼의 대표 자회사격인 진에어와 대한항공은 연일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최근 한일 무역전쟁과 미중 관계 악화 등으로 항공업 전반적으로 수익성이 악화됐다. 올 2분기 대한항공과 진에어는 각각 1015억원, 266억원 영업손실을 기록한데 이어 오는 3분기에도 손실을 앞두고 있다. 시장 점유율도 날로 줄어들고 있다. 2017년 진에어와 대한항공의 국내선 시장점유율은 각각 12%(373만8000명), 25%(798만9000명)에 달했으나, 지난해에는 11%(347만5000명), 22%(695만7000명) 까지 떨어졌다. 특히 대한항공의 부채비율이 880%를 넘어서며 경영정상화 또한 미지수다. 항공업에 대한 전망이 불투명해지면서 증권가에선 잇따라 대한항공과 진에어, 한진칼까지 목표주가를 낮추고 있다.

KCGI가 정리를 요구한 호텔업 또한 적자가 계속되고 있다. 한진칼은 지난 1분기 호텔사업에서 143억원 영업적자를 냈는데, 2018년과 2017년 각각 565억원, 500억원 적자를 내왔다. 이에 KCGI는 한진칼 측에 호텔업 정리를 요구했으나 한진칼에선 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유안타증권은 “이 회사는 KCGI의 호텔업 정리 요구를 들어줄 의향이 없다고 판단되기에 항공업 업황 악화, 포트폴리오 수익성 저하에 따른 실적 부진이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라며 “최근 주가 변동성은 경영권 분쟁에 따른 영향으로 파생된 결과”라고 지적한 바 있다.

KCGI의 압박에 한진칼의 ‘우군’으로 등장한 델타항공 또한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 6월 한진칼 지분 확보 소식을 알리며 등장한 델타항공은 고 조 회장 시절부터 대한항공과 관계를 이어오며 항송사 동맹 스카이팀 창립을 주도한 바 있다. 이후 델타항공은 3개월만에 한진칼 지분을 10% 이상 끌어올리며 주요 주주로 올라섰다. 업계선 델타항공이 경영권 참여는 아니라고 밝힌 만큼, 향후 KCGI와 한진칼간 분쟁에서 백기사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KCGI와의 다툼 외에도 내부적인 분쟁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조 전 회장의 장남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 등 3남매의 경영권 분쟁이다. 한진칼은 앞서 공정거래위원회에 총수 지정 관련 서류를 예정보다 늦게 냈는데, 이를 두고 시장은 3남매의 경영권 승계 작업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고 봤다. 이후 장남 조씨가 총수로 지정돼 한진칼 회장으로 선임됐고, 이후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가 한진칼 전무로 복귀했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복귀도 머지않았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시장이 이들 3남매의 경영권 분쟁을 예고하는 이유는 한진칼 지분 보유 비율이 크지 않아서다. 지난 1분기 기준 조 회장은 한진칼 지분 2.34%, 조현민 전무가 2.30%, 조현아 전 부사장이 2.31%를 보유 중이다. 향후 조 전 회장의 지분 상속 향방이 주목되는 이유다. 여기에 3남매가 한진그룹과 대한항공, 호텔, 진에어 등으로 계열사를 나눠서 경영을 이어나갈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한진칼을 두고 안팎으로 지배구조를 흔들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시장에선 한진칼 주가 변동성이 클 수 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조만간 조 전 회장에 대한 지분 상속이 시작되면 3남매의 경영권 분리 윤곽이 나올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내달 한진그룹 임원 인사가 경영권 길라잡이의 첫발이 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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