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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재난에도 ‘윤리적 에티켓’ 절실하다

[칼럼] 재난에도 ‘윤리적 에티켓’ 절실하다

기사승인 2019. 10. 21. 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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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창영 한양대 방재안전공학과 특임교수
국가·국민·정치인·언론인, '재난 에티켓' 필요
재난 취재·방송, 재난윤리적 관점서 보도해야
신문사·방송사, 국민 알권리 차원 신속·정확 보도
송창영 한양대 교수
송창영 한양대 방재안전공학과 특임교수
과거에는 모든 재난을 관리하고 대응하는 것이 국가의 역할과 책임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국민 스스로 재난 역량을 갖춰야 한다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요구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재난에 대해 공학적이고 과학적인 접근도 중요하지만 인문·철학·윤리·의식·문화와 같은 소프트웨어적인 분야도 중요하다.

특히 재난윤리적 관점에서 국가와 국민, 정치인, 언론인 등 사회 구성원들은 재난에 임하는 진정성 있는 재난 에티켓을 갖춰 각자 소임을 다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몇 가지 제언을 한다.

첫째, 헌법 제34조 제6항에 따르면 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지난 5월 헝가리 유람선 침몰사고 당시 외교부 장관은 사고수습본부를 꾸리고 현장 지휘와 생존자 수색을 지원하며 재난 현장의 선봉에서 적극 대응했다.

또 지난 4월 강원도 고성 산불 때는 중앙정부의 신속한 대응으로 2005년 양양 산불보다 하루 진화 시간을 단축하는 성과를 보였다. 이러한 정부의 대응은 국민에게 안전에 대한 강한 신뢰를 주는 국가의 엄중한 책무 중 가장 기본적인 에티켓이다.

◇국가·국민·정치인·언론인, ‘재난 에티켓’ 절실

둘째, 국민 스스로 재난 역량을 고도화해야 한다. 재난 발생 때 현실적으로 국가가 모든 것을 책임질 수는 없다. 일본에서 1995년 발생했던 한신·아와지 대지진에서 묻힌 사람 중 90% 이상의 생존자들은 스스로 탈출하거나 가족·친구·이웃이 구했다. 구조대가 구출한 사람은 1.7%에 불과했다.

이러한 점을 우리 국민들도 본받아 중앙행정기관과 지방자치단체 등 관계기관에 목숨을 맡겨놓는 의존적인 태도를 버려야 한다. 나와 주변 사람을 지키기 위해 진정성을 갖고 적극 재난에 임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 재난대응체계를 보면 재난 발생 때 현장에 가장 가까이 있는 국민의 역할은 극히 제한적이다.

미국의 시민 거버넌스인 위기대응단(CERT·Community Emergency Response Team)은 지역 기반 재난대응팀으로서 재난 발생 때 위험에 처한 사람들을 도와주기 위해 평소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재난대응 교육과 훈련을 하고 있다. 일본의 초나이카이(町內會)도 독립적인 재원을 기반으로 주민 스스로 운영하는 자치조직이며 자주방재 활동과 지역 커뮤니티 양성을 하면서 정부의 재난대응 파트너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학교나 회사에서 의무적으로 참여하는 형식적인 재난대응 교육 훈련이 대부분이다. 휴머니즘을 근본으로 국민 스스로 진정성을 갖고 교육과 훈련에 임해 재난역량을 높여야 한다.

◇재난 취재·방송, 재난윤리적 관점서 보도

셋째, 정치인은 국민의 대표자로서 재난윤리적 성찰을 통한 에티켓이 있어야 한다. 2017년 경북 포항 지진 당시 30분에 한 번씩 정치인들이 재난현장을 방문했지만 정작 실질적인 복구지원은 하지 않고 사진만 찍고 사라지는 모습을 보였다.

정치인이라면 재난 피해자 가족들과 관계 공무원들을 배려해 2차 피해를 예방하고 복구를 최우선으로 지원해야 한다. 또 제도와 조직, 예산, 사회 구조적인 문제들을 도출해 향후 유사한 재난을 막고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언론인들은 재난 취재와 방송 때 재난윤리적 관점에서 임해야 한다. 2014년 이후 국내 언론은 재난보도준칙을 제정해 재난 상황에서 반윤리적인 언론 보도를 막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그 규정이 모호해 실효성은 매우 낮다.

재난 상황을 있는 그대로 보도하는 것이 언론의 역할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에서는 시청률을 목적으로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지나치게 침해하는 가십거리 같은 자극적인 소재만을 다루고 있다. 국가에서 재난이 발생하면 모든 신문과 방송사는 힘을 모아 사고 현장을 신속·정확하게 보도해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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