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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파기환송심 시작…5G·시스템 반도체 과제 앞둔 삼성 ‘시름’

이재용 파기환송심 시작…5G·시스템 반도체 과제 앞둔 삼성 ‘시름’

기사승인 2019. 10. 21.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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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물 혐의액 86억원으로 늘어 최소 징역 5년
파기환송심 재판부 '작량감경' 없이는 실형
신동빈 롯데회장 작량감경 대법에서도 인정
5G·파운드리 시장, 삼성 미래 좌우할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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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파기환송심이 이번 주 시작됨에 따라 삼성그룹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법원이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취지를 따르게 되면 이 부회장의 실형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 경우 5G(5세대 이동통신) 시장 개척과 시스템 반도체 부문 확대라는 중차대한 과제를 앞둔 삼성이 발 빠르게 대응하지 못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21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1부(정준영 부장판사)는 뇌물공여 등 혐의로 기소된 이 부회장의 파기환송심 첫 공판을 25일에 진행할 예정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 8월 29일 이 부회장에 대한 2심 판단 중 마필(말, 34억원)의 뇌물 여부와 영재센터 지원금(16억원)의 제3자 뇌물 여부를 다시 심리하라고 결정했다. 2심에서 무죄로 판단했던 50억원가량의 뇌물 혐의가 판단 대상이 되면서 이 부회장이 건낸 뇌물액은 86억원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 사건에서 뇌물로 사용된 돈은 삼성의 회삿돈이라 횡령 혐의로 이어진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의 경우 50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 징역을 선고한다. 이 부회장은 1심에서 50억원 이상의 뇌물이 인정돼 징역 5년을 받고 구속됐지만, 2심에서 뇌물 액수가 50억원 이하로 인정되면서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고 풀려났다. 형법상 집행유예는 3년 이하 징역 선고시에만 가능하다. 그러나 이번 파기환송심에서 대법의 판단을 그대로 따를 경우 이 부회장은 실형을 면하기 어렵다.

◇ 이 부회장에게 ‘희망’ 제시한 신동빈 회장 재판
재수감 위기에 처한 이 부회장에게 유일한 희망은 법관의 재량으로 정상을 참작해 형을 줄여 주는 ‘작량감경’ 뿐이다. 앞서 형을 확정받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사례가 본보기다.

신 회장은 지난 17일 대법에서 70억의 뇌물공여 혐의를 인정받고도 집행유예를 확정받았다. 신 회장 재판을 맡은 2심 재판부는 70억원을 K스포츠재단에 지원한 것으로 보면서도 대통령의 요구에 수동적으로 응했다는 점을 참작해 신 회장에게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은 2심과 달리 신 회장을 권력의 피해자가 아닌 적극적인 뇌물공여자로 판단했다. 대법은 그럼에도 형은 그대로 확정지었다. 법률적인 면만을 고려하는 대법이 신 회장을 피해자로 보고 유리하게 양형에 반영한 하급심의 양형 판단까지 취소할 필요성이 없다고 본 것이다. 우리나라 법원은 일반적으로 양형을 사실심의 권한으로 본다.

파기환송심이 시작되면 이 부회장 측은 가장 형량이 큰 재산국외도피죄가 대법에서 무죄로 확정됐고 횡령금을 모두 변제한 것 등을 감경 사유로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변호인단의 이인재 변호사가 대법 선고 후 “마필 자체를 뇌물로 인정한 것은 이미 원심도 마필 무상사용을 뇌물로 인정한 바 있어 사안의 본질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주장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5G·시스템 반도체 과제…미래냐 퇴보냐 갈림길
삼성이 처한 어려운 현실이 재판에 반영될지 여부도 관심을 끄는 부분이다. 삼성은 현재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사업구조 개편과 새 먹거리 발굴 없인 과거의 영광이 계속되기 힘든 상태다.

그룹의 중추인 삼성전자만 해도 지난해 59조원 가까운 영업이익을 냈지만 올해는 반토막이 예상된다. 주력 상품인 메모리 반도체 값이 공급과잉으로 크게 하락한 탓이다. 메모리 반도체보다 업황을 덜 타고 기술적 우위를 지킬 수 있는 시스템 반도체(비메모리 반도체) 부문에 삼성이 집중하는 것도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전세계 시스템 반도체 시장에서 국내 업체들의 점유율은 지난해 기준 3.1%에 불과하다. 삼성이 최근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해 대만 TSMC와 극자외선(EUV) 미세공정 개발 경쟁을 하는 것도 파운드리를 시스템 반도체 부문을 확대하는 ‘열쇠’로 보기 때문이다.

5G 시장 개척도 중요하다. 각국이 내년을 기점으로 5G 시장을 상용화하면서 통신장비부터 스마트폰용 반도체까지 새로운 경쟁이 시작되고 있다. 이에 발 빠른 대응을 하지 못할 경우 삼성의 위상은 크게 흔들릴 수 있다. 이 부회장이 최근 사우디 빈살만 왕세자와 인도 무케시 암바니 릴라이언스그룹 회장을 잇따라 찾아 협력 방안을 논의한 것도 이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시장이 전환점을 맞는 가운데 총수의 부재는 빠른 결단이란 삼성의 장점을 희석시킬 수 있다”며 “과거 일본 도시바가 전문경영인 중심의 느린 의사결정으로 시장에서 뒤쳐진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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