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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금강산 자락에 올라 설악산을 굽어보다

[여행] 금강산 자락에 올라 설악산을 굽어보다

기사승인 2019. 10. 22.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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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고성 신선대 단풍산행
여행/ 신선대
신선대 ‘낙타바위’ 부근에서 바라본 설악산 ‘울산바위’. 고산준봉이 만들어내는 장쾌한 풍광에 눈이 번쩍 뜨인다. 울산바위 아래 능선마다 단풍이 내려앉고 있다.


금강산과 설악산의 단풍을 한 번에 즐길 수 있다면. 생뚱맞게 들릴 지 모르지만 전혀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북녘의 금강산이 남쪽으로 지맥을 뻗어 마지막으로 올려 세운 봉우리가 강원도 고성의 신선봉(1202m)이다. 금강산이 남한 땅에도 걸쳐 솟은 셈이다. 신선봉은 설악산의 북쪽 끝자락에 위치해 ‘북설악’에 속하기도 한다. 이렇게 금강산과 설악산의 경계에 위치한 덕에 설악산의 마지막 준봉이자 금강산의 첫 봉우리가 되는 곳이 신선봉이다. 이곳에 단풍무리가 도달하면 금강산과 설악산의 가을 서정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여행/ 신선대
신선대에서 바라본 미시령 단풍이 화려하다. 산허리를 따라 미시령 옛 도로가 구절양장처럼 이어진다. 아래로 미시령터널이 보인다.


그런데 신선봉 정상까지 오르기는 녹록지 않다. 강원도 고성군 관계자는 “신선봉까지 등산로가 제대로 조성되지 않은 데다 매년 산불조심기간에 입산이 금지되기 때문에 언제든 갈 수 있는 곳이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나 신선봉 허리쯤인 신선대(645m)까지는 등산로가 잘 정비돼 있어 많은 이들이 찾는다.

신선대는 신선이 노닐었다고 전하는 큰 바위다. 성인대로도 불린다. 인제에서 고성 방향으로 미시령터널을 통과할 때 왼쪽으로 보이는 암봉이 신선대 부근이다. 오른쪽으로는 그 유명한 설악산 ‘울산바위’가 우뚝하다. 이 때문에 신선대는 울산바위를 가장 가까이서 볼 수 있는 ‘최고의 전망대’로 통한다. 어쨌든 설악산과 인접하니 진정한 ‘금강과 설악의 경계’다. 신선대에 올라 울산바위를 조망하면 금강산과 설악산의 가을을 동시에 즐기는 셈이다.
 

여행/ 신선대
신선대로 향하는 등산로에 단풍이 짙게 물들었다.
여행/ 신선대
신선대로 향하는 등산로에 단풍이 짙게 물들었다.


신선봉 절반 높이지만 신선대에서 바라보는 풍광은 장쾌하기 그지 없다. 특히 신선대에서 ‘낙타바위’까지 이어진 등산로의 풍광이 압권이다. 이 길로 접어들자마다 느닷없이 나타나는 울산바위의 웅장함에 눈이 번쩍 뜨인다. 몸을 돌리면 푸른 동해가 아스라이 펼쳐진다. 미시령을 포함해 설악의 능선들이 만드는 기하학적 실루엣을 감상하는 것도 가슴 벅찬 일. 구절양장이 이어지듯 미시령 옛 도로가 새삼 새롭고 고성, 속초 등 바람 타고 전해지는 아득한 해안 도시의 평온함도 기분을 상쾌하게 만든다.

신선대까지는 호젓한 숲길을 산책하듯 오를 수 있다. 금강산화암사에서 신선대로 향하는 등산로는 ‘금강산화암사 숲길’로 조성됐다. 코스는 두 개다. 첫 번째는 코스는 금강산화암사 들머리 휴게소에서 ‘수바위’ ‘시루떡바위’를 지나 신선대에 이르는 약 1.2km 구간이다. 두 번째는 사찰 경내로 드는 다리 옆으로 화암계곡을 지나 신선대에 닿는 약 2km 구간이다. 신선대에서 울산바위를 제대로 볼 수 있는 낙타바위까지는 5~10분 거리다. 두 코스는 신선대에서 만난다. 사람들은 대부분 올라갈 때와 내려올 때의 코스를 달리한다. 이렇게 금강산화암사 휴게소-수바위-시루떡바위-신선대-화암계곡-금강산 화암사-휴게소로 회귀하는데 총 2~3시간이 걸린다. 충남 당진에서 왔다는 한 여성 등산객은 “산 좋아하는 사람들은 신선대 코스가 설악산 등산 코스 중 가장 쉽다고 말한다”고 소개했다.
 

여행/ 수바위
금강산 화암사 마당에서 본 수바위.
여행/ 금강산 화암사
신라시대 때 창건한 것으로 전하는 ‘금강산 화암사’ 대웅전. 금강산 마지막 줄기에 위치해 사찰 이름 앞에 ‘금강산’을 붙인다.


여정의 재미를 더할 볼거리를 짚어보면, 출발점이 되는 금강산화암사는 이름 앞에 꼭 ‘금강산’을 붙인다. 금강산 마지막 산줄기에 있음을 알리기 위함이다. 신라시대 창건한 것으로 전하는데 한국전쟁과 화재 등으로 대부분의 전각이 소실된 후 다시 지어져 고상함은 덜하다. 그러나 앞마당에서 바라보는 수바위가 멋지다. 마당 옆 찻집에서 문설주를 액자 삼아 바라보는 수바위의 자태는 압권이다. 수바위는 스님들의 수련도장이었다. 민가와 떨어져 있어 시주를 받기 힘든 금강산화암사 스님에게 쌀을 내줬다는 전설이 있다. 볏가리 모양 같아 처음에는 화암(禾岩)이라고 불렸단다. 사찰 이름도 여기서 비롯됐다. 대웅전 옆으로 난 길을 따라가면 미륵대불이 나온다. 이곳에서도 수바위와 동해를 조망할 수 있다.
 

여행/ 금강산 화암사
금강산 화암사 경내로 드는 길에 단풍이 화려하다.


신선대에서 낙타바위 가는 길에는 너럭바위에 자연스럽게 형성된 물웅덩이가 눈길을 끈다. 거센 바람 때문에 한쪽으로 치우쳐 자란 소나무도 흥미롭다. 울산바위와 관련한 이야기 중에는 ‘신선대에서 부는 바람 소리가 울음소리처럼 들린다’고 해서 울산바위로 이름 붙었다는 설이 있다. 신선대로 가는 등산로에 단풍이 내려앉고 있다. 울산바위에도 미시령에도 단풍이 물들고 있다. 금강산화암사 관계자는 “이번 주말이면 단풍이 절정에 달할 것”이라고 했다. 신선대에 오르면서 금강산의 가을 서정을, 신선대에 올라 울산바위 일대를 조망하면서 설악산의 가을 서정을 조금은 맛볼 수 있다. 늦으면 또 1년을 기다려야 할 풍경이다.
 

여행/ 켄싱턴리조트 설악밸리 웰컴센터
켄싱턴리조트 설악밸리 웰컴센터.
여행/ 켄싱턴리조트 설악밸리 '루체른' 객실
켄싱턴리조트 설악밸리 ‘루체른’ 객실


마지막으로 메모할 것 하나. 고성군 토성면에 켄싱턴리조트 설악밸리가 11월 1일 오픈(정식 개장은 2020년 3월)한다. 리조트에서 금강산화암사까지 숲길(포레스트 산책로)로 연결된다. 편도 약 1.8km로 1시간이면 완주 가능하다. 신선대 여정의 베이스캠프나 고성 여행의 근거지로 삼기에 괜찮다. 리조트 곳곳에서 울산바위가 보인다. 켄싱턴리조트 설악밸리는 켄싱턴호텔앤리조트가 ‘힐링 포레스트 인 리틀 스위스’ 콘셉트로 조성한 고급 리조트다. 국내 13개 지점 중 가장 상위 등급이다. 단독형 88실을 비롯해 객실 총 144실을 갖췄다. 객실마다 바비큐를 위한 야외 테라스가 있다. 조식을 직접 객실로 가져다 주는 서비스도 강원도 리조트 중 최초로 선보인다.

금강산화암사까지 이어진 숲길 외에도 리조트 안에는 ‘힐링’ 할 것들이 많다. 호젓한 산책이 가능한 신선호, 소담한 폭포가 인상적인 천진천 산책로, 이국적 풍경의 메타세쿼이아 길, 추억을 게워내게 만드는 사슴농장 등이 갖춰져 있다. 방문객이 직접 채소를 키우는 패밀리 팜(2020년 3월), 하이디 마을(2023년), 스위스 스타일의 정원과 캐슬 호텔&리조트(2025년)도 차례로 조성될 예정이다.

강원도 최북단인 고성은 심리적인 거리감이 크다. 그러나 2017년에 인제양양터널이 뚫린 덕분에 서울양양고속도로를 이용하면 서울에서 2시간이면 고성에 닿을 수 있다. 인제양양터널은 길이가 약 11km로 국내 최장, 세계에서 11번째로 긴 터널이다. 일단 한번 자동차를 몰고 가보면 “점심 먹으러 고성에 간다”는 이야기를 실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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