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투데이 로고
‘개헌 방점’ 아베와 충돌한 새 일왕 메시지에 담긴 의미

‘개헌 방점’ 아베와 충돌한 새 일왕 메시지에 담긴 의미

기사승인 2019. 10. 22. 17:03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톡 링크
  • 주소복사
  • 기사듣기실행 기사듣기중지
  • 글자사이즈
  • 기사프린트
2019102201001622300071561
나루히토 일왕이 22일 도쿄 왕궁에서 열린 즉위식에서 즉위를 선언하고 있다. 사진=EPA연합뉴스
시대에 맞지 않는 헌법을 고치겠다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22일 즉위식에서 세계 평화와 헌법 수호를 천명한 나루히토(德仁) 일왕의 메시지가 충돌했다는 평가다.

나루히토 일왕은 이날 오후 도쿄 지요다구 왕궁에서 거행된 즉위식에서 자신이 일본 헌법과 ‘황실전범’(皇室典範) 특례법 등에 따라 왕위를 계승했다는 점을 명확히 하면서 추후 “헌법에 따른 행동”을 제일 먼저 강조했다. 그는 “국민 행복과 세계 평화를 기원한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이는 앞서 나루히토 일왕이 지난 5월 즉위 행사에서 언급한 “국민 행복과 세계 평과 그리고 헌법에 따른 책무를 다하겠다”는 소감의 연장선상이라는 해석이다.

법치국가에서 헌법을 준수하겠다는 건 당연한 일이지만 일본의 정치 상황을 놓고 보면 그렇게 간단하지만은 않다. 전후 최장기 집권 중인 아베 총리는 “현행 헌법도 제정한 지 70여년이 지났으니 시대에 어울리지 않은 부분은 개정해야 하지 않겠냐”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헌법 수호보다는 개헌에 방점을 찍고 있다.

아베 총리는 전쟁과 군대 보유를 금지한 헌법 9조를 개정해 전쟁할 수 있는 보통 국가로의 전환을 노골화하고 있다. 그는 나루히토 일왕 즉위를 계기로 연호가 헤이세이(平成)에서 레이와(令和)로 변경되자 시대에 맞지 않는 평화헌법도 바꾸자는 이른바 ‘개헌 당위성’을 피력하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 태어난 전후 첫 일왕이 된 나루히토는 그동안 여러 번 과거사에 대한 반성을 거론했고 한국에 대해서도 좋은 관계를 희망한다고 했다. 일왕은 헌법상 정치적 권한을 지니지 않아 개헌에 찬반 의사를 표명하기 어렵지만 일본 내 상징적 최고 권위를 지닌 인물이라는 점에서 그의 평소 소신은 일본 국민들에게 큰 의미로 다가간다.

새 일왕의 이번 선언이 악화한 주변국들과의 관계 설정에 전환점을 마련할 긍정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 한국에게도 바람직한 일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이낙연 총리는 24일 아베 총리 면담 자리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할 예정이다.

한편 일본 공영방송 NHK는 이번 일왕 즉위식 행사비에 정부 예산 160억여원(1728억원)이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이는 앞서 1990년 개최됐던 아키히토(明仁) 일왕 즉위식보다 30% 늘어난 비용이다.

즉위식으로 인해 도쿄의 도로와 항공은 부분 통제됐다. 왕실 행사에 대비해 도쿄 전역에는 검문소가 설치됐으며 경찰 2만6000명이 보안 확보를 위해 배치됐다. 일본 항공사인 일본항공(JAL)과 전일본공수(ANA)는 항공 과밀을 막고자 이날 나리타·하네다 공항에서 운항할 예정이었던 항공편 36편을 모두 취소했다.
후원하기 기사제보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