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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열린 공유주방…‘숨통’ 텄지만 여전히 갈 길 멀다

길 열린 공유주방…‘숨통’ 텄지만 여전히 갈 길 멀다

기사승인 2019. 11. 20.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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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정부가 한시적으로 공유주방을 허용한 가운데 식재료 저장공간 공유 등 여전히 풀어야 할 과제가 남아있다. 또 정부의 공유주방 실증사업을 진행 중인 스타트업도 지역 제한 등의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공유주방은 주방을 함께 사용하 것으로 음식을 만들 공간이 필요한 사람에게 주방을 빌려주는 서비스다. 고정 이용료를 내면 원하는 시간만큼 주방·조리대·식기·냉장고 등을 사용할 수 있다. 따라서 F&B(Food and Beverage, 식음료) 창업 시 소요되는 높은 투자비에 대한 부담과 폐업률, 자본손실 등 리스크가 적어 초기 창업에 유리하다는 평가다. 실제로 위쿡 이용 고객은 “스타트업 방식으로 빠르게 리스크를 줄이면서 음식 창업을 할 수 있어 초기 비용을 줄일 수 있다. 기존 창업 비용 대비 1/25 수준으로 초기 비용 절감이 가능하다”고 했다.

그러나 현행 식품위생법상 한 장소에 사업자 한 명만 인정하고 있어 동일 장소에 영업자 둘 이상 신고가 불가능했다. 따라서 지난 7월 11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심플프로젝트컴퍼니(위쿡)’가 신청한 공유주방 서비스에 대해 제4차 ICT 규제샌드박스 심의위원회를 열고, 이를 실증특례로 2년간 허가했다.

이로써 위쿡에서 제공하는 동일주방을 다수 사업자가 공유하는 게 가능해졌고, B2B(Business-to-Business) 판매도 허용됐다. B2B 판매는 공유주방을 통해 만든 음식이나 제품을 일반 소비자가 아닌 유통업체, 음식점 등 사업자에게 판매하는 것을 말한다. 현행법상으로는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하는 B2C는 가능하지만, 편의점 납품 등의 B2B 거래는 불가능하다.

현재 위쿡은 전국 8개 지점을 운영 중으로 연말까지 12개로 확대할 예정이다. 월간 약 70팀, 모든 지점에서 총 200여팀이 사용 중이다. 위쿡 관계자는 규제샌드박스 이후 “영업신고를 원하는 사업자들이 찾는 비율 증가. 주로 온라인 판매, 유통을 하고자 하는 사업자들이 늘었다. 올해 12개 지점 확장을 통해 인프라를 충분히 넓히고, 사업 검증에 힘써나갈 계획”이라고 의의를 전했다.

하지만 B2B 유통 판매를 서울에서만 가능토록 지역 제한을 걸어 규제샌드박스 실증 사업 검증에 필요한 데이터가 쌓이지 않고 있다. B2B 거래의 경우 F&B 사업자가 비즈니스를 확장시키기 위해 불가피한 요소라는 게 업계 주장이다. B2C 거래의 경우 변동폭이 크지만, B2B 거래는 온·오프라인 유통 채널(온·오프라인 마켓, 편의점 등)이 제품을 직접 구매해서 소비자에게 재판매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F&B 사업자가 안정적인 거래처를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위쿡 관계자는 “현재는 B2B 유통이 서울에서만 가능하다. 따라서 사업자들은 채널 확대에 제한을 겪고, 시범 사업 검증을 위한 충분한 데이터가 수집되기 어렵다”며 “시범사업자로서 규제혁신 기간 동안 공유주방이 식품의 안전성, 위생을 지키면서 유통까지 문제 없이 진행할 수 있는지, 그를 근거로 법 제도를 개선할 사례가 되는지 증명해야 하지만, 충분한 데이터가 모이지 않는다. 수도권이나 전국으로 유통권역을 점차 넓혀 나가는 추가적 방안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또 공유주방 업체 ‘고스트키친’은 냉장고 등 식재료 보관을 지적했다. 새로운 가이드라인 혹은 규제 개선을 통해 개별 공간이 아닌 공유 공간에 독립된 식재료 보관 공간(냉장고)을 비치하게 하자는 것이다.

현행 식품위생법상 모든 식재료는 영업허가를 받을 때 규정한 영업장 내에서 보관되고 처리돼야 한다. 배달형 공유주방의 경우 각 업체 대표들이 임대해 사용하는 독립적 공간에 한정해 영업허가를 얻기 때문에 해당 공간이 아닌 공용 공간에 식재료를 보관하는 건 위법이다. 그러나 영업이 잘되면 자연스레 저장공간이 늘어야 하는 데다 모든 개별 공간에 냉장고를 넉넉하게 만들 수 없으니 유연성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개별 공간에는 기본 식재료 보관 공간(냉장고)을 최소한으로 하고, 영업이 잘 되는 곳에만 공용 공간에 증설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고스트키친 관계자는 “위생 관리에 문제가 없어야 하기 때문에 공용 공간을 사용한다 하더라도 각자 다른 냉장고를 구분해서 사용하는 등 방법은 마련돼야 한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타다 등 공유 모빌리티 산업과 달리 기존 산업과의 충돌이 없어 공유주방 산업이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부동산의 경우 기존에 평가절하 되었던 지하층, 지상층 상가도 공유주방으로 활용할 수 있어 부가적인 가치를 창출한다고 보고 있다”며 “공급, 수요 어느 쪽에도 아직까지는 이해관계 대립이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공유주방 산업이 더욱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단순 ‘임대사업’의 형태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지적이다. 문정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공유오피스 위워크도 상장에 실패했다”면서 “결국 공유경제의 핵심은 지속적인 가치 창출이다. 공유주방도 ‘임대사업’에서 멈추지 말고, 업체와 입주사가 공동체가 돼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 입주사는 제품 가치를 끌어 올리고, 유통하고, 노하우를 공유해 공유주방을 지식 나눔 공간으로 변모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공유주방은 식품·제조업에 있어 새로운 르네상스다. 경력단절여성, 노년층, 실버층, 학생들도 좋은 아이디어만 있으면 좋은 것을 만들 수 있다”면서 “B2B 판매가 중요했는데, 이를 점진적으로 풀어준 건 정부가 굉장히 잘한 일이다. 한정된 지역 내에서 어떤 부작용 있는지 확인하면서 문제가 생기면 멈추는 등 적절히 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공유주방의 경우 규제 부처가 식품의약품안전처다. 당시 식약처에서 B2B 판매의 경우 불법 상황을 풀고 시범 사업을 하는 거라 단계적으로 진행하자는 입장에 업체 측과 타협했다”며 “6개월 정도 후에 다시 점검하는 시간을 마련하고 있다. 6개월 뒤에 성과가 좋고, 식약처의 우려도 없어진다면 지역 확대 등도 가능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지난 9월 25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공유주방 산업 발전을 위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올 6월 기준 국내 공유주방 시장 규모는 1조원 규모로 급성장했다. 지난해를 기점으로 업체들이 대거 뛰어들며 올 상반기 기준 약 20개 업체, 40여개 내외의 점포가 운영 중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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