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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칼럼] 탈출구 없는 부채대국의 민낯

[여의도 칼럼] 탈출구 없는 부채대국의 민낯

기사승인 2019. 11. 2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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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채 폭증으로 위기 임박설 대두
부채라는 것이 아주 나쁜 것만은 아니다. 아니 경제학 논리로 따질 경우 빚도 자산이니 적당하다면 나름 바람직스럽다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역시 과유불급(過猶不及·너무 지나치면 미치지 않는 것만 못함)이라는 말이 있듯 능력을 벗어나는 빚을 지는 것은 정말 곤란하다고 해야 한다. 개인의 경우 아차 잘못하다가는 패가망신을 하게 된다. 그게 국가라면 온 나라가 절단 나는 부도에 내몰리는 운명에 직면해야 한다.

중국은 주지하다시피 모든 면에서 대국이다. 국가·기업·개인이 지고 있는 이른바 트리플 부채 규모 역시 간단치가 않다. 국제금융협회(IIF)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를 기준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306%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액수로는 40조달러가 넘는다. 전 세계 부채 총액의 16%에 이른다. 아무리 미국을 바짝 추월하는 경제 대국이라고 해도 너무 많다는 생각이 들 수 있다. 자연스럽게 과유불급이라는 말이 뇌리에 떠오르는 것은 하나 이상할 것이 없다.

문제는 이 정도에서 그치지 않는다는 사실에 있다. 우선 그동안의 가파른 상승세를 감안할 경우 향후 더욱 폭발적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일각에서는 경제 주체들이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할 경우 GDP 대비 400%를 넘어 500%를 달려가는 것은 일도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기도 하다. 게다가 중앙의 손길이 확실하게 미치지 못하는 탓에 재정 운용이 너무나도 방만해진 지방 정부의 숨겨진 부채들까지 더할 경우 상황은 더욱 심각해진다.

IIF 기준으로 중국 지방 정부의 부채는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고 할지 모른다. 고작 20조위안(元·3400조원), 달러로는 3조달러 남짓에 불과하다. 하지만 숨겨진 부채가 진짜 있을 경우 얘기는 확 달라진다. 그것도 규모가 공식 부채와 맞먹는다면 말이다. 크고 작은 지방 정부 약 800여개가 현재 디폴트(채무 불이행으로 사실상 파산을 의미함) 상태에 직면해 있다는 최근의 외신 보도는 결코 괜한 게 아니라고 해야 한다.
부채
중국의 경제 주체들이 지고 있는 부채의 상황이 심각하다는 사실을 말해주는 만평./제공=징지르바오(經濟日報).
그렇다고 기업들이 빚 무서운 줄 알고 있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지방 정부들보다 더 무차별적으로 마구 빚을 끌어다 쓰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부동산 기업들을 대표적으로 꼽아야 한다. 상장 기업 170개의 부채 총액이 올해 연말 기준으로 20조위안을 돌파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게다가 대부분의 이들 기업도 숨겨진 부채를 보유하고 있다는 소문이 사실이라면 상황은 더욱 끔찍해질 수 있다. 올해 들어 파산한 부동산 기업이 500여개에 이르는 것은 다 이유가 있다고 해야 할 것 같다.

현 상황에 대해 우려하는 이들은 당연히 있다. 대표적인 인물로 샹쑹쭤(向松祚) 런민(人民)대학 교수와 주윈라이(朱雲來) 전 중국국제금융공사 회장을 꼽을 수 있다. 특히 주 전 회장은 현재 부채가 GDP 대비 600%에 이른다면서 경제 주체들이 기둥뿌리를 썩게 만드는 빚잔치를 지금이라도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렇지 않으면 금융 시스템이 완전히 망가져 전대미문의 재앙에 직면한다는 쓴 소리까지 내뱉고 있다. 중국 은행의 13%가 파산 위기에 직면했다는 런민은행의 최근 발표는 이로 보면 완전 정곡을 찌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중국은 금세기 들어 상상을 초월하는 경제 발전을 이룩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친 2008년 이후 전 세계가 한결 같이 고전할 때에도 그랬다. 호주 출신 언론인인 디니 맥마흔이 자신의 저서 ‘빚의 만리장성’에서 주장한 것처럼 이 모두가 엄청난 부채를 통해 경제를 대대적으로 부양한 탓이었다. 그러나 그의 주장에 따르면 앞으로는 한계에 봉착할 가능성이 높다. 탈출구가 없는 ‘부채의 저주’로 엄청난 고생을 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도 보인다. 전체 수출의 30% 전후를 중국에 의존하는 한국 입장에서는 눈을 부라리고 지켜봐야 할 대목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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