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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호 서울교통공사 사장 “‘위험의 외주화’ 없애 지하철 사고율 줄인 것이 가장 큰 보람”

김태호 서울교통공사 사장 “‘위험의 외주화’ 없애 지하철 사고율 줄인 것이 가장 큰 보람”

기사승인 2019. 12. 0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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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호 서울교통공사 사장은 6일 진행된 아시아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지하철 사고율을 획기적으로 낮춘 것을 가장 큰 성과로, 다양한 요금제 도입을 하지 못한 것을 아쉬운 점으로 꼽았다./서울교통공사 제공
김태호 서울교통공사 사장은 지난 2017년 서울메트로와 도시철도공사가 통합된 통합 공사 초대 사장으로 2년의 시간을 보냈다.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로 인해 지하철 이용에 대한 시민들의 불안감이 극에 달했던 위기의 시절 사장직을 맡았던 김 사장은 스스로의 지난 2년을 어떻게 돌아보고 있을까.

지난 2일 서울시에 사임의사를 밝히고 곧 ‘자연인’으로 돌아갈 김 사장을 6일 만났다. 그는 이날 진행된 아시아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위험의 외주화’라고 비판받았던 안전관리 업무의 상당부분을 직영화하면서 사고율을 대폭 낮춘 것이 가장 큰 성과”라며 “통합공사의 첫 사장으로서 표준화된 업무 프로세스 구축 기반을 닦은 것이 지하철의 안전에 직접적이고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음은 김 사장과의 일문일답.

-갑작스런 사임 소식에 반응이 다양하다. 사임을 결심한 이유는 무엇인가.
“지난 2일 사직의사를 밝히며 이미 설명했지만 취임 후 2년을 지나면서 여러 생각이 들었다. 통합 공사가 출범하면서 함께한 초대 임원들의 교체시기도 다가오고 있다. 문제는 통합공사가 출범하면서 임원들이 모두 동시에 임명됐는데, 그래서 임기만료일도 다 똑같다. 임원들이 모두 일거에 교체되면 조직안정성 측면에서 바람직한 것이 아니다. 그래서 시차를 두고 차례차례 교체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국정감사까지 마쳤으니 지금이 임원진 교체의 첫 테이프를 끊을 적기라고 느꼈다. 내가 먼저 사임하면서 후임 사장에게도 연착륙할 시간을 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교통공사도 어느 정도 안정기에 들어가고 있다고 생각하고, 안정을 정착시키는 것은 후임 사장이 할 몫이라고 본다.

박원순 시장은 사실 사임을 만류하는 입장이다. 감사원의 해임 권고를 수용하는 것처럼 비춰질 수도 있고, 그동안 지하철공사 사장이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한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임기를 다 채우고 나가라는 완곡한 권유도 있었다. 하지만 임원진이 일시 교체되는 것보다는 순차적으로 교체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는 것이 내 확신이다.”

-채용비리의혹관련 감사원 감사결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감사원 감사결과에 대해서는 이미 서울시에서 충분히 반박하고 교통공사 사장 해임권고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대응했다. 4개 법무법인에 감사원 감사결과에 대한 자문을 구한 결과 모두 일관되게 감사원의 해임권고가 법적 근거가 없는 무리한 요구라는 해석을 내놨다. 서울시에서는 일단 감사원에 일부 사항에 대한 재심의 신청을 해놓은 상태이긴 하다.

그리고 나에 대한 해임권고는 재심의 대상도 아니다. 이미 사임의사를 밝히긴 했지만 서울시가 한 감사원 재심 청구 결과에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는 셈이다. 사표가 수리되면 감사원 감사결과로 인한 불필요한 논란은 나오지 않을 것이다.”

-양 공사 통합성과는 무엇이며, 재임기간 제일 성공적으로 추진했다고 생각하는 일은 무엇인가.
“일단 통합 전에 비해서 고장·사고율이 획기적으로 줄었고 안전도가 크게 향상됐다.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 이후로 지하철에 대한 시민들의 안전 우려가 상당히 높았다. 그래서 안전에 각별히 신경썼다. 통합 전과 후를 비교해보자면 승강장 스크린도어, 신호, 통신 등 6대 중요분야에 대한 장애발생률이 80~90% 감소했다.

또 ‘위험의 외주화’라고 비판받았던 안전분야 업무를 대부분 직영화하면서 안전도가 향상되고 해당 근로자들의 근무 만족도 역시 많이 향상됐다. 표준화된 프로세스가 없었던 업무들에 대해 표준 프로세스를 정착시킨 결과다. 난립해있던 광고사업도 많이 정비했다. 광고 에이전시들이 다 다르고 광고 자체가 민자사업이라는 것 때문에 업체가 난립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전체적인 광고 자체도 줄여 나가고 있고 계약부터 광고 표출에 이르기까지 표준을 정착시키고 있다.

지하철은 현대 문명의 집결체이기도 하다. 통신·토목·기계·전기 등 가장 검증되고 효율적인 기술이 적용되는 것이 지하철이다. 그런 기술의 적용 뿐만 아니라 꾸준히 기술 연구개발에도 투자를 늘려 기술 발전 선도에 일익을 담당했다는 자부심도 있다. 물론 기술이 발전할수록 자동화·무인화가 발전하면서 일자리는 줄어들 수 있지만 그만큼 남아있는 직원들에 대한 처우를 향상시키면 그게 더 효율적이라고 생각한다.”

-재직기간 중 하고자 했는데 못해서 아쉬움이 많이 남는 일은 무엇인가.
“시민들에게 가장 필요한건 365일 24시간 안전한 대중교통이다. 지하철 연장운행도 검토해봤고 지하철로만 할 수 없다면 올빼미버스처럼 심야에 운행하는 버스와 연계해서 심야에도 대중교통을 운행할 수 있는 방법을 다양하게 검토해봤다. 야간에 활동하는 사람이 많으면 일단 소비도 늘어나고, 또 야간에 활동하는 사람들 중 상당수가 경비·청소 용역같은 저소득 업무에 종사한다. 대중교통 심야운행이 이런 분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

대중교통 심야운행을 택시업계에서 반대할 거라고 많이 생각하는데 대중교통 야간운행이 늘어나면 오히려 전체 교통수요가 늘어 택시업계에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2호선 순환노선만이라도 심야운행을 하려고 했었는데 그걸 이루지 못해서 아쉽다.

요금제 다양화에 대해서도 아쉬움이 있다. 지금 지하철 기본요금은 1250원이지만 하루에 여러번 이용하는 사람들이라면 그 기본요금이 쌓이는 것도 꽤 부담이 된다. 그래서 1일·1주·1개월 선불 정액이용권 등 다양한 요금제를 도입하면 서민들 교통비 절감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추진하려 했는데 그걸 임기 중에 이루지 못해서 아쉽다.

오스트리아 비엔나, 독일 베를린의 예를 보면 선불로 연간 365유로를 내면 지하철을 무제한 이용가능하다. 1일당 1유로인 셈이다. 1회 승차권이 2유로인 것을 감안하면 하루에 한번만 탄다고 해도 50%를 감면받는 것이다. 출퇴근용으로 왕복으로 이용한다고 하면 75%를 감면받고, 지하철을 더 자주 이용할수록 감면폭이 더 커진다. 이웃나라 일본에도 유사한 요금제가 있다.

이런 기간 정액권 제도가 도입되면 지하철이 대중교통 수요를 더 많이 흡수하게 된다. 그만큼 지상교통수단이 발생시키는 오염물질도 줄일 수 있다. 이런게 바로 지하철을 통한 환경보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하철 개통 후 45년간 요금에 대한 고정관념이 형성돼있기 때문에 그걸 깨는게 쉽지 않다. 조금만 발상을 전환하면 얼마든지 효율도 올리면서 환경도 보호하고 서민 경제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지하철 전 역사 승강장 장애인 엘리베이터 설치는 지금 추진중인 사업이긴 한데 워낙 대규모 사업이라 시간이 좀 더 필요할 것 같다. 장애인단체와도 지속적으로 협의중이고 가능한 곳은 최대한 적극적으로 공사를 추진하고 있다.”

-KT회장 선임과 관련해서 하마평에 오르내리고 있다. 앞으로 어떤 진로를 계획하고 있는가
“KT회장 후보로 거론되는 것은 사실 KT에서 의뢰한 여러 서치펌에서 추천한 인사중에 내가 포함돼있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 사실 하마평에 오르내리는 것 때문에 주위에서 우려를 많이 한다. KT 역대 전 회장들이 크든 작든 불미스러운 일로 구설수에 오르지 않았나. 그래서 내가 KT회장 후보로 하마평에 오르내린다는 자체가 그런 리스크를 감당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내가 문제될 일을 하지 않았고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나는 그런 우려는 하지 않는다.

사실 KT에서 23년간 근무했기 때문에 어찌보면 하마평에 오르내리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다. 그리고 1000만 시민이 이용하는 지하철 운영을 책임지는 사람으로서의 경험도 무시할 수 없는 것 아닌가.

중요한 것은 회장 제안이 오든 안오든 일단 내가 제안을 받을 수 있는 자격이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지금 말할 수 있는 것은 공공기관장으로 재직하면서 거리낄만한 행위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고 그래서 그런 자격문제에서는 걸릴 것이 없다고 자부한다.

KT가 어떤 스타일의 회장을 원하느냐에 따라 전적으로 KT이사회에서 결정할 문제이니 더 이상의 언급은 삼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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