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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붉은 하늘이 건네는 위로...해넘이 명소

[여행] 붉은 하늘이 건네는 위로...해넘이 명소

기사승인 2019. 12. 10.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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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진도 세방낙조
진도 세방낙조. 크고 작은 섬들이 부려져 있는 다도해를 배경으로 영롱하게 퍼져나가는 붉은 빛이 아름답다.


해넘이가 예쁜 여행지 몇 곳을 추렸다. 지난날을 게워내 곱씹으며 천천히 마음을 살피기에 적당한 곳이다. 마무리를 잘해야 기분 좋은 ‘시작’을 할 수 있다. 한 해가 가기 전에 얼른 가서 큰숨을 들이마신다. 가슴속 먹먹함이 풀어지고 새해를 잘 살아낼 용기도 얻게 된다.

◇전남 진도 세방낙조

전남 진도 지산면 가학리 해안의 해넘이는 ‘세방낙조’로 불린다. 과거 이 일대의 행정지명이 세방리였던 것에서 비롯됐다. 고유의 이름이 붙을 만큼 이곳 해넘이는 전국적으로 유명하다. 누군가는 해넘이 순간 하늘이 다섯 가지 색으로 물든다고 해 ‘오색낙조’로 부르기도 한다. 설명할 수 없지만 여느 곳과 달리 세방낙조의 빛깔은 참으로 선명하다. 기상청의 전신이었던 중앙기상대가 세방낙조를 우리나라 서남해안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넘이로 꼽았을 정도다. 풍경 역시 하늘 색 못지않게 우아하다. 가학리 앞 바다가 다도해해상국립공원에 속하는 덕에 바다에는 크고 작은 섬들이 부려져 있다. 주지도(손가락섬), 양덕도(발가락섬), 광대도(사자도), 혈도, 불도 등이 병풍처럼 펼쳐지는데 여느 밋밋한 바다의 해넘이와 차원이 다르다. 섬 사이로 떨어지는 해넘이를 촬영하기 위해 전국에서 때를 기다려 찾는 사람들이 많다. 가학리에는 세방낙조 전망대가 마련돼 있다. 전망대는 이맘때 붐비기 마련. 전망대가 아니어도 가학리 일대 해안도로를 따라가다 보면 눈이 호강할 풍경을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여행/ 순천만
용산 전망대에서 본 순천만의 해넘이. 싱싱한 갯벌 사이로 완만하게 굽어지는 물길이 마음을 평온하게 만든다.


◇ 전남 순천만

순천만은 전남 고흥반도와 여수반도에 둘러싸인 뭍으로 항아리처럼 움푹 파인 만(灣)이다. 싱싱한 갯벌과 우아한 갈대군락으로 잘 알려졌다. 겨울 찬바람에 갈대 이삭은 앙상해졌지만 풍경이 주는 고상함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순천만은 2006년 우리나라 연안습지 중 처음으로 람사르협약(습지의 보호와 지속가능한 이용에 관한 국제협약)에 가입했다. 그만큼 천연함이 잘 보존됐다. 순천시 대대동(대대포구)의 순천만자연생태공원에 가면 순천만의 속살까지 속속들이 구경할 수 있다. 관찰로가 잘 조성돼 있으니 걸으면서 마음을 살핀다. 요즘은 해넘이가 관심 대상이다. 순천만 해넘이의 상징은 바다와 해안의 준봉을 배경으로 갯벌과 갈대군락 사이를 ‘에스(S)’자로 크게 휘돌아 나가는 물길이다. 공원 뒤로 솟은 야트막한 용산에 오르면 이 천연한 풍경을 조망할 수 있다. 해넘이 순간의 은은한 붉은빛과 물길이 만들어내는 부드러운 곡선의 조화가 도시인의 생채기를 아물게 한다. 용산 들머리에서 전망대까지 30~40분쯤 걸린다.
 

여행/ 통영 달아공원
통영 미륵도 달아공원에서 본 해넘이.


◇경남 통영 미륵도 달아공원

경남 통영 앞바다는 한려해상국립공원이다. 바다 풍광이 아름다워 해넘이 풍경도 예쁘다. 남해와 점점이 박힌 섬, 뭍으로 들고나는 해안선이 정겹다. 통영 서쪽의 산양읍 미륵도는 해넘이가 아름답다. 달아공원이 포인트다. 관해정이라는 정자에 오르면 한려해상의 수많은 섬들이 도열한 모습을 볼 수 있다. 주변에 시야를 가리는 것이 없다. 대매물도, 비진도, 연대도, 만지도, 욕지도, 남해도, 사량도 등이 병풍처럼 펼쳐진다. 미륵도 해안을 일주하는 23km의 산양일주도로를 따라 드라이브를 즐긴다.

미륵도에 간다면 미륵산(461m)에 올라본다. 통영의 모습을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다. 정상까지 케이블카가 운행하니 오르기가 편하다. 정상에 서면 동쪽으로 통영시내와 한산도, 추봉도, 용초도가 자리를 잡았고 서쪽으로는 사량도, 두미도, 추도, 노대도, 납도가 늘어섰다. 남쪽으로는 비진도, 연대도, 송도, 연화도, 욕지도가 손에 잡힐 듯하다. 맑은 날이면 멀리 대마도까지 조망할 수 있다. 야트막한 산이지만 다도해의 그림 같은 풍광은 고산준봉에서 느끼는 정취 못지않은 즐거움을 선사한다.
 

여행/ 학암포
태안 이원반도 학암포해변.
여행/ 꽃지해변
태안 안면도 꽃지해변의 할미·할아비 바위.


◇충남 태안 꽃지·학암포해변

충남 태안의 안면도 서쪽 해안은 어디서든 아름다운 해넘이를 감상할 수 있다. 이 가운데 가장 널리 알려진 해넘이 명소가 꽃지해변이다. 해변에는 할미·할아비 바위로 이름 붙은 두 개의 큰 바위가 나란히 마주보고 서 있다. 이 사이로 해가 떨어지는 것을 보기 위해 애써 찾아 오는 이들이 많다. 꽃지해변(할미·할아비 바위)은 올해 우정사업본부가 한국의 주요 관광지를 소개하는 시리즈 우표에서 ‘한국인이 꼭 가봐야 할 해변’ 4곳 중 한 곳으로 꼽히기도 했다.

안면도가 태안의 남쪽 경승지라면 북쪽에는 이원반도가 있다. 먼동·구례포·학암포·사목·꾸지나무골 등 작고 소담한 해변들이 차례로 나타나는데 어디든 들어가도 괜찮은 해넘이를 볼 수 있다. 특히 학암포해변은 안면도 꽃지해변과 맞먹는, 태안 북쪽에서 이름난 해넘이 포인트다.
 

여행/ 부석사
부석사에서 본 해넘이. 겹겹이 늘어선 산맥들의 실루엣이 우아하다.
여행/무량수전
부석사 무량수전. 저녁 햇살을 받으면 우아함이 더욱 도드라진다.


◇경북 영주 부석사

경북 영주 부석면 봉황산 중턱의 천년고찰 부석사에서는 색다른 해넘이를 경험할 수 있다. 수평선을 배경으로 한 해넘이가 아닌 정갈한 사찰 가람과 소백산 자락 능선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해넘이를 구경할 수 있다. 부석사는 화엄종의 근본도량으로 676년 통일신라의 의상이 왕명을 받들어 창건한 고찰이다. 현존하는 최고(最古)의 목조 건물 중 하나인 무량수전이 유명하다. 특히 가운데가 볼록한 무량수전의 배흘림 기둥은 저녁 햇살이 비치면 우아함이 더욱 도드라진다. 기둥 하나가 사람의 마음을 이토록 사로잡을 수 있음에 감탄하게 된다. 무량수전 앞마당에서 보는 해넘이도 아름답다. 겹겹이 늘어선 준봉의 자락이 붉은 석양을 받으면 참 순해진다. 이 모습이 어찌나 평온한지 발 딛고 선 자리가 마치 극락인 듯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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