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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공무원들, ‘꿈의 직장’ 사직 열풍

중국 공무원들, ‘꿈의 직장’ 사직 열풍

기사승인 2019. 12. 16.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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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정부 파산에 내몰리고 스트레스도 많아
모든 젊은이들이 선망하던 중국의 공무원들이 공직을 박차고 나오는 경우가 최근 들어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열풍 수준이라는 말이 수긍이 될 만큼 유행처럼 번진다. 이대로 가면 하늘을 찌르던 공직의 인기도 조만간 한 풀 꺾일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공무원
최근 중국 관가에 몰아닥친 사직 열풍을 말해주는 만평. 공무원이 되고자 하는 젊은이들은 여전히 많으나 정작 현장에서는 그만두기 위해 눈치를 보는 케이스가 급증하고 있다./제공=신화(新華)통신.
중국의 공무원은 말 그대로 아무나 되는 것이 아니다. 궈카오(國考·국가 시험)라고 불리는 어려운 임용시험을 뚫어야 한다. 홍콩 언론의 최근 보도를 종합하면 웬만한 부처의 괜찮은 자리는 경쟁률이 최소한 100대 1 이상인 경우가 많다. 심지어 몇 만대 1에 이르는 경우도 없지 않다. 설사 시험에 합격하더라도 만만치 않은 수습 기간의 강도 높은 업무도 견뎌야 한다. 더불어 민영 기업에 비해서는 썩 많다고 보기 어려운 박봉을 감내해야 한다. 그럼에도 공무원이 꿈의 직업으로 인식되는 것은 정년 보장, 연금, 직업에 대한 높은 만족도 때문이다. 불과 얼마 전만 해도 공직에 발을 들여놓으면 평생을 가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요즘은 이 공무원 신화가 완전히 흔들리고 있다. 최근 현장의 분위기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사표를 내는 것이 거의 다반사로 인식되고 있다. 심지어 지방 정부 같은 곳에서는 사표를 못 내면 바보 취급을 받는 것으로도 알려지고 있다.

꿈의 직장이 이처럼 갑자기 경원의 대상이 되고 있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장기간 임금을 받지 못하는 케이스는 대표적이다. 이른바 톄판완(鐵飯碗·철밥통)을 차고 있다는 소리를 듣는 공무원들이 월급을 받지 못한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할지 모른다. 하지만 지금 상당수의 지방 정부에서는 진짜 임금을 주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부터 경제성장률 목표 달성에 필요한 경기 부양을 위해 무분별하게 끌어 쓴 엄청난 빚이 발목을 잡은 탓이다. 월급을 주고 싶어도 줄 여력이 없다. 공무원 입장에서는 계속 다닐 이유가 없는 것이다.

창고가 텅텅 빈 지방 정부의 강압에 의해 공무원들이 투자 유치에 내몰리는 현실 역시 거론해야 한다. 아무리 스트레스를 잘 견디는 강심장이라도 강압이 일상이 되면 견디기가 쉽지 않다. 허베이(河北)성 랑팡(廊坊)의 한 공무원은 “요즘 같은 시기에 어디에서 거액의 투자를 유치할 수 있겠나? 적은 규모라면 주변에서 어떻게 융통하겠으나 상당액이라면 불가능하다. 차라리 그런 노력으로 다른 일을 하는 것이 훨씬 낫다”면서 공무원들을 사직으로 내모는 지방 정부의 현실을 개탄했다.

시도 때도 없이 이어지는 부패와의 전쟁도 피로를 가중시킨다. 자칫 잘못하다가는 사정의 칼을 맞을 텐데 굳이 박봉을 감수한 채 열심이 일을 할 필요가 있느냐는 자조가 공직에 대한 매력을 급격하게 떨어뜨린다. 이외 만만치 않은 노동 강도, 민간에서도 잡을 수 있는 일자리가 시간이 갈수록 늘어나는 현실도 맞물려 있다. 중국에서 공직이 꿈으로 인식되는 시대는 이제 서서히 저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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