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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소한 흰찰쌀보리빵 일품...전북 군산 명소 ‘영국빵집’

고소한 흰찰쌀보리빵 일품...전북 군산 명소 ‘영국빵집’

기사승인 2019. 12. 17.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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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영국빵집
정석균 영국빵집 대표/ 영국빵집 제공


전북 군산에는 ‘느린 풍경’이 많다. 거리 곳곳에서 곰삭은 시간의 흔적을 쉽게 만나게 된다. 오래된 것들이 주는 편안함은 특별하다. 이런 푸근함은 퍽퍽한 일상을 감내해야 하는 도시인에게 큰 위로가 된다.

군산 신풍동의 ‘영국빵집’도 이런 곳 가운데 하나다. 이름부터가 정겹다. 유명 베이커리 프랜차이즈의 세련된 간판이 아닌, 오래된 동네의 신작로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촌스러운’ 이름을 내걸었다.

그렇지만 영국빵집의 내공은 만만치 않다. 1972년부터 제과제빵과 인연을 맺은 베테랑 정석균 대표(67)가 1984년 3월 개업해 올해 36년째 영업 중이다. 특히 군산에서 나는 흰찰쌀보리(찰보리쌀)로 만든 이곳 빵은 고소한 맛과 풍미로 군산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명성을 얻고 있다.

군산의 흰찰쌀보리는 식이섬유가 풍부해 포만감을 준다. 특히 베타카로틴 성분을 다량 함유해 당뇨 등 성인병 예방, 변비개선, 다이어트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글루텐 성분이 부족해 빵으로 만들면 기존 빵의 쫀득한 식감을 얻기가 힘든 것이 단점. 그러나 정 대표는 밀가루와 흰찰쌀보리의 비율을 조금씩 조절해가며 연구를 거듭한 끝에 기존 빵에 버금가는 식감은 물론 보리 특유의 고소한 풍미를 얻을 수 있었다. 이 기술로 특허까지 받았다. 2000년대 프랜차이즈 빵집이 동네상권을 점령할 때도 경쟁력을 가질 수 있었던 건 바로 이 기술 때문이다. 이를 계기로 군산의 또 다른 유명 빵집인 ‘이성당’과 함께 군산 대표 빵집으로 자리매김했다. 여기에 공전의 히트를 쳤던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2004)의 촬영지로도 알려지며 관광명소로도 유명세를 치르고 있다.
 

여행/ 흰찰쌀보리 단팥빵
흰찰쌀보리 단팥빵/ 영국빵집 제공
여행/ 흰찰쌀보리 만주
흰찰쌀보리 만주/ 영국빵집 제공


영국빵집의 대표메뉴는 흰찰쌀보리로 만든 단팥빵, 만주, 초코파이 등이다. 특히 흰찰쌀보리 만주는 100%보리를 이용해 만들어 밀가루 알레르기가 있는 이들이 즐겨 찾는다. 택배 주문도 가능하다.

군산은 금강 하구에 위치해 예부터 교통의 요충지였다. 특히 조선시대에는 당시 3대 시장으로 꼽히던 강경장의 입구로 번성했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지리적 이점 때문에 일제강점기에 조선의 양곡과 물자를 일본으로 송출하는 ‘수탈항구’로서 최전성기를 구가했다. 100여 년 전부터 은행과 상점과 도로와 철도가 갖춰졌다. 옛 조선은행 건물, 군산세관 건물 등 당시의 흔적들이 ‘본정통(중심가)’으로 불렸던 해망로 곳곳에 여전히 남아있다. 또 해망로 인근 중앙로에는 영화 ‘장군의 아들’ 촬영지로 알려진 ‘히로쓰 가옥’을 비롯해 일본식 가옥들이 남아있다.

당시 건물 중 몇몇은 등록문화재로 등재됐다. 아픈 역사가 깃든 건물들을 문화재로 지정한 것은 당시 민초들의 어려운 삶과 저항정신을 잊지 말자는 취지일 거다. 실제로 한강 이남에서 가장 먼저 ‘만세운동’이 일어났던 곳이 군산이다.

오래된 건물과 이성당을 비롯해 수십 년째 맛과 전통을 이어오고 있는 음식점들은 복고 트렌드와 어우러지며 근대문화를 간접체험할 수 있는 여행테마로 요즘 다시 관심대상이 되고 있다. 사는 것이 조금 고단하다고 느껴질 때 군산에 가서 고소한 빵을 한입 베어 물면 위안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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