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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복입고 한국 제품 판매했지만…홈쇼핑 업계, 해외 사업 줄줄이 철수

한복입고 한국 제품 판매했지만…홈쇼핑 업계, 해외 사업 줄줄이 철수

기사승인 2020. 01. 1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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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CJ오쇼핑 등 관련 기업 해외사업 실적 부진
국가별 현지화 전략 실패
특히 동남아 시장에서 온라인·모바일 성장으로 경쟁력↓
CJ오쇼핑
CJ오쇼핑 베트남 사업법인 SCJ 홈쇼핑의 ‘한국 상품 골든존’ 프로그램에서 쇼호스트들이 ‘한국 홍삼’을 판매하고 있는 모습. CJ오쇼핑은 최근 SCJ 홈쇼핑의 보유 지분 50% 전량을 합작사인 SCTV에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한국에서 생산한 홍삼입니다.”

베트남 홈쇼핑 SCJ채널 프라임 타임에 한복을 입은 쇼호스트가 등장해 한국 상품을 소개한다. 한글로 상품명이 스튜디오에 크게 노출되고 배경음악은 K-팝이 깔린다. 한류열풍과 함께 한국상품에 관심이 자연적으로 높아지며 홈쇼핑 메인 시간대에 한국제품 소개는 당연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온라인·모바일로 소비트렌드가 빠르게 바뀌며 결국 CJ오쇼핑의 베트남 TV홈쇼핑 채널인 SCJ은 진출 10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변화에 대응하지 못했던 탓이 컸다.

홈쇼핑 업계가 2000년대부터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내세웠던 해외사업을 잇따라 철수하고 있다. 업계는 한류열풍을 발판으로 신 성장동력으로 해외시장에 진출했지만 국가별 현지화 전략에 실패하면서 관련 사업을 축소하고 있는 분위기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CJ오쇼핑은 2004년 중국으로 시작으로 9개국 14개 지역에 진출했던 글로벌 사업을 중국(동방CJ·천천CJ), 필리핀, 말레이시아 등 4개 지역만 남겨 놓고 정리한다.

CJ오쇼핑은 수익성이 높은 사업에 집중하기 위해 2017년부터 중국(남방CJ)·터키·일본·태국 등의 해외 사업에서 철수하고 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올해 비상경영을 선포하면서 수익성 개선에 중점을 맞추며 이는 더 가속화되고 있다.

최근에는 베트남 사업법인 SCJ 홈쇼핑의 보유 지분 50% 전량을 합작사인 SCTV에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SCJ 홈쇼핑은 2018년 기준 현지 시장 점유율 45%를 차지하는 등 업계 1위 업체로 성장했지만 매년 매출이 200억~300억원 수준이고 2018년부터는 3억원의 손실을 내며 적자 전환이 시작돼 철수에 무게를 뒀다.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영업손실은 4억원이다.

CJ오쇼핑은 현재 중국 동방CJ에서만 흑자를 내고 있다. 동방CJ의 지난해 3분기 누적 매출은 1160억원, 영업이익은 474억원이다. 천천CJ 경우 같은 기간 영업손실 51억원, 필리핀과 말레이시아는 각각 영업손실 7억원, 25억원을 기록했다.

다른 기업도 상황은 비슷하다. 특히 동남아 시장에서 소비자 구매 패턴이 TV홈쇼핑을 건너뛰고 온라인·모바일로 확산됨에 따라 홈쇼핑 업계가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한 채 손실만 키우고 있다.

허태수 GS그룹 회장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김호성 GS홈쇼핑 신임 대표이사는 승진하자마자 해외 시장의 수익성을 개선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2009년부터 해외시장 공략에 나서 중국·베트남·터키·인도·말레이시아·태국 등에 진출한 GS홈쇼핑은 2017년 터키 합작 사업을 중단했고 지난해 러시아 국영 통신사 로스텔레콤과 합작해 설립한 TV홈쇼핑도 수익성이 악화돼 파산했다.

김 대표는 해외 진출 지역을 늘리고 외형을 확대하는 대신 사업안정성과 수익성 개선에 초점을 둔다는 계획이다. 특히 동남아 지역을 중심으로 역량을 집중해 양적 팽창이 아닌 질적 팽창을 도모해나간다. GS홈쇼핑이 운영 중인 태국에서는 지난해 3분기 누적매출 387억원, 영업이익 4억원을, 베트남에서는 같은 기간 누적매출 149억원, 영업손실 5억원을, 말레이시아에서는 누적매출 770억, 영업손실 56억원을 기록했다.

현대홈쇼핑도 해외 사업 부문에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어 강찬석 현대홈쇼핑 대표의 어깨가 더 무거워졌다. 강 대표는 3월 임기가 종료되는 그룹 내 주요 계열사 전문경영인 중 유일하게 연임에 성공한 인물이다. 강 대표는 지난해 8월 진출한 호주 시장 조기 안착에 힘을 쏟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홈쇼핑 호주 법인 오스트레일리안 쇼핑 네트워크(ASN)는 지난해 3분기 매출 7억원, 64억7000만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데 이어 4분기에 손실 폭이 크게 확대된 것으로 알려졌다. ASN은 현대홈쇼핑이 지분 100%를 보유한 단독 법인으로 현대홈쇼핑이 360억원을 투자해 현지에 단독법인을 설립했다. 현대홈쇼핑 측은 해외에서 성과를 올리기 위해 초기 투자에 따른 손실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지만 과거 해외 진출 성공사례가 없는 만큼 사업 재검토가 불가피하다.

실제로 현대홈쇼핑은 2016년 진출한 태국과 베트남 사업에서도 수익을 내지 못했다. 2018년 말 기준 태국과 베트남 누적적자만 각 100억원대가 넘는다. 2011년에도 중국 가유 홈쇼핑, 동방이푸와 함께 상하이현대가유홈쇼핑을 설립했으나 2016년 협력사와 경영권을 둘러싼 문제로 방송 송출이 중단되며 현재 철수 단계에 있다.

업계 관계자는 “동남아 홈쇼핑 시장 성장률이 재작년부터 둔화되고 있다. 미디어 플랫폼이 TV에서 온라인·모바일로 넘어가고 있는데 이러한 변화를 따라가지 못한 것이 문제”라며 “전자 상거래 규모가 예상보다 빠르게 성장하면서 홈쇼핑 시장이 경쟁력을 잃고 있다. 현지 소비 트렌드에 맞춘 전략, 마케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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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홈쇼핑이 지난해 8월1일 호주 TV홈쇼핑 채널 ‘오픈샵(Open Shop)’을 개국하고 국내 TV홈쇼핑 업계 최초로 호주에 진출했으나 부진한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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