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실시된 대만 총통 선거에서 ‘대만 독립’을 주창하는 차이잉원(蔡英文) 민주진보당(민진당) 후보가 재선되자 중국이 다급해진 듯 류제이(劉結一·63) 국무원 대만판공실 주임의 전격 교체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만약 결행된다면 대만 선거를 제대로 관리 못한 책임을 묻는 인책성 인사가 될 수밖에 없을 듯하다. 이 경우 중국의 대만에 대한 향후 대응은 더욱 강경한 모드로 접어들 가능성이 높다.
류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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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제이 중국 국무원 대만판공실 주임이 지난해 5월 대만 입법원장(국회의장)을 지낸 국민당 거물을 만나고 있다. 그는 그러나 차이 대만 총통의 재선으로 문책될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제공=신화(新華)통신.
대륙과 대만 양안(兩岸) 관계에 밝은 베이징 외교 소식통의 13일 전언에 따르면 중국은 그동안 반중 노선 일변도의 길을 걸었던 차이 총통이 재선되지 못하도록 온갖 노력을 다 기울였다고 할 수 있다. 그 최첨병에 대만판공실이 있었다고 해도 좋았다. 그렇다면 주무 부처의 책임자인 류 주임으로서는 설사 차이 총통의 당선이 유력했더라도 선거 판세가 일방적으로 기울지 못하도록 최선의 노력은 다해야 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본 결과는 별로 그런 것 같지 않았다. 중국 입장에서는 말 그대로 참담한 결과가 나왔다. 류 주임의 책임론이 불거질 수밖에 없었다.
현재 실제로도 당정 최고위층 내부에서는 그에 대한 인책 논의가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류 주임은 사실 할 말이 없다고 해야 한다. 대만 선거 상황에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한 책임이 분명히 있다고 해야 한다. 그럼에도 선거 결과가 나오기 무섭게 교체설이 나도는 것은 다소 이례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만큼 초조하다는 얘기가 될 듯하다.
하지만 홍콩의 반중 민주화 시위가 7개월 째 이어지도록 방치한 책임을 물어 왕즈민(王志民·63) 전 홍콩 중앙연락판공실 주임을 연초에 전격 인책 교체한 사실을 상기하면 류 주임에 대한 문책설이 제기되는 것도 전혀 엉뚱한 시나리오는 아니라고 해야 한다. 예상보다 훨씬 좋지 않게 나온 대만 선거 결과에 누군가가 책임을 져야 한다면 확실히 그렇다고 단언해도 좋다.
중국은 시진핑(習近平) 총서기 겸 국가주석의 주도 하에 그동안 일사불란한 일국양제(한 국가, 두 체제) 정책을 추진해 온 바 있다. 예상대로 모든 것이 돌아갈 경우 이른바 마카오까지 포함하는 량안쓰디(兩岸四地·중국과 대만, 홍콩, 마카오)의 대중화권 국가를 탄생시키는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이른바 중국몽의 실현이 눈앞에 현실이 될 수도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상황은 전혀 이상대로 흘러가지 않고 있다. 심지어 마카오를 제외한 홍콩, 대만은 중국의 품을 벗어나려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중국으로서는 사태를 방관만 할 수는 없다고 해야 한다. 당정 최고 지도부 내에서는 양쪽에 대해 강경한 자세를 보일 필요성이 제기되고도 있다. 심지어 군사적 대응 방안까지 모색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왕 전 주임을 해임한 데 이어 류 주임 인책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것 정도가 아닌 것이다. 향후 중국의 대홍콩, 대만 정책이 강경 일변도로 전환될 것이라는 전망은 이로 보면 결코 괜한 것이 아니라고 해도 괜찮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