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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싸이코패스 다이어리’ 윤시윤 “솔직한 모습 보여줘도 두렵지 않다”

[인터뷰] ‘싸이코패스 다이어리’ 윤시윤 “솔직한 모습 보여줘도 두렵지 않다”

기사승인 2020. 01. 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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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싸이코패스 다이어리'에서 육동식을 연기한 윤시윤 인터뷰
윤시윤 /사진=모아엔터테인먼트

 최근 종영한 tvN 드라마 '싸이코패스 다이어리'(이하 '싸패다')에서 윤시윤은 우연히 손에 쥔 다이어리를 통해 자신이 싸이코패스라 착각하게 된 주인공 '육동식'으로 열연했다. 육동식이 완벽한 싸이코패스가 아니었고 드라마 자체가 소름돋는 완벽한 장르물도 아니었던 데다 곳곳의 코믹 요소들로 인해 분위기가 자주 바뀌었다. 이런 드라마에 적응하는 것은 배우로서 쉽지 않다. 최근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주인공이 나와 너무 닮아서 작품을 선택했다"며 "남다른 각오로 임했다"고 했다.


"다들 육동식을 보고 '너 같다'는 이야기를 많이 해주더라고요. 사람에겐 어느 상황에 있느냐에 따라 여러 모습이 있잖아요. 그 모습들을 '윤시윤스럽게' 표현하고자 했어요. 그래서 작품을 즐길 수 있었어요. 저는 현실에서 스스로에게 채찍질을 많이 하는 편인데, 드라마 속에서 육동식은 어떤 모습으로 살든 결국 'OK'를 받아내잖아요. 그래서 인정을 받는 느낌에 행복하게 촬영을 마친 것 같아요."


윤시윤에게 '싸패다'가 특별했던 건 육동식이 진짜 살인을 저지르고 다니는 '싸이코패스'가 아닌 인물이라는 점이다. 진지하게 장르물로 파고들지도, 그렇다고 실없는 웃음만 주지도 않은 작품이었다. 윤시윤은 그래서 부담감을 내려놓고 작품에 임할 수 있었다.


"저는 싸이코패스인 척 하는 사람을 연기해보고 싶었어요. '친애하는 판사님께'도 정통 법정극에 정통 판사였다면 도전하기 두려웠을 것 같아요. 판사인 척 하는 인물을 연기했었죠. 그래서 이번에도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할 수 있었어요. 어설플수록, 무르익지 않을수록 캐릭터라 빛을 발한다고 생각했거든요. 저는 어떤 작품이든 자연스러운 제 모습을 보여주는 게 가장 좋다고 생각해요. 특이한 주제들을 전달할 수 있는 배우의 훈련이라고 봐도 좋았죠. 좀 더 배우로서 성장한다면 진짜 '싸이코패스'를 연기할 날도 올 것 같아요."


2009년 MBC 시트콤 '지붕뚫고 하이킥!'으로 데뷔한 배우 윤시윤은 2010년 KBS2 드라마 '제빵왕 김탁구'를 통해 주연 배우로 성공을 거뒀다. 이후 드라마 '나도, 꽃!' '마녀보감' '최고의 한방' '친애하는 판사님께' '녹두꽃' 등을 거쳐 필모그래피를 탄탄하게 쌓아왔다. 그러나 윤시윤은 인터뷰 내내 자신이 아직은 '부족한 배우'라는 것을 강조했다. 데뷔한 지 10년이 넘은, 그것도 여러 작품에서 주연을 맡은 배우에게서 듣기 힘든 이야기였다.



"저의 가장 중요한 본질은 아직 '인정받아야 하는 배우'인 것 같아요. 저로 인한 긍정적인 요소들도 분명 있지만, 불안 요소도 적지 않다고 자평해요. 그렇다고 그것을 자학하는 건 아니고, 그런 요소들을 없애 나가고 있는 과정이라 생각해요. 아직 저에게 기회를 주시는 것에 있어서 너무나 감사해요. 연기를 10년 했다고 작품을 고를 위치도 아니에요. 저희는 늘 선택받는 직업이라 생각하고 더 노력해야 한다고 봐요."


특히 '연기적인 신뢰도'가 중요하다고 밝힌 윤시윤은 함께 연기를 했던 배우 박신혜에게서 많은 걸 배웠다고 전했다.


"박신혜 배우는 제가 봤던 배우들 중 가장 듣는 귀가 밝은 배우라 생각해요. 다른 배우의 연기를 보고 맞춰가는 배우죠. 다른 배우의 이야기를 듣는 건 본인의 연기가 그만큼 준비 되어야 가능한 일이거든요. 저는 아직 제 연기하기에 바빠요. 그래서 신혜처럼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을 줄 아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그래서 이번 '싸패다'도 마찬가지고 현장에서 배우들과 친해지고 사랑하려고 노력했어요. 좋아하는 사람의 이야기는 잘 들리잖아요. 그러려고 노력했죠."


2016년 1월 국방의 의무를 마치고 돌아온 윤시윤은 그 이후부터 지금까지 매년 한 작품 이상에 출연하며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군대에 가기 전에는 자신에게 맞는 작품을 찾는 데에 열중했지만 그 이후에는 오는 기회들을 잡는 것이 우선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란다.



"군 제대 이후에는 어떤 작품이어도 성장하고 배울 요소가 있다면 어떤 불안함이 있든 도전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어요. 저와 함께 했던 배우들은 부끄럽지 않은 배우 타이틀을 갖고 있어요. 여러 시도를 하면서 얻어낸 결과죠. 군대 가기 전에 저는 제가 가진 이미지를 무너뜨릴까봐, 혹은 연기에 대한 혹평을 받을까봐 무서워서 도전을 잘 못했어요. 하지만 불러주는 것만큼 최고의 영예는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됐고, 선택을 받았을 때 비로소 존재의 의미가 있는 직업이라는 것도 알게 됐어요."


이러한 자신의 신념이 만들어진 건 KBS2 예능 '1박2일'이 크게 작용했다. 윤시윤은 당시 '1박2일'에서 실제 자신의 모습을 가감 없이 보여주며 대중들에게 친숙한 배우로 거듭났다. 배우라고 해서 꼭 연기가 먼저인 것도 아니라고 말했다. 윤시윤은 본인이 배우이지만 대중들과 만나는 '연예인'이기도 하다며, 자신의 모습을 솔직하고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이라면 예능이나 드라마, 영화 어떤 장르여도 상관없다는 신념을 강조했다.


"'1박2일'에 출연을 결정하고 두려움이 많아졌었어요. 제 진짜 모습을 사람들이 알면 실망하지 않을까 하는 고민이 많았죠. 그래서 그동안 예능도 잘 안 나갔고, 나가도 말을 조심히 하곤 했는데, '1박2일'에서 그것을 한꺼번에 무너뜨렸어요. 처음엔 다음 주 방송이 무서워서 괴로울 정도였죠. 그런데 대중들이 저의 그런 모습을 받아주더라고요. 사실 저는 그렇게 안 멋진 사람이었더라고요. 이젠 솔직한 제 모습을 보여주는 데 어렵지 않고, 그것이 오히려 연기에 도움이 많이 됐어요. 앞으로도 좋은 작품이 있다면 그것이 드라마든 예능이든 상관없이 출연하고 싶어요. 제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여드리면서 웃음도 드릴 수 있으면 더 좋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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