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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 ‘창지개명’ 경기도가 바로 잡는다

일제강점기 ‘창지개명’ 경기도가 바로 잡는다

기사승인 2020. 01. 16.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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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내 398개 읍·면·동 고유지명 중 160곳 왜곡·말살돼
경기도청사 본관 전경
경기도가 일제강점기 당시 사라지거나 왜곡된 고유지명을 되찾기 위한 첫발을 내딛었다.

경기도는 도내 398개 읍·면·동을 대상으로 일제강점기 당시 명칭 변경 여부를 조사한 결과, 이 중 40%인 160곳이 당시 고유지명을 잃었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16일 밝혔다.

일제가 우리 고유의 정서와 의식을 말살하고자 창씨개명뿐만 아니라 ‘창지개명(創地改名)’도 했던 것이다. 일제는 식민통치 효율화를 위해 1914년 대대적으로 행정구역을 개편하고 지명을 변경했다. 이 시기 전국 330여개 군이 220개 군으로 통합됐고, 경기도는 36개에서 20개 군으로 축소됐다.

도는 이번 조사에서 한국학중앙연구원 동아시아역사연구소에서 2011년 발간한 ‘경기도 역사 지명사전’에 수록된 읍·면·동의 지명 변천사를 분석대상으로 정의하고, 관련 정보를 범주형 자료로 처리한 후 계량적 분포를 살폈다. 분석에는 전문여론조사 기관인 ㈜케이스탯리서치가 협조했다.

그 결과 과거 지명이 현재까지 유지된 읍·면·동은 137곳(35%)이고, 해방 전이나 해방 후를 포함해 지명이 변경된 읍·면·동은 228곳으로 분석됐다. 특히 일제가 변경한 읍·면·동 지명은 160곳으로 전체의 40%나 됐다. 그 외에 일제강점기 이전 또는 해방이후 행정구역 통합·분리 조정으로 변경된 읍·면·동은 68곳(17%)이었고, 33곳(8%)은 신규 행정구역이었다.

유형별로는 두 지명에서 한 자씩 선택해 합친 ‘합성지명’이 121곳으로 가장 많았다. 대표적인 ‘합성지명’ 사례로 성남시 서현동이 있다. 일제는 1914년 행정구역 개편 때 둔서촌, 양현리, 통로동 등을 병합하면서 한 글자씩 따 서현동으로 변경했다. 수원시 구운동, 성남시 분당동, 용인시 신갈동, 화성시 매송면 등도 두 곳 이상의 지명을 합성해 만든 지명이다.

일제가 기존 지명을 삭제한 후 한자화한 지명은 3곳이었다. 부천시 심곡동이 대표적 사례다. 일제는 1914년 조선시대 고유지명인 먹적골, 벌말, 진말을 병합하면서 심곡동으로 변경했다. 심곡은 원래 토박이말로 ‘깊은 구지’라는 뜻이다.

안성시 일죽면과 같이 지명을 변경하는 과정에서 우리의 향토 정서가 왜곡된 사례도 있었다. 일제는 1914년 죽산군을 폐지하며 남일면, 남이면, 북일면, 북이면, 제촌면을 안성군의 죽일면으로 만들었으나, 듣기에 따라서는 욕이었기 때문에 결국 이듬해 일죽면으로 변경됐다.

정치영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는 “우리 조상들은 골짜기를 가장 이상적인 마을의 입지로 생각해서 마을 이름에 골짜기를 의미하는 ○○골, ○○곡(谷), ○○동(洞) 등을 많이 붙였으나 이런 고유지명들이 갈수록 사라지고 있다”며 “앞으로 지명 행정에 우리의 역사지명이 연구되고 반영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곽윤석 홍보기획관은 “고유지명이 사라졌던 역사적 치욕을 바라보며 진정한 민족의 독립과 문화 창달의 과제가 여전히 남아있음을 느끼게 된다”며 “향후 도는 시·군과 긴밀히 협력해 사라지거나 왜곡된 우리의 고유지명을 되찾기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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