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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추적] 돈줄 마른 이스타항공, 초유의 항공유 공급 중단…LCC 위기 ‘경고등’

[뉴스추적] 돈줄 마른 이스타항공, 초유의 항공유 공급 중단…LCC 위기 ‘경고등’

기사승인 2020. 02. 1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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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오일뱅크 "대금 지급 받기 위한 해결방안 모색 중"
이스타, 지난해 완전자본잠식 추정…잉여금 10년째 '-', 낮은 현금운영 능력 문제
제주항공, SPA체결 더 늦어질 수도…인수 메리트 없어 고민 깊어지는 듯
이스타
이스타항공이 항공유 대금을 지불 못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항공기 운항에는 차질이 없었지만 제주항공에 매각을 목전에 둔 이스타항공의 고질적인 현금유동성 문제가 곪아터진 이번 상황은 단순한 해프닝으로 치부하지말고 그 심각성에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스타항공의 재무건전성 문제는 하루이틀의 일이 아니지만 한·일 경제갈등과 공급과잉에 따른 경쟁심화, 코로나19 사태 등 외적 불안요소와 맞물리며 그 파급력이 배가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항공유 대금 미지급 상황이 최근 끝 모를 추락을 하고 있는 항공업계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로 보고 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이스타항공은 현대오일뱅크에 항공유 대금을 여전히 지불하지 못하고 있다. 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계약에 있는 대금 지불 합의사항이 이행되지 않아 공급을 중단한 것”이라며 “채권이 발생한 만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 중”이라고 설명했다. 아직 법적인 문제를 제기할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대금 지급이 빠른 시간내에 이뤄지지 않을 경우 법적 대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번 사태는 현대오일뱅크가 항공기 주유 등을 맡는 샤프에비에이션에 공문을 보내 “15일 0시부터 이스타항공의 급유를 중단하라”고 요청하면서 불거졌다. 당시 알려진 바로는 항공유 공급 중단 위기를 맞은 항공기는 김포공항발 항공 10여 편이었다. 이스타항공 관계자는 “상황이 발생하고 바로 다른 공급처에서 항공유를 공급해 운항 차질은 없었다”며 “모든 항공사가 단기 유동성이 어려운 상황에서 발생한 해프닝으로 금액은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양측 모두 금액을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항공유가격과 이스타항공의 국내선 운항 기종인 B737-800의 연료탑재량(2만6020리터) 등으로 단순 추산해 보면 마진 등을 고려해도 항공기 10대의 1회 주유비용은 1~2억원 수준으로 보인다.

하지만 많지 않은 금액임에도 대금 지불을 못한 상황이 우려를 더 키우고 있다. 이스타항공의 재무건전성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는 반증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항공사는 대금을 선지급 하는 사이클이 3~4일 정도인 점을 고려하면 현 상황이 심각하다는 의미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한 두번 그런 것(대금 미결제)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며 “공급처의 신뢰가 깨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스타항공의 재무건전성은 10년간 개선되지 않고 있다. 이스타항공은 2011~2016년 완전자본잠식, 2017~2018년에는 자본잠식률이 70.7%와 47.9%인 부분자본잠식상태였다. 결손금은 2009년부터 200억~900억원대를 오갔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이스타항공이 다시 완전자본잠식에 빠졌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지난해 유일하게 영업이익을 기록한 대한항공마저도 6248억원 당기순손실(연결기준)을 기록한 점을 고려하면 이스타항공의 결손금은 더 커졌을 것이란 관측이다.

마음이 급한 이스타항공으로서는 제주항공이 인수작업을 빨리 마무리하기를 바라고 있지만 제주항공의 실사는 이번 달 말을 넘길 가능성도 점쳐진다. 제주항공은 자신들이 추구하는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는 데 이번 인수가 효과적인가를 놓고 고민이 깊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휘영 인하공업전문대 교수는 “제주항공은 중장거리 노선이 없는 상황에서 중단거리 노선도 좋지 않은 상태에 놓여 있다”며 “사후 확장성이라던지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메리트가 없어 지금 상태에서는 인수 명분이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수익성 악화로 인한 ‘돈맥경화’는 이스타항공만의 문제는 아니다. 지난해 대한항공을 제외한 아시아나항공·제주항공·에어부산·진에어·티웨이항공 등 모든 항공사들이 영업적자를 벗어나지 못했다. 더욱이 올해 들어 코로나19 사태로 중국·동남아 노선이 사실상 개점 휴업상태인 만큼 불안한 상황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 동남아 여행 수요는 기존보다 30~40%이상 감소할 것이란 관측도 있다.

이 교수는 “항공사들은 내실을 기하면서 규모는 작아도 수익성이 담보되는 노선에 집중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가져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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