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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시해선 안돼” 캄보디아 여성SNS 검열·성차별 논란

“섹시해선 안돼” 캄보디아 여성SNS 검열·성차별 논란

기사승인 2020. 02. 20.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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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센 총리 "페이스북에서 섹시한 옷 입고 광고하는 판매자들 찾아가 '교육'하라"
"캄보디아 전통과 명예 모욕했다" 공개사과하는 여성 판매자 영상 공개돼
인권·여성단체 "국가의 성차별·가부장적인 검열 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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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캄보디아 프놈펜 경찰이 공개한 영상. 해당 영상에서 한 여성은 “짧고 성적인 옷을 입고 페이스북에서 상품을 판매했다”며 “캄보디아 여성의 전통과 명예를 모욕했다”고 공개 사과했다./사진=캄보디아 프놈펜 경찰 페이스북 캡쳐
캄보디아가 ‘섹시한(성적인)’ 옷을 입었다는 이유로 페이스북 온라인 판매자를 단속해 페이스북 검열과 여성 차별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일고 있다.

19일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훈센 캄보디아 총리는 지난 18일, “가슴이 깊게 파인 옷은 캄보디아 문화에 대한 모욕”이라며 이런 옷을 입고 의류나 미용 제품을 판매하는 페이스북 판매자들을 추적할 것을 지시했다.

훈센 총리는 “판매자들을 찾아가 그들이 적절한 옷으로 갈아입을 때까지 페이스북 라이브(생중계)를 중단할 것을 명령하라”고 지시하며 “(섹시한 옷을 입는 것은) 캄보디아의 문화와 전통에 어긋나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또한 여성들이 짧고 섹시한 옷을 입는 것은 여성에 대한 성적 학대와 폭력에 기여한다고 덧붙였다.

19일 프놈펜 경찰은 페이스북 페이지에 한 여성이 공개 사과하는 동영상을 공개했다. 해당 영상에서 한 여성은 “매우 짧고 섹시한(성적인) 옷을 입고 온라인으로 상품을 판매해 캄보디아 여성의 전통과 명예를 모욕했다”며 사과했다. 썩 세타 캄보디아 내무부 대변인도 “총리의 지시에 따라 당국이 움직이고 있다”고 확인했다.

캄보디아 안팎의 인권·여성단체들은 즉각 캄보디아 정부의 단속을 비판했다. 캄보디아 인권센터·액션에이드 캄보디아 등 7개 여성 인권 단체는 공개서한을 통해 “사회적 가치는 상대적이고 끊임없이 변한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며 “여성의 복장 선택이 사회 윤리를 타락시키는 원인임을 입증하는 연구도 없다”고 비판했다.

국제 앰네스티 역시 비판에 가세했다. 국제 앰네스티는 “여성 판매자를 추적하고 ‘교육’하란 총리의 지시는 차별적이고 가부장적인 아젠다(의제)를 강화하는 국가의 감시”라며 “여성 판매자들에 대한 경찰의 강제적인 도덕교육은 아무런 법적 근거가 없는 임의행위다. 아무도 법을 어기지 않았고, 기소된 적도 없다”고 비판했다.

성적인 복장이 성범죄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단속이 필요하다는 훈센 총리의 발언도 비판의 대상이 됐다. 여성 인권단체인 실라카는 캄보디아 정부가 성폭력 문제의 원인을 피해자에게 돌리는 행위를 규탄하며 “여성이 옷을 입는 행위를 처벌하는 것은 해결법이 아니며 폭력의 근본 원인”이라 지적했다. 실라카 관계자는 “여성이 옷을 입는 방식은 문제가 아니다. 문제는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들”이라 강조했다.

페이스북 검열·성차별 논란에도 불구하고 캄보디아 당국은 훈센 총리의 지시를 이행할 것으로 보인다. 캄보디아 정보통신부 관계자는 “전통·문화·사회 윤리에 영향을 미치는 모든 활동에 대해 조치를 취할 수 있다”며 ‘너무 섹시한’ 옷차림에 대한 기준을 마련해 구체적으로 조치할 것이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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