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투데이 로고
베이징 특파원 추방 중국에 부메랑 될 수도

베이징 특파원 추방 중국에 부메랑 될 수도

기사승인 2020. 02. 20. 23:44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톡 링크
  • 주소복사
  • 기사듣기실행 기사듣기중지
  • 글자사이즈
  • 기사프린트
중 외교부 WSJ 특파원 3명 칼럼 문제로 추방 결정
무역전쟁의 종식 가능성 고조로 갈등이 봉합될 듯하던 미국과 중국의 관계가 다시 예사롭지 않게 변하고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다시 얼굴을 붉히면서 전쟁을 끝낼 무역협상 타결을 없던 일로 되돌릴 가능성도 전혀 없지는 않을 듯하다. 이에 따라 양국은 재차 지리한 샅바 싸움에 돌입할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베이징 외교 소식통의 20일 전언에 따르면 양국 관계가 삐걱될 조짐을 보이기 시작한 것은 지난 3일부터였다고 해야 할 것 같다. 이날 미국의 유력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국제정치학자 월터 러셀 미드 바드칼리지 교수가 기고한 ‘중국은 진짜 아시아의 병자’라는 제목의 칼럼을 게재했다. 중국으로서는 제목부터 거슬리는 글이었다고 할 수 있다. 내용 역시 신랄했다. 코로나19에 대한 대응과 중국의 금융시장을 싸잡아 비난하는 것이었다.

특파원
코로나19 창궐로 봉쇄된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 일대에서 취재 중인 한 외신 기자. 열악한 중국 내 취재 환경을 말해주는 듯하다./제공=홍콩 싱다오르바오(星島日報).
당연히 중국은 발끈했다. 언론에는 보도되지 않았으나 미국 당국과 WSJ에 강력 항의한 후 사과도 요구했다. 하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러다 19일 관영 신화(新華)통신과 당 기관지 런민르바오(人民日報), CGTN, 중국국제방송, 차이나데일리 등 5개 중국 언론을 외국 사절단으로 지정하는 미 국무부의 조치가 나왔다. 한마디로 미국이 신화통신 등을 언론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얘기였다. 어떻게 보면 미국의 도발이었다. 중국으로서도 가만히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결국 보도를 문제 삼아 WSJ의 베이징 특파원 3명의 기자증을 취소한 후 사실상 추방하는 조치를 내렸다. 다분히 감정적인 조치라고 할 수 있었다.

현재 분위기로 볼 때 WSJ의 특파원 3명은 곧 베이징을 떠나야 한다. 이 경우 미국 역시 상응한 조치를 취하지 말라는 법이 없다. 긴장이 더욱 고조될 가능성도 높다. 최악의 경우 지금보다 더한 난타전이 이어질 수 있다. 양국 모두 피해를 보는 이른바 양패구상(兩敗俱傷)의 상황이 충분히 전개될 수 있다.

물론 갈등 국면이 잘 봉합돼 양측이 한 발씩 물러설 가능성은 남아 있다. 우선 중국이 일단 WSJ 특파원들의 추방을 결행한 다음 일정 기간이 지나 같은 인원을 받아들이는 조치를 내리지 말라는 법이 없다. 아무래도 조치가 과도했던 만큼 화해의 제스처를 먼저 보낼 수도 있다는 얘기가 된다. 과거에도 이런 경우가 전혀 없지는 않았으므로 충분히 그럴 수 있다. 이 경우 미국 역시 못 이기는 척 5개 중국 언론을 다시 인정하는 조치를 내릴 수 있다. 파국을 면할 기회는 아직 남아 있는 것이다.

그러나 과도하게 특파원을 추방하는 카드를 꺼내든 중국으로서는 이번 조치로 잃을 것이 많다고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무엇보다 최근 코로나19 사태에 비판적인 베이징 특파원들의 보도를 옥죄겠다는 의도를 다소 직선적으로 보여줬다는 사실이 뼈아프다. 여기에 언론 자유에 대한 중국의 인식을 그대로 노정했다는 점도 역효과로 봐도 무방하다. 이번 조치가 다소 무례한 WSJ의 보도에 대한 어쩔 수 없는 조치였다고는 해도 궁극적으로는 부메랑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되는 것은 다 이유가 있다고 해야 할 것 같다.
후원하기 기사제보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