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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땅끝’으로 떠난 봄마중...전남 해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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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땅끝’으로 떠난 봄마중...전남 해남

김성환 기자 | 기사승인 2020. 02. 25.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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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해남 중리마을
중리마을 ‘신비의 바닷길’. 증도까지 이어진 천연한 바닷길을 걸으면 몸도 마음도 봄처럼 싱싱해진다.


해남 글·사진 김성환 기자 = 봄 맞으러 전남 해남으로 갔다. ‘땅끝’이 거기 있다. 섬을 제외한 우리나라 최남단. 봄은 이곳을 거쳐 한반도에 상륙할 것만 같았다. 예상은 적중했다. 곳곳에 봄이 부려지고 있었다. 바다는 고운 볕을 잔뜩 머금었다. 해안도로를 달리며 봄바다를 즐겼다. 달마산 도솔암에 올라 뭍으로 오르는 봄을 감상했다. 산 아래 예쁜 사찰 미황사도 들렀다.
 

여행/ 해남
‘땅끝’으로 향하는 도중 대죽리삼거리에서 바라본 풍경. 고운 볕을 받아 반짝이는 바다가 봄의 시작을 알린다.


◇ 해안 따라 ‘봄바다’ 드라이브

송지면 송호리에 ‘땅끝’(마을)이 있다. 땅끝으로 향하는 길은 봄바다를 구경하기 좋다. 송지면에 접어들면 도로는 해안을 따라 야트막한 언덕을 오르락내리락하며 달린다. 다도해의 빼어난 풍광에 눈이 호강한다. 볕 받은 바다가 눈부시게 오글거리고 크고 작은 섬들이 여백을 메우니 풍광이 고상하다. 자동차를 타고 가면서 창밖으로 ‘쓰윽’ 더듬어도, 마음에 딱 드는 곳에 내려 해안가를 잠깐 걸어도 봄바다의 싱싱함을 오롯이 느낄 수 있다. 나무에 신록이 돋기 전에 바다가 먼저 푸르러진다. 이러니 봄은 분명히 바다에서 시작된다. 봄마중은 바다로 가야한다는 말이다.

중간중간 바다를 몸소 체험할 수 있는 곳들도 있다. 중리마을은 ‘신비의 바닷길’이 유명하다. 물때에 따라 드러나는 개펄이 마을과 작은 섬(증도)을 연결한다. 마을 촌부들은 증도가 “볼 것 없는 작은 섬”이라며 내세우길 애써 마다하지만 바다를 가로질러 개펄의 생명들을 짚어가며 천연한 섬을 오가는 일은 도시인에게 신선한 추억이 된다. 중리마을 지나 닿는 송호해변은 울창한 소나무 숲으로 이름난 곳. 나무 사이를 헤집고 다니며 듣는 파도소리, 바람소리는 여느 오케스트라의 멋진 연주 못지 않게 귀를 즐겁게 만든다.
 

여행/ 땅끝탑
땅끝탑. 망망한 바다는 ‘끝’의 헛헛함 보다 새로운 시작을 기대하게 만든다.


땅끝에선 땅끝표지석, 땅끝전망대, 땅끝탑 등이 눈길을 끈다. 가장 흥미로운 볼거리는 땅끝 너머 펼쳐지는 망망한 바다. 딱 5분만 바라보고 있으면 이곳이 끝이 아니라 시작임을 직감한다. 사람들은 세밑에 주로 땅끝을 찾는다. ‘끝’이 주는 먹먹함을 하소연하기보다 ‘시작’의 희망을 꼽씹기 위해서다. 끝에서 돌아서면 시작, 계절의 시작을 알리는 봄도 ‘끝’에서 시작되고 있다.

땅끝 뒤로 우뚝 솟은 봉우리가 갈두산 사자봉(156.2m)이다. 이 꼭대기에 약 40m 높이의 땅끝전망대가 있다. 바다의 푸른빛이 무르익었다. 금방이라도 봄을 토해낼 기세다. 조선중기의 인문지리서 ‘신증동국여지승람’ 만국경위도에서는 우리나라 전도 남쪽 기점을 당시 해남현에 잡고 북으로 함경북도 온성부에 이른다고 설명한다. ‘해에게서 소년에게’로 잘 알려진 문인 육당 최남선은 ‘조선상식문답’에서 해남 땅끝에서 서울까지 천리, 서울에서 함경도 온성까지 이천리로 잡아 우리나라를 삼천리 금수강산이라고 했다.
 

여행/ 땅끝탑 가는 길
땅끝탑 가는 길. 나무가 울창하고 바다를 조망할 수 있다.


사자봉 아래에서 전망대 들머리까지 모노레일이 운행한다. 바다를 감상하며 수월하게 오를 수 있다. 전망대까지 걸어서 올라도 좋다. 사자봉 아래 모노레일 탑승장 옆으로 난 산책로를 따라가면 땅끝탑을 거쳐 전망대 입구에 닿는다. 산책로가 잘 정비돼 있고 숲이 울창하며 바다 전망도 멋지다. 땅끝탑까지 약 20분, 여기서 다시 전망대까지 또 약 20분 걸린다.

봄바다를 더 보고 싶다면 땅끝에서 해안도로를 따라 사구미해변을 거쳐 땅끝조각공원까지 달려본다. 땅끝조각공원에서는 바다를 향해 툭 튀어 나온 땅끝을 제대로 볼 수 있다. 사구미해변은 1.5㎞에 달하는 모래사장이 참 예쁘다.
 

여행/ 도솔암
깎아지른 암봉 사이에 제비집처럼 들어 앉은 도솔암.


◇ 서남해 굽어 보는 도솔암, 봄처럼 고운 사찰 미황사

달마산(489m) 도솔암과 미황사가 땅끝에서 멀지 않다. 자동차로 20~30분 거리다. 도솔암에서는 해남은 물론 서남해의 장쾌한 풍광을 내려다 볼 수 있다. 미황사는 봄볕만큼 고운 사찰이다. 도솔암과 미황사 ‘달마고도’로 연결된다.

달마산은 눈이 번쩍 뜨이는 산이다. 암봉들이 늘어선 능선이 공룡 등줄기에 솟은 거대한 비늘같다. 당당한 산세가 보는 이를 압도한다. 이름도 예사롭지 않다. 중국 선종의 시조인 달마대사와 연관이 있다. 조선의 지리서 ‘동국여지승람’에는 달마산을 ‘달마대사의 법신이 상주하는 산’이라며 고려후기에 중국 남송 사람들이 이곳을 찾아 예를 표했다고 전한다. 높지 않지만 땅끝에 우뚝 솟은 덕에 풍광이 장쾌하다. 특히 남서쪽 끝자락 도솔봉은 풍광이 아름답다고 현지인들이 꼽는 곳이다.
 

여행/ 도솔암
도솔암의 해넘이.


도솔봉 꼭대기에 도솔암이 있다. 암자에서 보는 풍광도 장쾌하다는 이야기다. 서남해 일대가 내려다 보이는데 바다와 섬과 들녘에 낮게 솟은 야산들이 절묘하게 어우러진다. 도솔암은 규모보다 절집 들어 앉은 위치가 기가 막힌 암자다. 깎아지른 암봉 틈에 제비집처럼 앉아 있다. 통일신라시대 의상대사가 창건했고 조선시대 정유재란 때 불탔다. 강원도 오대산 월정사의 법조스님이 2002년 터만 남은 자리에 불자들과 함께 목재와 흙기와를 지고 날라 32일 만에 법당을 완성했다는 이야기는 유명하다. 송지면 마봉리 임도를 따라 도솔봉 중계탑을 찾아가면 도솔암 들머리가 나온다. 이곳에서 능선을 따라 약 20분 걸으면 도솔암이다.
 

여행/ 미황사 대웅보전
단청이 바랜 미황사 대웅보전. 뒤로 달마산이 병풍처럼 에둘렀다.
여행/ 미황사 대웅보전
미황사 대웅보전 주춧돌에 새겨진 게 형상.


달마산 북서쪽 기슭의 미황사는 통일신라 때 지어졌고 조선시대 정유재란 때 불 탔다. 여러차례 중수를 거쳐 지금의 형태가 됐다.

미황사는 볼거리가 많은 사찰이다. 우선 단청이 바랜 대웅보전(보물 제947호)이 예쁘기로 이름났다. 1754년 건물 중수 때 마지막으로 단청이 칠해졌다. 장식과 함께 가람을 보존하기 위한 목적으로 단청을 칠한다. 미황사 관계자는 “보길도에서 수백년 된 느티나무를 가져와 대웅보전을 지었다. 여느 나무보다 강하기 때문에 250여년간 단청을 칠할 필요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속살을 오롯이 드러낸 오래된 건물은 숨 멎을 듯 경건하다. 혹자는 그래서 미황사를 “사찰다운 사찰”이라고 말한다.

대웅보전 기둥 주춧돌에 새겨진 게, 거북이 형상도 흥미롭다. 창건설화와 관련이 깊다. 인도에서 경전과 부처상을 싣고 달마산 인근 사자포구에 한 척의 배가 닿았다. 여기에 화엄경과 법화경 등이 실려 있었다. 이것이 계기가 돼 미황사가 들어섰다. 대웅보전은 배를 상징하는 것이다. 바다에 사는 게와 거북이도 그래서 새겼다. 용을 새긴 주춧돌은 있지만 게와 거북이를 새긴 곳은 드물다. 대웅보전 천장에 범어로 쓰인 글자와 일천불의 벽화도 수작으로 꼽힌다.
 

여행/ 미황사 부도전
미황사 부도전.
여행/ 미황사 부도
미황사 부도. 독특한 문양이 돋보인다.


부도전도 빼놓을 수 없다. 미황사 부도는 그 자체가 예술작품이다. 부도 벽에 새겨진 문양 중에 독특한 것이 많다. 문짝도 있고 게와 거북의 형상도 보이고 기이한 형태의 용의 모습도 새겨져 있다. 미황사 경내에서 사위 한갓진 임도를 따라 15분쯤 걸어가면 부도전이다. 이 길도 참 예쁘다. 나무가 울창하고 이 사이로 바다도 볼 수 있다.

부도전 옆으로 난 길을 따라가면 도솔암이 나온다. 이 길은 ‘달마고도’ 중 일부다. 미황사에 전해 내려오는 12개 암자를 연결해 길을 낸 것이 달마고도. 달마산 7부 능선을 에두르는 둘레길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총 길이 17.74km, 4개 코스로 이뤄졌는데 이 가운데 미황사와 도솔암을 연결하는 4코스(약 5km)가 백미로 꼽힌다. 길은 편백나무 숲을 지나고, 돌작밭인 너덜을 지나 도솔암으로 이어진다. 경사가 대체로 완만해 걷기에 부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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