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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추적] “대구·경북 봉쇄? 선거때 보자”

[뉴스추적] “대구·경북 봉쇄? 선거때 보자”

기사승인 2020. 02. 26.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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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ㆍ경북 방향 버스 운행 중단<YONHAP NO-4077>
26일 오후 경기도 수원버스터미널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대구·경북 방향 버스 감회·운행 중단 안내문이 붙어 있다./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방지 대책 과정에서 나온 더불어민주당의 ‘대구·경북(TK) 최대 봉쇄조치’ 발언에 대한 파장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봉쇄 발언의 당사자인 홍익표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26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홍 수석대변인은 “단어 하나도 세심하게 살펴야 함에도 대구·경북의 주민들께 상처를 드리고 국민의 불안감도 덜어드리지 못했다”면서 “책임을 지고 수석대변인에서 물러나겠다. 질책을 달게 받겠다”고 사과하고 대변인직을 사퇴했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도 이날 당 회의에서 “고위 당·정·청 협의 결과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적절하지 못한 표현으로 심려를 끼쳤다”면서 “감염 차단을 의미하는 말이지만 용어 선택에 부주의했다”고 다시 한 번 사과했다. 이 원내대표는 “일상의 위협과 두려움이 있는 시·도민의 절박한 심정을 충분히 헤아리지 못했다. 송구스럽다”고 재차 자세를 낮췄다.

홍 수석대변인은 지난 25일 방역 대책을 언급하면서 “특히 대구와 경북은 특별관리지역으로 지정해 통상의 차단 조치를 넘는 최대한의 봉쇄 정책을 시행한다”고 말했다. 브리핑 후 봉쇄라는 표현을 두고 반발이 거세지자 민주당은 문자를 통해 “지역 출입 자체를 봉쇄한다는 의미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문재인 대통령까지 “코로나19 전파와 확산을 최대한 차단한다는 뜻”이라며 수습에 나섰다.

하지만 대구·경북 주민들 사이에서는 정치권에서 ‘봉쇄’라는 단어를 사용한 데 대해 격앙된 반응이 계속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집권 여당에 대한 민심 이반까지 감지될 정도로 부정적 기류가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대구에 거주하는 20대 김모씨는 이날 “코로나 사태가 심각해지면서 자극적인 합성사진도 나오고 특정 지역 혐오 정서가 확산되고있다”면서 “가뜩이나 불안한데 봉쇄라는 표현이 가당키나 한 것이냐”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대구시민들 “버려진 기분마저 든다…하루하루 악화돼 가는 상황 절망”

30대 최모씨는 “봉쇄라는 단어를 듣고부터 공포와 불안감이 더 가중되고 있다”면서 “대구발 코로나라는 단어 등의 사용과 함께 지역 혐오는 이미 심각한 상태다. 사실상 잠정적으로 봉쇄당한 느낌”이라고 바판했다.

30대 현모씨는 “봉쇄라는 단어 자체가 주는 부담감 및 거부감을 지울 수가 없다”면서 “정부가 앞장서서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하루하루 악화돼가는 상황이 절망스럽다”고 성토했다. 현씨는 “중국인 입국 금지를 시행하고 자국민을 더 엄격히 보호해줬으면 좋겠는데 중국 눈치만 보는 것 같아서 속상하다. 버려진 기분마저 든다”고 정부·여당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은 여권의 코로나19 설화를 비롯해 걷잡을 수 없이 사태가 확산되자 파상공세를 이어갔다.

황교안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영입인재 환영식 후 “봉쇄를 해야 할 것은 대구가 아니다”라면서 “중국으로부터 우리나라에 들어오는 전염병을 확산시킬 수 있는 그런 분들에 대해서 봉쇄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황 대표는 “이 부분(대구 봉쇄 발언)에 관해선 정말 당사자는 물론이고, 그 감독 책임이 있는 분들이 국민에게 납득할 수 있도록 잘 설명하고 사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구경북 봉쇄조치’ 후폭풍에 박능후 “중국서 온 한국인이 원인” 논란 증폭

집권 여당인 민주당의 ‘대구·경북(TK) 최대 봉쇄조치’ 발언 논란이 채 가시기도 전에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의 26일 발언이 또다른 논란의 도화선이 됐다. 박 장관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사태의 원인을 ‘중국에서 들어온 한국인’으로 지목해 거센 논란을 촉발시켰다. 여당 내부에서조차 총선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박 장관은 이날 코로나19 사태 확산과 관련해 “가장 큰 원인은 중국에서 들어온 한국인이었다”면서 “애초부터 중국에서 들어온 우리 한국인이라는 뜻”이라고 말해 거센 논란이 됐다.

이에 대해 이만희 미래통합당 원내대변인은 논평에서 “발병국 중국의 눈치를 보며 중국인 입국 제한에 미온적이었던 정부의 책임을 국민에게 떠넘기는 것일 뿐 아니라 국내 첫 코로나 확진자가 중국인이었다는 사실도 무시한 국민 기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 원내대변인은 “문재인 정권이 거듭 국민의 상처를 후벼 파고 있어 안 그래도 실의에 빠진 국민들을 더욱 분노와 좌절로 몰아넣고 있다”면서 “무책임한 언동으로 국민을 모욕한 데 대해선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윤경 청년부대변인은 “실로 우리 국민 가슴에 못을 박는 망언”이라면서 “이제 코로나 19 사태에 대해 신천지 탓, 대구 탓을 넘어 우리 국민 탓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부대변인은 “이제 중국인이 내 편, 한국인이 네 편이라 한다”라면서 “코로나 19 사태에 무한 책임이 있는 문 대통령은 방역 실패에 대해 사죄하고 국민 가슴에 대못을 박은 박 장관을 당장 경질하라”라고 촉구했다.

정의당도 강도 높게 비판했다. 강민진 대변인은 구두 논평을 통해 “코로나 19의 발원지가 중국임을 배제하고 감염 피해자인 자국민에게 책임을 돌리는 듯한 인상을 주는 경솔한 발언”이라면서 “보건 방역 책임자로서 앞으로 좀 더 신중하게 발언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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