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투데이 로고
[취재뒷담화] 이재용 시안行, 시진핑 마음 사기 위한 포석?

[취재뒷담화] 이재용 시안行, 시진핑 마음 사기 위한 포석?

기사승인 2020. 05. 20. 17:46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톡 링크
  • 주소복사
  • 기사듣기실행 기사듣기중지
  • 글자사이즈
  • 기사프린트
시안 시 주석의 정치적 기반…공장 증설은 선물
200518 시안 현장점검5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중국 산시성에 위치한 삼성전자 시안반도체 사업장을 찾아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제공=삼성전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최근 미국 정부의 화웨이발 반도체 제재 발표 이후 즉시 중국 시안 반도체 공장을 찾았습니다. 이 부회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중국을 방문한 첫 글로벌 경영인입니다. 이 부회장은 3일 남짓 짧은 중국 출장을 위해 세 차례나 코로나19 검사를 받았습니다. 또한 지정된 호텔에 갇힌 채 코로나19 진단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려야 했습니다. 번거로움과 감염 위험까지 감수하고 시안으로 향한 것은 다 이유가 있겠죠. 원활한 반도체 공급과 지속적인 투자를 원하는 중국 당국에게 이 부회장의 현장 방문만큼 안심스러운 일은 없을 것입니다. 내부적으로 치밀하게 고민한 행보로 보입니다.

사실 삼성은 시안에 남다르게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중국에 있던 삼성 공장 대부분은 베트남으로 이전했지만 최후까지 남겨놓을 곳은 시안 공장입니다. 경영상 판단도 있지만 더 깊은 속내는 절대권력을 지닌 시진핑 주석에 대한 배려로 보입니다.

시안은 시 주석의 정치적 근거지입니다. 태자당 출신인 시 주석의 출세 발판은 혁명원로이자 부총리를 지낸 아버지 시중쉰입니다. 시안 출신 빨치산 대장였던 시중쉰은 대장정 때 시안으로 피난 온 마오쩌둥을 지원하면서 혁명원로의 반열에 섰습니다. 시중쉰은 2002년 사망 후 우리의 현충원과 같은 베이징 혁명원로 묘지에 묻혔습니다. 그러나 시 주석에 의해 그의 묘는 2005년 고향인 시안으로 이장합니다. 그 이후 저장성 서기였던 시진핑은 몇년 후 공산당 파벌 다툼 속에 승리해 당서기 겸 국가 주석에 오릅니다.

중국인들의 사고와 문화는 우리와 많이 다릅니다. ‘삼국지’ 식의 암투가 많기에 기복(祈福)에 대한 기대도 크고 풍수지리에 대한 믿음도 생각 이상이지요. 부친묘를 화려하게 꾸미다가 정적들에게 묘를 도굴당한 상하이방의 거두 저우융캉의 사례는 유명합니다.

시 주석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지난해 중국 당국은 부동산 재벌 등이 지은 시안시 친링산맥 호화별장 1194채를 철거하고 1000여명을 조사했습니다. 명목은 자연보호법 위반이지만, 친링산맥은 시중쉰의 묘로 이어지는 기맥이 흐는 곳으로 이곳에 건축물을 짓는 건 기를 끊어 시 주석에게 해를 끼치는 ‘역모행위’로 해석됐다는 게 중국 내에선 유명한 얘기입니다.

호화별장 철거 사건은 풍수적인 이유를 떠나서 현지 정치세력을 단속하려는 시 주석의 전략일수도 있습니다. 시안은 그만큼 시 주석에게 중요합니다. 실제 공산당 서열 3위 중앙기율검사위 서기인 자오러지는 산서성 서기시절 시중쉰의 묘를 지금의 황제릉 형태로 꾸며서 시 주석의 눈에 들어왔다고 전해집니다.

삼성이 이런 배경을 모르지 않을 겁니다. 특히 이 부회장이 시안 공장을 증설할 경우 지역 고용은 자연스럽게 늘어나게 되고 시 주석은 고향에서 위신이 서게 됩니다. 중국 사람들의 체면 문화는 우리가 생각하는 그 이상입니다. 이 부회장은 한달 전 시안에 반도체 전문인력 200여명을 급파해 시안 2공장 증설 작업에 투입하는 성의를 보여줬습니다. 그 결과 이번 방문 때 이 부회장은 후허핑 산시성 서기로부터 추가 투자 관련한 보장 약속을 받아냈습니다. 이 부회장을 아버지를 잘 만나서 무임승차한 사람으로 평가하는 시선도 있습니다. 그러나 위험을 무릅쓰고 성과를 내는 이번 행보를 볼 때 이 부회장에게 쉽게 돌을 던질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clip20200520144150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아버지 시중쉰 전 부총리의 묘
후원하기 기사제보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