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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여행지가 된 학교...폐교의 재탄생

[여행] 여행지가 된 학교...폐교의 재탄생

기사승인 2020. 06. 02.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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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관광공사 추천 6월 가볼만한 곳
여행/ 고흥 연홍도 마을 골목길
벽화와 조각품이 여행객을 반기는 연홍도의 예쁜 마을 골목길/ 한국관광공사 제공


등골이 오싹해지는 공포영화에나 등장할 법한, 버려진 폐교(閉校)만 있는 것이 아니다. 운동장과 교실 구석구석을 새로 단장해 문화공간으로 변신한 폐교가 요즘은 제법 많다. 어떤 곳에서는 추억 속 학교의 감성이 고스란히 느껴지기도 한다. 사라지는 것은 안쓰럽기 마련, 그러나 새로 태어난 폐교는 마음을 기쁘고 즐겁게 만든다. 한국관광공사가 이런 곳을 6월에 가보라고 추천했다.
 

여행/ 삼척미로정원
삼척미로정원. 풀에서 투명카누 체험을 할 수 있다./ 한국관광공사제공


◇ 강원 삼척미로정원

강원도 삼척시 동안면에 삼척미로정원이 있다. 폐교를 손봐서 마을 정원으로 예쁘게 꾸몄다. 산책하기 좋고 아이들과 다양한 체험을 하면 시간도 잘 간다. ‘미로(未老)'는 늙지 않는다는 뜻이다. 운동장을 에두른 나무와 화사하게 핀 꽃을 구경하다 보면 늙지 않을 것 같은 착각도 든다. 녹음이 싱싱하고 애기원추리, 초롱꽃 같은 초여름꽃이 화사하게 피었다.

정원 한가운데 만들어진 풀(pool)에서는 투명 카누를 탈 수 있다. 정원과 풀을 넘나들며 개구리도 폴짝폴짝 뛰어다닌다. 두부 만들기 체험도 인기다. 미로면은 예부터 두부로 유명했다. 이곳에 신라시대 창건한 천은사라는 사찰이 있는데 관가에 두부를 만들어 납품하는 곳이었단다. 삼척미로정원의 미로주막식당에서 두부전골, 모두부, 청국장 등을 맛볼 수 있다. 여름에는 시원한 콩국수가 인기다. 삼척에 가면 근덕면의 삼척해상케이블카는 기억한다. 바다 위 약 870m 구간을 가로지른다. 삼척은 바다도 예쁘다.
 

여행/ 홍천아트캠프
홍천아트캠프. 단체여행객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면서 가족단위 여행자도 알음알음 찾아온다./ 한국관광공사 제공


◇ 강원 홍천아트캠프

강원도 홍천군 내촌면에 있는 홍천아트캠프는 폐교를 리모델링해 만든 숙박·수련 시설이다. 동창회, 동문회, 기업 워크숍 장소로 입소문을 타면서 가족 단위 여행객도 알음알음 찾아온단다. 옛 학교의 모습이 잘 남아있다. 연주회와 전시회도 종종 열린다. 교실을 활용해 꾸민 숙소가 재미있다. 양쪽에 침상을 늘어놓아 군대 내무반 같은데 아이들이 참 신기해한다. 어른들은 군대 생활을 회상하기도 한단다. 부엌과 샤워실도 잘 갖춰져 있다. 운동장에는 카페와 바비큐 시설이 갖춰졌다.

운동장을 에둘러 커다란 은행나무와 밤나무가 서 있다. 가을에 노란 은행잎이 비처럼 날리는 풍경이 마치 영화 속 한 장면 같단다. 실제로 이곳은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일일드라마 ‘꽃길만 걸어요’에도 나왔다. 인근 내촌천은 여름 천렵과 낚시 명소다. 다슬기, 메기, 장어, 쏘가리가 많이 잡힌단다.
 

여행/ 영월미디어기자박물관
영월 미디어기자박물관에서 아이들이 방송기자 체험을 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 제공
여행/ 영월 미디어기자 박물관
영월 미디어기자박물관에서는 ‘1일 기자 체험’을 할 수 있다./ 한국관광공사 제공


◇ 강원 영월 미디어기자박물관

강원도 영월군 한반도면에 미디어기자박물관이 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기자(記者) 박물관이란다. 한국일보에서 사진기자로 근무했던 고명진 관장이 세웠다. 우리나라 미디어 역사에 관해 배우고 ‘1일 기자 체험’도 할 수 있다. 특히 프레스룸에서 진행되는 기자 체험이 반응이 좋다. 방송용 카메라와 마이크에서부터 기사 작성을 위한 타자기, 워드프로세서 등을 다뤄볼 수 있다. 드론을 이용한 항공촬영이 백미다. 방송 전문가용 드론은 조종하기 수월해 아이들도 쉽게 익힐 수 있단다.

옛날 신문을 보며 우리나라 현대사도 훑어보면 아이들 교육에도 도움이 된다. 1936년 베를린올림픽 마라톤에서 금메달을 딴 손기정 선수의 일장기 말소 사건에서 6월 민주항쟁에 이르는 현대사의 굵직굵직한 사건을 담은 신문들을 볼 수 있다.

‘6월 민주항쟁 사진전’도 열리고 있다. 태극기 앞으로 상의를 벗은 청년이 두 팔을 벌리고 뛰어가는 장면을 담은 ‘아! 나의 조국’은 AP통신이 선정한 ‘20세기 세계 100대 사진’에 선정됐고 중학교 사회교과서에도 실렸다. 이곳 고 관장이 기자 시절 촬영했다.

영월은 ‘박물관 고장’이다. 박물관, 미술관이 28개나 있다. 폐광으로 침체된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해 2000년대 초반부터 이를 적극 육성한 결과다. 민화·사진·동굴·화석·악기·지리·천문 등 테마도 참 다양하다. 몇 곳만 둘러봐도 알찬 여행이 된다.
 

여행/ 덕포진교육박물관
김포 덕포진교육박물관. 3학년 2반 교실에서 수업이 진행된다./ 한국관광공사 제공
여행/ 김포 덕포진교육박물관
김포 덕포진교육박물관을 설립한 이인숙(왼쪽), 김동선 선생님./ 한국관광공사 제공


◇ 경기 김포 덕포진교육박물관

경기도 김포시 대곶면의 덕포진교육박물관에는 1960~70년대 교실 풍경이 오롯이 남아 있다. 김동선, 이인숙씨 부부가 운영하는 사립박물관인데 교육자료와 전통문화 관련 전시물 7000여 점을 전시한다. 옛 국민학교(초등학교)에서 쓰던 이름표, 중·고등학교 학생증, 학교 배지, 성적표 등을 보면 추억이 새록새록 되살아난다. 1950~80년대 교과서와 참고서도 있다.

부부는 교사였다. 1990년에 아내 이씨가 교통사고로 시력을 잃었다. 남편 김씨는 ‘다시 학생들을 만나게 해주겠다’는 아내와 약속을 지키기 위해 퇴직금을 털어 박물관을 만들고 사고 전 아내가 담임을 맡았던 ‘3학년 2반’ 교실도 재현했다. 이 교실에서 두 사람은 수업을 진행한다. 학생은 방문객이다. 이씨는 풍금을 치며 학생들과 ‘섬집 아기’도 부른다. 옛날 책보를 매주고 학창시절 이야기를 옛날 이야기 들려주듯 풀어 놓는다. 흙먼지 날리는 운동장에서 축구와 술래 잡기를 하고 선생님 풍금 소리에 맞춰 노래하던 그 시절이 눈앞에 그려진다.
 

여행/ 고착 책마을해리
고창 책마을해리의 ‘책숲시간의숲’/ 한국관광공사 제공
여행/ 고창 책마을 해리
고창 책마을해리의 야외공연장 ‘바람언덕’/ 한국관광공사 제공


◇ 전북 고창 책마을해리

책마을해리는 전북 고창군 해리면 바닷가에 있다. 책과 출판 관련한 경험을 할 수 있는 복합문화 공간이다. 책 읽기는 물론 읽고 쓰고 펴내는 과정을 체험할 수 있다. 시인학교, 만화학교, 출판캠프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지금껏 선보인 책이 100여 권에 달한단다. 작년 봄에는 지역 출판의 미래를 모색하는 ‘2019 고창한국지역도서전’이 전북 지역을 대표해 이곳에서 열리기도 했다. 작가와의 대화, 영화 상영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해 축제처럼 치러냈다.

책마을해리는 동학평화도서관, 책숲시간의숲, 바람언덕, 버들눈도서관, 책감옥 등 여러 공간으로 구성된다. 기증받은 책 20만 권을 곳곳에 비치해 어디서나 책을 접할 수 있다.

책감옥은 일단 들어가면 책 한 권을 다 읽어야 나올 수 있는 곳이다. 앉은뱅이책상, 침대, 책장이 갖춰져 있고 문은 바깥에서 걸어 잠근다. 식사는 배식 구멍으로 넣어준다. 버들눈도서관은 어린이·청소년을 위한 서적이 비치된 곳이다. 기대기 좋게 군데군데 놓아둔 의자와 쿠션까지 편하게 뒹굴며 책에 빠져들기 좋은 환경을 갖췄다. 바람언덕에서는 소규모 공연과 영화제가 열린다.
 

여행/ 연홍도 골목 미술작품
고흥 연홍도 골목의 미술작품/ 한국관광공사 제공
여행/ 고흥 연홍미술관
고흥 연홍미술관/ 한국관광공사 제공


◇ 전남 고흥 연홍미술관

전남 고흥군 연홍도는 섬 자체가 미술관이다. 그림과 조형물이 길목마다 여행객을 반긴다. 선착장과 맞닿은 담장은 마을 사람들이 살아온 세월을 담은 연홍사진박물관으로 꾸며졌다. 졸업, 여행, 결혼 등을 기념해 찍은 사진으로 제작한 타일이 벽을 채웠다. 고흥 거금도 출신 프로레슬러 ‘박치기 왕’ 김일의 벽화도 있다. 그의 제자 두 명이 연홍도에 거주했는데 이 가운데 한 명이 송강호 주연의 영화 ‘반칙왕’(2000)의 모델이란다. 마을 골목에도 조개껍데기, 해초, 부표, 뗏목 조각 등으로 만든 예술작품이 천지다. 섬사람의 일상이 훌륭한 소재가 된다. 이 때문에 연홍도는 2015년에 전라남도가 선정한 ‘가고 싶은 섬’에 이름을 올렸다. 2017년부터 ‘지붕 없는 미술관’ 프로젝트가 진행되며 예술의 섬으로 알려졌다.

이토록 예쁜 섬에 예술의 싹을 틔운 곳이 연홍미술관이다. 폐교를 개조해 2006년 문을 열었다. 교실은 전시공간과 갤러리카페로 변신했다. 운동장에도 정크아트 작품이 가득하다. 거금도 신양선착장과 연홍도를 오가는 배가 하루 7회 운항한다. 왕복 도선료 2000원, 섬 탐방비 어른 3000원, 어린이 1000원은 별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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