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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만료’ 앞두고 하반기에 승부수 거는 4대 은행장

‘임기만료’ 앞두고 하반기에 승부수 거는 4대 은행장

기사승인 2020. 06. 0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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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말, 내년초에 임기 모두 만료
허인 행장, 글로벌 네트워크 확대
진옥동 행장, 고객 신뢰회복 앞장
지성규 행장, 비이자이익 확대나서
권광석 행장, 조직안정·수익 방어
4대 은행장 하반기 승부수
올해 하반기는 주요 은행장들이 연임을 위한 ‘승부수’를 띄우는 시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국내 4대 은행장의 임기가 올해 말과 내년 초 모두 만료되기 때문이다.

올 들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실물경기가 위축된데다 금리도 제로금리 수준까지 떨어졌다. 은행의 높은 성장세에도 제동이 걸린 셈이다. 하지만 이들 은행장은 은행의 건전성 관리와 수익성 확대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야 한다. 위기 속에서 각자의 능력을 발휘해 성과를 보여야 순탄한 연임 가도를 달릴 수 있기 때문이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은행 은행장 가운데 가장 먼저 임기 만료가 돌아오는 것은 허인 KB국민은행장이다. 허 행장은 지난해 한 차례 연임에 성공했지만, 올해 하반기 글로벌 부문이나 자산관리(WM) 등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면 재연임도 기대할 수 있다.

국민은행은 국내에서는 ‘리딩뱅크’지만 글로벌 부문은 상대적으로 뒤쳐진 편이다. 허 행장은 남은 임기 동안 이를 극복하기 위해 캄보디아 프라삭마이크로파이낸스 영업을 본격화하는 한편, 연말께 있을 미얀마 법인 설립 본인가 취득에도 힘쓸 것으로 보인다. 유상증자로 인도네시아 부코핀은행 최대주주로 올라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지난달 조직개편에서 글로벌사업부와 IT글로벌개발부를 신설한 것도 허 행장이 해외M&A와 디지털 공략에 속도를 낼 것이라는 점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WM사업 강화도 허 행장이 주력하는 부분이다. 최근 은행권을 뒤흔든 파생결합펀드(DLF)와 라임 사태에서 비껴서 있어 다른 은행보다 상대적으로 파생상품 리스크 관리에 강점을 나타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분기 주요 시중은행들이 모두 사모펀드 부실 사태로 상품 판매가 위축된 가운데 국민은행만 유일하게 13.7% 증가한 1330억원의 WM부문 수수료 이익을 거뒀다. 하반기에는 이 격차를 더욱 벌려나갈 계획이다.

진옥동 신한은행장의 임기는 올 연말까지다. 진 행장은 하반기 고객신뢰회복 및 여신 건전성 확보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고객의 신뢰를 받는 은행으로 거듭날 것을 강조해왔다. 지난 2월 있었던 상반기 경영전략회의에서도 “영업전략 추진에 앞서 소비자보호·준법·내부통제가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신한은행은 올해 순이익 목표를 전년 대비 10%가량 낮췄다. 수익성 확대보다는 고객 신뢰 회복에 주력하겠다는 전략이다.

진 행장은 핵심평가지표에서 지나친 경쟁 요소를 삭제한 ‘같이 성장 평가제도’를 도입했다. 고객에게 투자위험 안내를 제대로 하지 않은 영업점의 펀드 판매를 제한하는 ‘투자 상품 판매 정지제도’와 취약계층 방문 빈도가 높은 영업점은 성과평가에서 제외하는 ‘고객 중심 영업점’ 등 고객 보호를 위한 실험적 제도를 꾸준히 도입하고 있다.

지성규 하나은행장도 임기 만료를 앞둔 만큼 올해 하반기가 중요하다. 지 행장은 취임 초반부터 글로벌과 디지털을 ‘양 날개’라고 표현하면서 이를 통한 하나은행의 도약을 꾀했다. 지난해 11월 베트남 1위 국영상업은행 베트남투자개발은행(BIVD) 지분을 취득하면서 매년 1000억원가량의 순익을 올릴 수 있는 발판도 마련했다.

남은 하반기에도 지 행장은 글로벌과 디지털을 기반으로 비이자이익 확대에 더욱 속도를 낼 전망이다. 최근 하나금융은 신한금융과 글로벌시장에서 동반성장을 위해 동맹을 맺었는데, 이 역시 지 행장의 역할이 컸다. 또한 해외 현지에서도 디지털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다른 은행들과 차별화를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권광석 우리은행장은 상대적으로 짧은 1년 임기를 받아 내년 3월 임기가 끝난다. 우리금융 이사회는 권 행장에게 흔들리는 조직을 다잡으라는 강한 메시지를 짧은 임기로 전한 셈이다. 우리은행은 최근 DLF와 라임 사태 등 여러 굵직한 사건에 휘말리면서 내부 직원들도 동요하는 분위기였다. 따라서 권 행장의 하반기는 조직을 안정시키고 수익성도 끌어올려야 하는 중요한 시기다.

권 행장은 많이 벌어져 있던 당국과의 관계도 개선해야 한다. DLF 사태 이후 우리금융은 금융당국과 다소 불편한 관계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에 넓은 인맥과 소통능력을 자랑하는 권 행장의 역할론이 대두되고 있다. 또한 권 행장은 직속 부서를 통해 WM과 기업금융(IB)을 결합한 새로운 사업을 추진하면서 수익성 방어를 위해서도 노력하고 있다.

이처럼 4대 은행장들은 연임에 도전하는 등 본인의 다음 행보를 위해서라도 하반기엔 높은 경영성과를 내야 한다. 하지만 코로나19 여파로 경영환경이 녹록지 않기 때문에 하반기 성적이 이들 은행장의 실력 검증의 잣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 관계자는 “올해 하반기는 은행장들이 코로나19에 따른 리스크 관리도 탄탄히 해야 하지만, 무엇보다 경영성과를 내야 하는 상황”이라며 “하반기 성적표가 어떻게 나오냐에 따라 이들이 다음 행보를 기대할 수 있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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