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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항생제 내성 해결을 위한 국제 공동노력, 원헬스(One Health)를 위한 도약

[칼럼] 항생제 내성 해결을 위한 국제 공동노력, 원헬스(One Health)를 위한 도약

기사승인 2020. 01. 1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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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의경 처장님 프로필 사진
이의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
고대 그리스 의사인 히포크라테스는 그의 저서 ‘공기, 물, 장소에 관하여’에서 공중보건과 깨끗한 환경이 밀접하게 관련이 있다고 주장했다. 원헬스(One Health)란 항생제 내성관리, 인수공통감염병관리, 식품 위생 등의 문제해결을 위해 사람, 동물, 환경에 대한 통합적 프로그램, 법률, 연구 등을 설계하고 구현하는 접근법이다.
항생제는 세균성장을 억제하거나 차단하는 물질로, 사람과 동물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세균으로 인한 감염에 맞서 싸울 수 있도록 돕는 약이다. 그러나 식품의 원료가 되는 농축수산물에 항생제가 오·남용되는 경우, 항생제 내성균이 발생할 수 있다. 세균도 스스로 유전자를 변형시키면서 항생제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것이다. 가축에게 사용한 항생제는 우리가 먹는 고기나 유제품 등을 통해 항생제 내성균으로 다시 사람에게 되돌아온다.
또한 가축의 분변을 통해 작물이나 물이 내성균에 오염되어 사람에게 돌아오기도 한다. 항생제 투여로 하나의 개체를 건강하게 키울 수는 있지만 그 이후 초래되는 결과는 동물에만 머물지 않는다. 인간, 동물, 환경은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항생제 내성과 같은 우려는 인간, 동물, 환경 모두에게 영향이 미칠 수밖에 없다.
‘원헬스를 위한 한단계 도약’을 목표로 지난 12월9~13일 강원도 평창에서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코덱스) 제7차 항생제내성특별위원회가 열렸다. 44개국 대표들과 유엔식량농업기구(FAO), 세계보건기구(WHO). 세계동물보건기구(OIE) 등 200여명이 한자리에 모여 식품유래 항생제 내성을 관리하는 국제규범에 대해 논의했다.
WHO 헤일예수스 게타훈 박사는 “항생제 내성은 현재뿐 아니라 미래를 위해 관리하지 않으면 인류가 지난 세기동안 일구어낸 모든 것을 무력화시키는 무서운 재앙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쿠 동유 FAO 사무총장은 “항생제 내성은 인체보건, 지속가능한 식품생산에 있어 기본적이며 장기간의 위협이 될 것”이라는 2016년 반기문 UN 사무총장의 연설을 강조하며, 항생제 내성 해결을 위한 국제규범 마련의 중요성을 재차 확인하고 이번 회의의 가치를 강조했다.
우리나라는 특별위원회 의장국으로 2017년부터 회의를 개최하고 있다. 이 특별위원회는 2020년까지 식품유래 항생제 내성의 위해 관리를 위한 두 가지 국제규범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첫 번째는 식품유래 항생제 내성의 최소화 및 확산방지를 위해 식품의 생산, 유통, 소비 등 식품공급망 내 모든 이해관계자들이 지켜야 하는 규범이다. 두 번째는 국제적으로 조화로운 식품분야 항생제 사용량과 항생제 내성을 통합 모니터링 하는 지침을 제정하는 것이다.
이번 회의에서는 특히 실행규범의 적용범위에 대한 논의가 뜨겁게 이뤄졌다. 적용범위를 ‘사람 치료에 중요한 항생제’로 한정하자는 국가들과 ‘모든 항생제’를 대상으로 해야 한다는 국가들의 입장이 첨예하게 갈렸다. 우리나라는 의장 발언을 통해 항생제 내성 해결의 시급성과 국제적 실행가능성, 신속하게 작업을 완료해야 한다는 점을 회원국들에게 호소했다. 브라질 등 일부 국가들의 지지 발언이 이어졌다. 결국 식품분야에서 ‘사람 치료에 중요한 항생제’를 우선적으로 신중하고 책임 있게 사용해야 하는 내용으로 극적으로 합의가 이뤄졌다. 항생제 내성 해결을 위해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행동할 때라는 정서적 가치의 메시지를 주어 마음을 움직이는 협상 전략이 통한 것이다. 또한 이는 우리나라가 의장국으로서 물밑에서 미국, 유럽연합, 칠레, 브라질 등 논의 주도국들과 긴밀하게 사전에 협의하고 설득한 결과였다.
이번 회의를 통해 원헬스 접근법의 식품유래 항생제 내성 위해관리를 위한 최초의 국제규범안을 마련하고, 국가별로 상이한 항생제 사용, 항생제 내성 모니터링 방법을 국제적으로 조화롭게 하는 지침안을 마련하는 성과를 거뒀다. 가야할 길이 멀다. 국제규범의 마련도 중요하지만 실천이 더 중요하다. 국제규범 탄생까지는 1년이 남았다. 그때까지 우리 정부와 농축수산물 업계는 어떤 준비를 해야 할지 다시 한 번 점검해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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