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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반도체 위기?… 8일 실적 발표가 분수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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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현 기자

승인 : 2024. 10. 03. 17:56

연초 흑전·실적 회복에도 우려 잇따라
주가 하향세… 장중 5만원대까지 하락
공급 과잉·수요 위축 업황 위기 더해
올 상반기 삼성전자 반도체 실적은 가파른 회복세를 보였다. 반도체 경기가 최악이던 지난해와 달리 연초부터 흑자전환을 이뤄냈고, 2분기에는 6조4500억원의 영업이익도 달성했다. 전사(全社) 영업이익의 62%를 반도체로 벌었다. 그런데 최근 삼성전자 반도체를 향한 우려가 잇따른다. 위기설도 심심찮게 나온다. 위기설의 진원은 한 해외 투자은행(IB)이 펴낸 보고서다. 내년 글로벌 빅테크들의 AI(인공지능) 투자가 줄면서, HBM(고대역폭 메모리) 과잉 투자 우려가 있다는 분석이 불을 지폈다.

설상가상으로 주가 흐름도 좋지 않다. 지난 2일 주가는 1년 9개월여 만에 장중 5만원대까지 떨어졌다. 경영진과 임원진의 자사주 매입에도 좀처럼 반등의 불씨를 살리지 못하는 형국이다. 반도체 위기설은 진짜일까, 아니면 과도한 우려일까. 삼성전자 측은 "위기가 아니었던 적이 언제 있었느냐"고 항변하지만, 현장에선 "분위기가 좋지 않다"는 얘기도 적지 않다. 위기설이 증폭될지, 사그라질지 여부는 오는 8일 발표되는 3분기 잠정 실적이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엇갈린 반도체 업황 전망

현재 삼성 반도체 위기설이 불거지는 배경은 글로벌 반도체 업황에 대한 우려다. 모건스탠리는 AI 서버용 메모리 성장세가 둔화될 것이라고 점친다. 미국 주요 빅테크 기업들의 AI 투자가 내년에 줄어들 것이란 게 근거다. AI 투자가 줄면 HBM 수요가 줄고, 그 여파가 메모리 3사(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에 미칠 것이란 얘기다. PC와 스마트폰용 범용 메모리 수요가 생각보다 늘지 않는 것도 이런 전망의 배경이다. 시장조사업체 D램 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 9월 30일 기준 PC용 범용 D램의 평균 고정거래 가격은 전월 대비 17.07%, 낸드플래시 평균 고정거래 가격은 전월 대비 11.44% 하락했다.
반면 과도한 우려란 시각도 적지 않다. 우선 지난달 27일 마이크론이 월가 전망치를 웃도는 '깜짝 실적'을 기록했다는 게 이런 시각을 뒷받침한다. 마이크론 실적은 6∼8월 집계 기준이지만, 통상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3분기 실적도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9월 반도체 수출액이 전년 동월 대비 37% 증가해 역대 최고치를 경신한 것도 시장의 우려가 과도한 것 아니냐는 해석을 가능케 한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도 '내년 HBM 공급 과잉' 우려가 과도하다는 분석을 최근 내놨다. 트렌드포스는 "내년 D램 시장이 꺾이지 않을 것이란 전망을 유지하고, HBM은 내년에 전체 D램 비트 생산량의 10%, 전체 D램 수익의 30%를 웃돌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 반도체 경쟁력 약화?

반도체 업황에 대한 부정과 긍정이 혼재된 가운데, 삼성 반도체에 대한 평가는 유독 가혹하다. 맥쿼리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종전 12만5000원에서 6만4000원으로 낮췄다. 시장조사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는 한 달 전 13조6606억원에서 최근 11조2313억원으로 낮아졌다.

이 같은 평가는 결국 HBM 경쟁력 때문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삼성전자는 AI 시장 확대로 부상한 HBM 시장에서 SK하이닉스에 주도권을 뺏긴 상태다. 엔비디아 납품도 늦어지고 있다. 김형준 차세대지능형반도체 사업단장은 "SK하이닉스는 AI가 활성화되기 전부터 향후 시장의 성장성을 내다보고 HBM 연구개발 투자를 해왔다"며 "같은 기간 삼성전자는 HBM 조직을 슬림화했기 때문에 지금 뒤처지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반도체 업계에선 삼성의 HBM에 대한 평가가 다소 박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에 비해 삼성의 HBM 기술 경쟁력은 선두기업과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안다"며 "엔비디아로의 HBM 공급은 시기의 문제일 뿐, 이르면 연내 성사될 가능성이 높다"고 귀띔했다.

◇"7년 외풍이 초래한 결과"

보다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작금의 상황이 반도체 사업 자체의 경쟁력 저하에 있다기 보다는 오랜 외풍(外風)에 시달리면서 삼성 특유의 빠른 결단과 과감한 투자 결정 시스템이 약화된 때문 아니냐는 지적이다.

재계 관계자는 "2014년 5월 고(故) 이건희 선대회장이 쓰러진 지 10년, 이재용 회장이 사법 리스크에 발목이 잡힌 지 7년이 되어 간다"며 "오랜 기간 경영 외적인 리스크에 휘둘리면서 삼성 특유의 경쟁력이 약화된 결과물이 이런 상황을 만들어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최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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