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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마한 파키스탄 전 총리 사위, 의회 연설서 ‘소수 종파 공격’…속내는?

낙마한 파키스탄 전 총리 사위, 의회 연설서 ‘소수 종파 공격’…속내는?

기사승인 2017. 10. 13. 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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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파키스탄 7뉴스 유튜브 영상 캡쳐
낙마한 나와즈 샤리프 전 파키스탄 총리의 사위이자 여당 파키스탄무슬림리그(PML-N) 소속 하원의원인 무함마드 사프다르가 최근 의회 연설에서 이슬람 소수파인 ‘아흐마디야(Ahmadiya)’ 교도들을 공격해 논란이 되고 있다. 의회에서 소수 종파를 공공연하게 공격하는 발언이 나올만큼 파키스탄의 종교적 보수화가 심각해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독일 매체 도이치벨레(DW)의 12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사프다르 의원은 지난 10일 하원 연설에서 아흐마디아 교도를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이들은 우리 파키스탄과 파키스탄의 헌법과 이데올로기에 위협으로 작용하고 있다”면서 이들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프다르 의원은 또한 파키스탄 의회가 아하마디야 교도들이 파키스탄 군에 입대하지 못하도록 금지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그들의 믿음은 알라신을 위한 투쟁(지하드)의 개념이 없는 거짓 종교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 ‘부패스캔들’서 시선 돌리기? 무슬림 보수파 표심 모으기?

파키스탄 내 진보주의자들은 사프다르의 발언에 대해 그가 자신의 부정부패 스캔들로부터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해 보수파 달래기 작전을 쓰고 있다면서 비판하고 나섰다. 지난 7월 샤리프 전 총리는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가 공개한 조세회피 폭로자료 ‘파나마 페이퍼스’에 자녀들이 해외로 재산을 빼돌린 정황이 포함돼 부패 혐의가 불거지며 결국 총리직에서 파면된 바 있다. 당시 사프다르 의원도 자신의 아내이자 샤리프 전 총리의 딸인 미리얌 나와즈와 함께 국가반부패청(NAB)의 조사 대상에 올랐다.

일각에서는 사프다르가 아하마디아에 반대하는 이유가 최근 창당된 신당 ‘밀리 무슬림 리그(MML)’의 부상과 관련이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일부 정치 전문가들은 MML이 인기를 얻자 사프다르가 강경 발언을 통해 자신의 지역구인 펀자브 주에서 보수파 무슬림 유권자들의 표를 되찾아 올 심산이라고 분석했다.

◇ 의회 연설서 공공연히 소수파 공격한 것에 대한 반발도

그러나 사프다르 의원의 발언에 대한 반발도 만만치 않다. 유명한 인권운동가인 아즈마 자한기르는 “전세계 어디에도 소수집단에 대해 그런 태도로 말하는 사람은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우리가 지금 샤프다르의 발언을 문제삼지 않으면 (소수자들을 공격하는) 이러한 사람들이 대다수가 돼버릴 것”이라고 그녀는 덧붙였다.

이러한 시민사회의 비판 때문인지 전임 샤리프 정부에서 기획개발부 장관을 지낸 아샨 이크발 내무장관도 트위터에 “의회에서 소수자에 대한 ‘헤이트스피치(혐오발언)’이 나온 것은 비극적인 일”이라면서 “파키스탄은 모든 소수자를 존중한다”고 밝히는 등 사프다르의 발언과 선을 긋는 태도를 보였다.

jj
사진출처=/아샨 이크발 트위터 캡쳐
◇ 파키스탄 종교적 보수화 심화되는 추세…정부는 묵인?

지난 10년간 파키스탄에서는 이슬람 극단주의가 상당히 세를 얻어 왔다. 탈레반을 포함한 이슬람 극단주의자 집단이 파키스탄을 엄격한 종교법인 ‘샤리아(이슬람 율법)’에 의해 지배되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목표 하에 소수파를 공격하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아흐마디아교는 19세기 펀자브에서 굴람 아흐마드(1835∼1908)가 창시한 종파로 이슬람의 한 분파를 자처하지만 수니파 등 파키스탄 주류 이슬람에서는 이단으로 여겨지고 있다. 1974년 파키스탄 헌법은 아흐마디아교를 이슬람이 아니라고 명시했으며 이후 아흐마디야 교도들은 종교적·사회적인 차별을 받아왔다. 파키스탄 최초의 노벨상 수상자인 고 압두스 살람(1979년에 노벨물리학상을 공동 수상) 교수가 아흐마디아 교도라는 이유로 역사책이나 과학책 등에서 삭제되는가 하면 지난해 12월에는 무슬림 극단주의자 수천명이 아흐마디야 종파의 모스크를 조직적으로 공격해 모스크의 기구들을 불태우고 사람들을 공격해 부상을 입히기도 했다.

그러나 영국 런던에 거주하는 학자 아민 무갈은 파키스탄의 아흐마디야 박해는 종교적인 이유보다는 정치적인 목적이 더 강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아흐마디야 교도는 한때 파키스탄 내에서 비교적 강한 세력을 형성한 바 있다”면서 “다수파 무슬림인 수니파는 이들에게 위협을 느껴 국정에서 배제하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인권운동가인 바시르 나비드는 파키스탄 정부가 이런 이슬람 극단주의자의 배후를 지켜주면서 이들의 소수파 공격을 사실상 묵인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정부는 이슬람 원리주의자들과 보수파를 달래려는 것”이라면서 “파키스탄이 종교적 소수파에 대한 증오를 부추기는 정책을 계속하며 원리주의자들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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