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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전실 해체 3년, 멈춰 선 삼성금융 ③] ‘불안한 1등’ 삼성화재, 경쟁사 추격에 시장 지배력 약화

[미전실 해체 3년, 멈춰 선 삼성금융 ③] ‘불안한 1등’ 삼성화재, 경쟁사 추격에 시장 지배력 약화

기사승인 2019. 10. 2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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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점유율 23%…매년 하락세
車보험 손해율에 수익성 감소 영향
당기순익·주가도 45%·17% 떨어져
공격적인 영업에도 실적 방어 못해
'2030세대' 겨냥한 상품 개발하고
투자이익 원천 다변화 시장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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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보업계 1위’ 삼성화재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1등 삼성’ 브랜드 인지도와 자본력으로 선두를 지켜왔지만, 의사결정 정점에 있던 미래전략실이 해체된 뒤 독주체제에 비상등이 켜졌다. 컨트롤타워 부재로 금융계열사간 시너지를 내지 못하면서 성장에 한계를 보이고 있다. 실적 하락과 경쟁사들의 추격으로 시장점유율(원수보험료 기준)이 매년 줄고 있다. 2017년과 비교해 올해 45% 이상 순익이 감소했고, 주가도 하락세다. 기업 경쟁력과 시장 지배력이 약화되고 있다는 얘기다.

‘영업통’인 최영무 사장의 취임 후 경영 키워드 역시 ‘점유율’이었다. 보수적이고 방어적인 경영 방식에서 벗어나 공격적 영업에 나섰다. 제한된 시장에서 규모를 키우고 고객을 경쟁사에 뺏기지 않기 위해서다. 10년 만의 장기인보험 보장성 보험료 인하, 디지털보험서비스 강화, 중소형사들이 자리잡던 틈새시장 진출 등이 대표적 예다.

이 같은 행보에 대한 우려도 있다. 양적 경쟁은 비용부담과 불완전 판매 증가 등 리스크가 뒤따르기 때문이다. 중장기적 관점에서 출혈경쟁을 지양하고, 계열사 ‘협업’ 등을 통한 상품 차별화로 독자적인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중점을 둬야 한다는 분석이다.

27일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삼성화재의 원수보험료 기준 시장 점유율은 23.7%다. 2016년 25%에서 2017년 24.5%, 2018년 24%로 매년 지속 하락하는 추세다. 삼성화재의 포트폴리오는 전체의 65%가 장기보험, 자동차보험 27%, 일반보험 8%로 구성돼 있다.

점유율이 떨어진 데는 업황 둔화와 자동차보험 손해율 악화로 수익성이 줄었기 때문이다. 지난 6월 말 기준 당기 순익은 4261억원으로 2017년(7798억원)과 비교해 45% 감소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6148억원으로, 2017년(1조237억원)에 비해 40% 줄었다. 지난 8월 말 기준 삼성화재의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92.6%로 적정 수준인 77~78%를 훨씬 웃돌았다. 손해율이 100을 넘으면 보험료를 다 받아도 손해액을 충당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실적이 나빠지자 주가도 떨어지고 있다. 2017년 2월 1일 26만8500원에서 지난 25일 기준 17%가 빠졌다.

특히 경쟁사들이 독주에 제동을 걸었다. 삼성화재의 자동차보험 점유율은 2017년 말 30.2%에 달했지만 2018년 3분기 28%대까지 떨어졌다. 2·3위인 현대해상과 DB손해보험이 비대면 채널을 강화하며 19~20%대를 기록, 점유율 격차를 좁히고 있다. 점유율 30%대 회복을 위해 최 사장은 지난 1월 업계 최저 인상률(3%)을 책정했다.

중소형 보험사들 사이에서 ‘틈새시장’으로 여겨져온 단기 자동차보험 시장에도 뛰어들었다. 차를 보유하지 않은 젊은 고객이 주요 고객층이며, 보험료가 낮은데다 모바일로 쉽게 가입할 수 있다. 그동안 유지해온 보수적 영업 방향을 바꾼 것이다. 기존엔 소비여력이 있는 4050세대를 중심으로 일반적 보험을 판매하는 데 집중했고, 보험료도 비싼 편이었다. 지난 6월엔 신규 보험 계약고객을 대상으로 포인트 제도를 신설했다. 다양한 혜택 제공을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이 역시 고객 유치를 위한 차원으로 해석됐다.

자동차보험에서 실적 방어가 어려워지자 수익성이 좋은 장기인보험 확대 전략을 세웠지만 이 역시 선두 자리를 위협받고 있다. 업계 5위인 메리츠화재가 2017년부터 설계사에게 최고의 수수료를 지급하면서 1위 자리를 넘보고 있다. 실제 올해 월별 매출에서는 2·5·6·7월 4차례나 삼성화재를 앞섰다. 이에 삼성화재도 1위 수성을 위해 반격에 나섰다. 이달부터 장기인보험의 보장성보험료를 평균 15% 인하했다.

장기인보험은 암보험, 질병·상해보험 등 건강보험, 운전자보험, 어린이보험 등이 해당된다. 자동차보험이나 일반보험에 비해 수익성이 높은 보험으로 꼽힌다. 삼성화재가 신계약 경쟁에 따른 일시적 비용부담을 감수하더라도 장기 인보험 판매를 늘려 수익기반을 확대할 수밖에 없는 셈이다.

그러나 자칫 규모 중심의 성장에 집중할 경우 중장기적으론 수익성 악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점유율 확보를 위한 과당경쟁으로 사업비가 늘면서 실적 감소로 이어지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화재는 3분기 당기 순익이 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김헌수 순천향대학고 IT금융경영학과 교수는 “과거 손보사들이 불량 물건을 받으며 점유율을 키운 적 있다”며 “어떤 손보사든 점유율이 증가한다는 것은 영업이 확대된다는 것인데, 이 과정에서 불완전판매 등 리스크가 잘 반영되고 처리되는지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소비자 니즈변화를 고려한 차별화된 신상품을 개발, 삼성화재만의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과거처럼 삼성이란 브랜드 하나만 믿고 내세우기보다 소비자의 눈길을 끌만한 상품을 내놓을 수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성공적인 투자와 비용절감 또한 관건이다. 최 사장이 최근 카카오페이와 합작투자(JV)를 통해 디지털손해보험사를 설립하기로 한 이유이기도 하다.

삼성화재 한 관계자는 “앞으로도 전통보험시장을 유지 관리하는 동시에 기존에 하지 않았던 채널 부문을 확대해나갈 예정”이라며 “2030 세대를 타깃으로 한 다양한 상품들을 내놓고, 해외 사업 수익 구조를 안정화하는데 주력하며 자산운용 부문은 고수익 중심으로 자산 포트폴리오를 조정, 투자 이익 원천 다변화를 통해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에 대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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