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투데이 로고
[장용동 칼럼] 커지는 임대료 부담, 지불 거부 운동 번질 수도

[장용동 칼럼] 커지는 임대료 부담, 지불 거부 운동 번질 수도

기사승인 2020. 06. 04. 06:00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카카오톡 링크
  • 주소복사
  • 기사듣기실행 기사듣기중지
  • 글자사이즈
  • 기사프린트
장용동 대기자1
취약 계층을 위한 다양한 주거안정 노력을 일찍부터 기울여온 서유럽 및 북미 국가들의 발빠른 제도적 주거복지정책 도입은 주거 빈곤층의 집단적 행동 시발점이자 원동력이 된 것을 부인할 수 없다. 영국의 경우 1915년 글래스고 저임금 노동자들의 임대료 지불거부 대규모 시위(Glasgow Rent Strike)와 세입자 운동이 공공주택의 확대를 통한 주거복지정책 프로그램 개발을 적극화하는 계기가 된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집주인들이 이윤추구를 목적으로 임대료를 지속적으로 올리자 이를 감당하기 어려운 세입자들이 주거비 부담으로 큰 고통을 당하게 되었고 결국 임대료 지불을 거부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진 것이다. 이 같은 조류가 네덜란드를 비롯해 아일랜드, 러시아 등으로 확산되면서 영국은 주거복지 선진국이 된 것이다. 미국 역시 임대료에 불만을 품은 세입자들의 잇단 대규모 시위가 다양한 서민 주거복지정책을 서둘러 도입하는 단초가 되었다. 1907년 뉴욕 맨해튼지역에 거주하는 세입자들이 급격히 상승하는 임대료에 반기를 들고 시위를 벌인 이후 지난 1960~70년대의 뉴욕 할렘지구 집회가 지속되면서 많은 주거복지정책이 개발되었다.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뉴욕에서 임대료 상승과 주거환경 개선을 요구하는 시위 역시 같은 맥락이다.

특히 최근 런던대학교에서 시작된 집세 지불 거부운동은 청년층이 나섰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난 2015년부터 3년 동안 지속된 이 집회는 큰 반향을 불러오면서 다른 많은 대학으로 퍼져 나갔고 임대료 삭감 캠페인이 확산되는 계기가 되었다. 이는 날로 심각해지는 청년층의 주거 빈곤 개선이 주거복지정책의 화두가 되어야 함을 일깨운 것으로 평가된다.

이들 국가에서 발생한 렌트 스트라이크와 대규모 시위를 분석해 보면 몇 가지 공통된 특징을 가진다. 우선 세입자들의 소득에 비해 주택 임대료가 너무 급격히 상승하는 것에 대한 불만으로 발생했다는 점이다. 또 임대인인 집주인들이 영리 목적으로 임대료를 올리는 데만 급급하고 임차인인 세입자들을 위한 적정한 주거서비스 및 시설 관리 등에 대해서는 소홀히 한 것에 대한 개선 요구가 분출된 것이다. 이와 더불어 임대료에 시달리는 세입자들과 사회취약 계층에 대한 적절한 정책적 배려와 대안적 주거 서비스 프로그램을 제대로 공급하지 못한 정부에 대한 불만과 경고의 움직임 성격도 강했다고 볼 수 있다.

양극화로 치닫는 한국 사회의 구조를 보면 이들 국가의 상황과 별만 다를 게 없다. 특히 1998년의 외환위기, 2008년의 글로벌 금융위기 등 2차례의 경제쇼크를 거치면서 중산층은 무너졌고 저소득층과 상위계층으로 급격히 양극화되는 추세다. 최근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치면서 저소득층은 더욱 궁지에 몰리고 있다. 주택 가격은 천정부지로 뛰어올랐고 전세가는 물론이고 월세가 오를 수밖에 없는 구조여서 상대적으로 취약계층의 주거불안정과 주거 빈곤은 더욱 심화되고 있는 처지다. 국토부가 발표한 2019년 주거실태조사는 이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임차 가구 중 월세가 60%를 차지할 정도로 높아지는 가운데 수도권 세입자의 경우 월급의 20%를 임대료로 지불할 정도로 집세 부담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저소득층의 경우 평균 소득의 34%를 임대료로 지불하고 있다는 통계도 있다. 자영업자의 경우도 심각하다. 최근 매출급감 등으로 대부분 폐업위기에 몰렸지만 상가 임대료는 꿈쩍도 하지 않는다. 임차인의 사정을 고려해 몇몇 건물주가 임대료를 깎아주는 미담 정도가 들릴 뿐이다.

정부는 임대료 문제에 보다 경각심을 가지고 적극 나서야 한다. 사회주택 제공 및 임대료 보조, 주거서비스 제공 등 보다 실천적이고 적극적인 정책을 발굴, 주거취약계층의 주거불안 해소에 역점을 둘 필요가 있다. 집값에만 매달려 있을 때가 아니다. 주거 빈곤율이 높은 35세 미만의 청년층과 65세 이상의 노인층 비중은 갈수록 높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한국 사회에서 양극화는 곧 불평등과 차별을 의미하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젊은 파워, 모바일 넘버원 아시아투데이"


댓글
기사 의견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