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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뒷담화] 수돗물 불신과 ‘포비아 소비’

[취재뒷담화] 수돗물 불신과 ‘포비아 소비’

기사승인 2020. 07. 2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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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마트에서 고객이 정수필터를 살펴보는 모습 참고사진
롯데마트에서 고객이 정수필터를 살펴보고 있다./제공 = 롯데쇼핑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사람들의 소비패턴은 급격히 변화했습니다. 온라인을 통한 비대면 소비가 일상화되면서 쇼핑의 개념 자체가 달라지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이런 변화가 소비활동 제한에서 비롯한 일시적인 현상이라 여겨졌지만, 코로나19 장기화 속에서 온라인과 비대면 소비는 새로운 기준으로 자리잡는 모습입니다.

하지만 이런 변화는 소비자들에게 적지 않은 피로감을 주고 있습니다. 이곳저곳 다니며 쇼핑을 하고 여가생활의 개념으로 대형쇼핑몰을 찾던 소비자의 행동반경이 줄어들고, 코로나19 감염자와 전파자가 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심리적 압박으로 이어지고 있어서죠.

이런 가운데 이번에는 수돗물 유충이 새로운 불안 요인으로 등장했습니다. 지난 9일 인천 서구에서 수돗물 유충이 발견된 이후 경기·서울·부산·대전 등지에서 유충이 발견되면서 시민들의 불안감도 함께 커졌습니다.

코로나19처럼 전례 없던 감염·보건·위생 이슈에 대한 불안은 극단적인 소비행동으로 발현됩니다. 코로나19 확산 초기 경험했던 마스크 확보 전쟁과 비교할 것은 아니지만, 이번 수돗물 유충 사태도 불안심리에서 시작된 소비형태를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홈플러스에 따르면 지난 13~19일 인천지역 필터샤워기 등 샤워·수도용품 매출이 지난해 동기보다 265%나 급증했습니다. 생수 매출도 급격히 높아져 인천·경기 지역 매출이 30~60% 증가했을 정도입니다. 롯데마트도 같은 기간 정수필터 매출이 126% 늘어났습니다.

이 같은 비일상적인 이슈는 소비의 불균형을 가져옵니다. 특정 사안에 대응하기 위한 상품 판매는 급격히 증가하지만, 그 외의 상품 판매는 상대적으로 급감할 수밖에 없습니다. 품목별로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죠. 코로나19로 라면·즉석밥 등의 제품 판매가 늘어나는 반면 패션·화장품 판매는 크게 위축되는 것처럼 말입니다. 때문에 이런 극단적인 소비는 유통업계에도 사실 좋을 것이 없습니다.

이번 수돗물 유충 관련 상품판매 급증은 코로나19로 인한 정신적 피로감에 불안감이 더해지면서 더 폭발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듯합니다. 정부가 나서서 원인을 조사하고 있는 만큼 이런 소비행동도 어느 순간 사라질 것입니다. 다만 앞으로 이런 크고 작은 보건·위생 이슈가 터질 때마다 이번과 같은 ‘포비아 소비’는 이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코로나19로 그 어느 때보다 강하게 학습된 소비자들이 있는 만큼, 이런 소비 형태는 사라지기 힘들어 보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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