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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안전시계는 멈추지 말아야

[칼럼] 안전시계는 멈추지 말아야

기사승인 2020. 07. 2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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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시계는 멈추지 말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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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문호 소방청장
쌀 한 톨이 밥상에 오르기까지는 88번의 농부 손길이 간다고 한다. 그리고 농작물은 농부의 발소리를 들으며 자란다고 한다. 그만큼 결실을 맺기 위해서는 온갖 정성을 기울여야 하기 때문에 자식 키우는 것을 농사에 비유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말은 안전관리에도 딱 들어 맞는다. 정성을 기울이고 주의한 만큼 안전해지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불조심 표어는 1946년부터 사용된 ‘자나 깨나 불조심’과 ‘꺼진 불도 다시보자’이다. 곱씹어 보면 과장된 말이고 논리적이지 못하다. 표어대로 실천하자면 꿈속에서도 불조심을 생각해야 하고 꺼진 불도 다시 뒤져보는 불필요한 수고를 해야 한다.

80여년 전 우리의 부모 세대가 그걸 몰라서 이런 표어를 만들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만큼 세심하게 주의하지 않으면 아주 사소한 것이라도 큰 재난이 된다는 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지금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부분에서 예전의 일상과는 다른 생활을 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전과 같은 일상으로 다시 돌아가는 것이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걱정도 그렇지만 누구 하나 힘들지 않은 사람이 없을 것이다. 전 세계 경제는 뒷걸음치고 있다. 그리고 많은 지표들이 현재의 상황에 대해서 적지 않은 변화가 있음을 대신 말해주고 있다.

그런 변화는 소방에도 있다. 외부활동이 줄고 실내생활이 늘면서 교통사고나 추락사고 등으로 인한 중증 응급환자 구급요청이 33%나 감소했다. 그리고 해외여행이 급감하면서 재외국민 응급의료상담이 28%나 감소했지만, 원양선박에서의 의료상담은 코로나19 관련 문의 증가 등으로 인해 47%나 늘었다. 화재도 마찬가지다. 화재건수가 약 10% 정도 줄었고 인명피해는 12%, 재산피해는 41%나 줄었다.

그러나 주의깊게 봐야하는 것은 세부지표에서 화재로 인한 사망자가 32%나 늘었다는 것이다. 그 원인은 단독주택에서의 사망자 증가와 한 번에 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한 대형화재에서 기인한다. 이 지표는 위험요인 관리를 잘못하면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점을 역설해주고 있다. 그래서 끊임없는 안전점검과 교육훈련이 필요하다.

하지만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대부분 중단되거나 축소됐다. 지난해 6만8000여 명이 방문했던 소방안전체험관 교육은 88%가 감소했고, 현장방문 소방교육과 훈련은 92%가 감소했다. 소방서가 실시하는 소방안전정보조사는 연말까지 54만여개 동이 목표지만 현재 진척율이 18%에 불과하다. 건물 소방안전관리자에 대한 교육도 지난해의 22% 수준이다.

이런 때일수록 안전은 스스로가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 소방에서는 온라인 등을 통해 비대면 홍보와 교육을 늘려가고 있지만 국민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없으면 효과를 거두기 힘들다. 코로나19는 우리 일상의 많은 부분에서 시계를 멈춰 세웠지만 안전시계의 태엽은 어떤 방식으로든 계속 돌려야 한다. 이것은 사회적 거리두기처럼 이 시대의 우리가 꼭 지켜야 할 또 하나의 생활수칙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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