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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동 칼럼] 과밀학급 문제, “평균의 함정”에 빠지지 말아야

[유성동 칼럼] 과밀학급 문제, “평균의 함정”에 빠지지 말아야

기사승인 2020. 07. 28.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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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동 신대초 교사

토드 로즈는 「평균의 종말」에서 ‘평균적 조종사’와 조종사 4,063명의 실제 치수의 비교 결과, 10개 전 항목에서 평균치에 해당하는 사람이 0명이었다는 예화를 소개한다. 토드 로즈는 이를 근거로 평균치에 따라 조직을 설계하고 연구를 수행하는 것은 과학적 상상이 빚어낸 허상이며 인간의 잘못된 통념임을 지적하고 있다.

한국교육개발원의 최근 교육통계연보를 들여다보면, 공통된 결론은 대한민국 학교에서 과밀학급이 여전히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통계를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중학교에서 특히 심하다.

그동안 교육부는 매년 발표되는 「OECD 교육지표」를 인용하며 교실환경 개선 노력을 자평해왔다. 2019년에 발표된 OECD 교육지표(2년 전 자료를 발표함)에 따르면 우리나라 학급당 학생 수는 초등학교가 23.1명, 중학교가 27.4명이다. 가장 최근의 통계치는 더 좋은 결과를 보여준다. 2019년 교육통계연보를 보면 초등학교의 학급당 학생 수는 22.2명이고, 중학교는 25.1명이다.

여기서 토드 로즈의 지적을 상기해 보자. 과연 2020년 대한민국 교실 상황은 만족할 수준인가? 우리 자녀가 다니는 학교의 학급당 학생 수는 22명이고, 25명인가? 다시금 한국교육개발원의 교육통계연보를 들여다보자. 학급당 21~25명 구간의 비율은 초등학교가 37%, 중학교는 26%이다. 이를 초과하는 학급당 26명 이상인 학급 비율은 초등학교가 37%, 중학교가 58%이다.

결국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나라 중학교의 58%의 교실에선 26명 이상의 학생들이 9m*7.5m의 공간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와의 치열한 사투를 벌이고 있는 셈이다. 초등학교의 경우엔 사정이 나을까? 통계치를 보면 이상한 점을 발견할 수 있다. 학급당 20명 이하인 학급 비율이 26%이고, 26명 이상인 학급 비율이 37%인데 평균은 22명이다. 여기엔 평균의 함정이 숨어있다. 초등학교의 경우 학급당 1~3명인 과소학급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학생이 1명인 학급과 32명, 33명인 학급이 있다고 가정하자. 세 학급의 평균 학생 수는? 22명이다. 그러나 세 학급 모두 22명이 아니다. 일부는 과소학급이고 일부는 과밀학급이다. 이처럼 평균의 함정에 빠진 우리나라 교육당국은 과소학급의 문제에도, 과밀학급의 문제에도 손 놓고 있어 왔다. 오히려 과밀학급을 조장하고 있다.

2020학년도 학급편성 기준을 보면 초등학교는 31명까지, 중학교는 32명까지 학급을 나눌 수 없다. 이 기준은 최근 5년간 변화가 없다. ‘학급별 초과 1명까지 학급유지’란 지침까지 추가되면서 학급 증설은 되레 억제돼 왔다. 현실이 이러함에도 교육부는 과밀학급은 그대로 방치하고서 학교공간혁신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드러난 과밀학급의 존재와 문제점 부각이 과밀학급 해소로까지 이어지려면, 우선 과밀학급에 대한 기준 설정이 이루어져야 한다. 현재 과밀학급 기준은 교육부와 각 시도교육청마다 다르다. 학교방역의 실효성, 학생이 누려야 할 학습권, 교사의 수업 및 생활지도의 효과성, 창의 융합인재 양성을 위한 토론·탐구수업의 가능성 등 다각적 측면을 고려한 통일된 과밀학급 기준이 마련되어야 한다. 이를 학교급별로, 지역별로 차이를 둘지는 추후의 과정이다.

과밀학급 기준이 마련되었다면 그 다음 단계는 ‘과밀학급 해소’이다. 과밀학급 해소를 국가적 과제로 설정하고 범정부적 지원과 전략모색이 이루어져야 한다. 과밀학급 문제는 교육의 영역을 넘어 미래 인재 양성 및 국가경쟁력의 방향성과도 연결되기 때문이다. 과소학급과 과밀학급의 문제를 동시에 해소하고, 학령인구의 감소추세에 대한 대비까지 고려한 최적의 학교·학급 모델링 작업이 시급하다.

과밀학급을 조장하고 있는 현 학급편성 기준에도 대폭적인 손질이 불가피하다. 우선은 ‘학급별 초과 1명까지 학급유지’ 지침의 삭제이다. 학급 증설의 기준이 되는 학생 수도 감축해 가야 한다. 유휴교실은 과밀학급 해소를 위한 학급 증설 공간으로, 특별실과 보육·돌봄, 체육·문화 등을 위한 공간은 별도의 복합시설을 조성하는 방향으로 공간혁신이 이루어져야 한다.

「평균의 종말」에서 토드 로즈는 평균적인 조종사 같은 건 없다고 단언한다. 평균적인 조종사에게 맞는 조종석을 설계해봐야 어느 누구에게도 맞지 않는 조종석일 뿐이라는 것이다. 학급당 평균 학생 수는 어떠한가. 학생 수 22명인 교실보다 과밀학급이 주변에 흔하지 않는가. 한 교실에서 1명, 2명, … 35명, 36명의 학생이 공부할 때의 각각의 경우에 대한 개별적·다층적 분석이 이루어져야 한다.

과밀학급과 이를 조장해 온 학급편성 기준 등이 주는 깨달음은 교육 정책에 교육철학이 없다는 것이다. 교육철학이 부재한 정책은 ‘탁상행정’이란 비난을 받는다. 제약과 핑계뿐이고 신념과 목표가 없기 때문이다. 교육철학의 중심에는 ‘학생’이 자리해야 한다. 학생의 학습권과 안전, 행복권이 모든 교육 정책의 바로미터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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