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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뒷담화] 원자력 기관, 홍보 안하나 못하나

[취재뒷담화] 원자력 기관, 홍보 안하나 못하나

기사승인 2020. 08. 0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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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학
조재학 경제산업부 기자
“정부가 에너지전환(탈원전) 정책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긍정적 내용의 보도도 저어하게 됩니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에 따른 공공기관의 대응에 관한 취재 도중 뜻밖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한 원자력 기관 관계자는 사명(社名)에 ‘원자력’이 들어가서 기사화에 신경 쓰인다며 공공기관 입장에서 정부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습니다. 기관명에 들어간 ‘원자력’ 때문에 ‘잘한 일’을 알리기에 부담스럽다는 설명이었습니다.

이 기관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재택근무·유연근무 등 탄력적인 인력운영을 실시하기로 했습니다. 정부의 ‘단계별 사회적 거리두기’에 앞선 선제적 대응 조치이지만, ‘회사이름’ 때문에 알려지기를 꺼려한 것입니다. 원자력 기관의 ‘굿 뉴스’가 정부 심기를 건드리진 않을지 노심초사하는 분위기였습니다.

현 정부 들어 원자력 기관의 사명 감추기는 어제오늘 일이 아닙니다. 원자력발전 공기업인 한국수력원자력도 지난 2018년 ‘글로벌 원전 회사 중 사명에 원자력을 쓰는 곳은 한 곳도 없다’며 사명 변경을 검토했다가 중단하기도 했습니다.

탈원전 정책 논란에 대해 정부는 현 정권 임기 내에는 원전이 늘어나고 60년에 걸쳐 원전 감축이 진행된다며 해명하기 바쁩니다. 문제는 정부 설명대로 장기간 원전을 안전하게 운영하기 위해 지속적인 인력관리가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정부는 정쟁적 시각에 갇혀 원자력 인력 독려를 등한시하고 있습니다. 원자력 기관이 정부 눈치를 보느라 입도 뻥긋 못 하는 정도라면 내부 분위기는 안 봐도 뻔합니다. 한 원자력 관계자는 “소기의 성과를 내도 기관이 나서 대대적으로 알리기에는 부담이 되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습니다.

정부가 기치로 내세운 ‘깨끗하고 안전한 에너지로의 전환’의 정책 취지 만큼 향후 60년간 원전을 운영할 인력의 직업적 사명(使命)도 중요합니다. 정부는 ‘60년 후 원전으로부터의 안전’을 말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현재 원전에서의 안전’을 위한 정책적 지혜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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