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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의 초격차’ 평택 3공장 9월 착공…파운드리 가능성에 베팅

‘이재용의 초격차’ 평택 3공장 9월 착공…파운드리 가능성에 베팅

기사승인 2020. 08. 10.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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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6공장까지 약 100조원 투자 예상
TSMC와 기술경쟁에서 우위 위한 '속도전'
시스템반도체 제조는 '파운드리'로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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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조원 묻고 더블로 가’

영화 속 장면이 아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대만 TSMC가 좌우하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시장을 빼앗기 위해 다시 30조원 이상을 베팅한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는 TSMC와 경쟁 중인 7나노 이하 극자외선(EUV) 미세공정 반도체가 양산될 곳이다. TSMC보다 뒤늦게 파운드리 시장에 입성한 삼성전자지만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인 미세공정 영역에서 삼성전자가 TSMC를 추월할 경우 역전이 가능하다. 삼성전자는 그간 메모리시장에서 막대한 투자를 통해 경쟁자를 제거하고 글로벌 1등 자리를 지켜왔다. 이 부회장은 파운드리 시장에서도 이런 승부수가 필요하다고 보고 시설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다.

10일 경기도 평택시와 삼성전자에 따르면 70만㎡ 규모의 평택캠퍼스 제3공장(P3) 건물 착공이 이르면 9월부터 시작된다. 부지 내 기초 토목공사는 이미 진행 중이지만 삼성전자는 건물을 올리는 시점부터 본격 착공으로 본다.

평택시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9∼10월께 설계변경을 통해 3공장 전체에 대한 경관심의와 최종 건축허가를 받은 뒤 본 건물 착공에 들어갈 예정이었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3공장 착공 시기를 예정보다 앞당겼다. 시 관계자는 “삼성전자 측에서 공장 인허가를 최대한 앞당겨 달라고 요청해와 원래 예정보다 건축허가가 빨리 진행됐다”며 “삼성 측이 공장 건설을 서두르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이 부회장과 경영진이 적극 나섰기 때문이란 해석이 나온다. 이 부회장은 평택캠퍼스에 제6공장까지 생산라인을 증설할 복안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만일 6라인까지 공장이 지어질 경우 앞으로 100조원은 더 투여될 전망이다. 이미 3공장의 투자액만 해도 평택캠퍼스 단일 라인 가운데 최대 규모가 될 전망이다. 3공장보다 규모가 작은 2공장의 투자금액이 30조원에 달하는 것을 고려할 때 30조원을 훌쩍 뛰어넘을 것으로 보인다. 막대한 투자액을 들여 실기(失機)할 수 없다는 게 이 부회장의 평소 태도다.

평택 3라인에 속도를 내는 것은 2030년 시스템반도체 1등이란 목표 달성 외에도 파운드리 시장이 변곡점을 맞고 있어서다. 현재 파운드리 시장은 자율주행차와 5세대(G)통신기술의 발달로 다품종·소량 생산 중심의 시스템반도체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급성장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2016년 569억 달러(한화 약 67조4000억원)였던 시장 규모는 2017년 610억 달러(약 72조3000억원)에서 내년도에는 831억 달러(약 98조5000억원)가 될 전망이다.

특히 지난달 인텔의 중앙처리장치(CPU) 외주화 선언은 파운드리 시장의 핫 이슈였다. 수십년간 반도체업계를 주도했던 인텔은 CPU 같은 핵심 제품은 좀처럼 파운드리 업체에 맡기지 않았다. 그러나 7나노 이하 생산 실패로 전문 파운드리보다 못하다는 걸 인정한 것이다.

반도체 업계에선 설계회사가 제조까지 나서는 일은 미세공정의 발전에 따라 점차 비효율적인 일이 되고 있다. 7나노 이하에 필요한 EUV 노광장비는 네덜란드 ASML가 유일하게 만드는데 한 대당 1500억원이 넘는다. 이런 장비를 기본적으로 수십대는 갖춰야 경쟁력 있는 생산라인 하나가 나오는 까닭에 설계와 제조의 분업화 기조는 돌이킬 수 없는 대세가 됐다.

더구나 7나노 이하 미세공정 영역은 TSMC와 삼성전자만이 도전하는 과제다. 일반적으로 삼성전자보다 파운드리 영역에서 앞선 TSMC지만 5나노, 3나노 이하에선 언제라도 삼성전자가 앞지를 수 있다. 삼성전자는 미세공정 강화를 위해 40대 이상의 EUV 장비를 ASML로부터 공급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TSMC보다 5나노 이하 반도체 양산을 안정적으로 해내겠다는 의도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인텔의 외주화 선언으로 시스템반도체 시장에서 제조는 파운드리 영역이 됐다”며 “TSMC가 애플·인텔 등 대형 고객을 독식할 수 없다. 삼성은 경쟁에서 따라만 가도 이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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