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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정치인 수해현장 방문, 흙 묻힐 각오해야

[사설] 정치인 수해현장 방문, 흙 묻힐 각오해야

기사승인 2020. 08. 11.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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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1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집중호우 긴급점검 국무회의’에서 “피해 상황을 신속히 파악하고, 예비비와 재난재해 기금 등 가용자원을 총동원하여 충분한 재정지원을 강구하라”고 말했다. 이어 “도로와 철도, 댐과 제방 등의 주요 시설과 침수된 주택과 상가, 농경지 등을 신속히 복구하는 데 범정부적 역량을 모아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런 가운데 폭우로 피해 본 사람들을 위로하고 격려하기 위한 정치인의 피해현장 방문이 늘고 있다. 마침 심상정 정의당 대표의 수해지역 봉사활동 ‘인증 샷’과 태영호 미래통합당 의원의 진흙탕 사진이 대조를 보였다. 한쪽은 봉사활동을 제대로 했는지 의심받고, 한쪽은 감동적이라는 소리가 나왔다. 현장 방문 시 무척 조심해야 함을 잘 말해준다.

심 대표는 안성 수해복수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렸는데 티셔츠와 장화가 깨끗했다. 티셔츠가 왜 이리 깨끗한가, 장화는 어째 번쩍번쩍하느냐며 ‘사진 찍기’가 아니냐는 소리가 나왔다. 태 의원은 충북 충주에서 수해복구 활동을 하고 흙탕 범벅이 된 변기 뚜껑 나르는 사진을 올렸다. “수재민들의 상실감을 생각하니 제 마음이 무거워졌다”고 하자 감동이라는 반응이다.

정치인이나 고위 공직자의 수해현장 방문은 필요하다. 아파하고, 좌절한 사람을 위로하고 힘을 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장 방문은 잘해야 한다. 인사 받고, 사진 찍고, 브리핑을 받는 식이라면 가지 않는 게 낫다. 팔을 걷어붙이고 물에 젖은 가구라도 하나 나르고, 손에 흙을 묻혀야 한다. 이런 모습 없이 깨끗하게 가서 깨끗하게 돌아오면 비난받기 딱 좋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얼마 전 대구에서 코로나19 자원봉사하며 다른 봉사자들과 똑같이 땀 흘리는 모습이 공감을 산 일이 있다. 정치인이나 고위 공직자가 현장 방문 시 다른 봉사자들처럼 땀을 흘리고,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여줄 때 현지 주민은 감동한다. 수해현장 방문 때는 처신을 조심해야 한다. 힘들게 방문하고 나쁜 소리 들을 이유는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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