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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한 알의 볍씨도 우리 씨앗으로

[기고]한 알의 볍씨도 우리 씨앗으로

기사승인 2020. 08. 1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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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량원장님 김상남 (1)
김상남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장
쌀은 이제 흔하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쌀을 귀하게 여긴다.

아이가 흘리는 몇 알의 밥풀도 아까워 얼른 주워 먹는다. 밥을 가지고 장난치면 농부님들의 노고를 일러주며 꾸짖기도 한다.

누가 특별히 가르쳐서가 아니라 쌀의 소중함이 우리 세포에 새겨져 있는 듯하다. 우리나라 농정사에 큰 획을 그은 사건 중 하나는 바로 ‘녹색혁명’을 달성하고 보릿고개의 악순환을 끊어버린 ‘통일벼’의 개발일 것이다.

기존 품종보다 30%가량 많은 생산량으로 급속히 확대, 보급됐지만 안타깝게도 미질과 식미가 다소 떨어져 큰 만족도는 이끌어내지 못했다.

일본 품종 ‘추청(아끼바레)’과 ‘고시히카리’가 도입된 것은 이즈음이다. 현재 우리나라 전체 벼 재배면적 가운데 외래 품종 벼가 차지하는 비율은 약 9%다.

‘통일벼’가 물러난 이후 농촌진흥청은 밥맛 좋고 병해충에 강한 고품질 쌀 연구에 주력했고, 다수의 최고품질 쌀을 개발, 보급해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하지만 ‘밥맛이 좋았다’는 과거의 인식으로 일본 품종은 병해충에 약하고 잘 쓰러지는 단점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재배되고 있다.

농촌진흥청은 다양한 시범사업과 현장실증과제를 통해 2024년도까지 외래 벼 품종 재배 면적을 1만ha(1.4%) 이내로 감축할 계획이다.

올해 지역 특화 벼 품종 보급과 외래품종 대체를 위해 3개 사업 25개소 시범사업이 추진되고 있으며, 충남 아산과 전북 군산, 경북 영천 등 7개 지역에서 다양한 벼 신품종이 지역 품종화 추진을 위해 재배되고 있다.

국제경쟁력 향상과 우리 쌀 품질 고급화를 위해 2006년부터 시행한 최고품질 쌀 개발 프로젝트는 국내 품종 재배 확대의 기반을 마련했다.

밥맛, 외관품질, 도정특성, 내병충성 등 엄격한 네 가지 기준을 적용해 현재까지 ‘삼광’, ‘영호진미’, ‘해담쌀’ 등 18개의 최고품질 쌀 품종을 선발했다.

2006년 1.2%에 불과했던 최고품질 벼 재배면적은 2019년에 24.8%(181.013ha)로 급격히 증가했다. 또한 육종가, 농업인, 소비자가 함께 참여하는 수요자 참여형 품종 개발 연구도 성과를 거두고 있다.

경기도 이천시, 농협과 함께 개발한 ‘해들’과 ‘알찬미’는 육종가가 교배하고 농업인이 선발해 소비자 평가단이 결정한 모두가 주인인 쌀이다. 올해 1020ha에서 재배되는 ‘해들’은 ‘고시히까리’를, 947ha에서 재배되는 ‘알찬미’는 ‘추청’을 대체해 점차 재배 면적을 늘려가고 있다.

볍씨가 쌀이 되기까지 88단계를 거친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품이 든다는 의미일 것이다. 한 지역의 품종을 완전 교체하기까지도 많은 시간과 노력,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

농업인뿐만 아니라 수매와 판매를 책임지는 지역 농협 미곡종합처리장(RPC), 기술 지도를 담당하는 농업기술센터 등이 함께 움직여야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그럴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다.
전 국민의 밥상에 우리의 최고품질 쌀로 지은 밥을 올리는 그날까지 대한민국 쌀의 100% 국내 품종화를 위해 농촌진흥청은 오늘도 힘차게 달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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