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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치어리더들, 남북관계와 정세현...코로나 대응보다 경제 우선 트럼프

[칼럼] 치어리더들, 남북관계와 정세현...코로나 대응보다 경제 우선 트럼프

기사승인 2020. 08. 25.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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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현 민주평통 수석부의장 "한미워킹그룹, 폐지해야"
이인영 통일 "워킹그룹 통한 해법 있어"
외교가 "미국·유엔 대북제재 면제 '원스톱 서비스'"
정세현, 남북관계 개선...트럼프, 경제 재개 치어리더
하만주
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은 최근 북한 비핵화를 위한 한·미 워킹그룹이 남북관계 개선을 가로막는 굴레라면서 폐지를 주장, 남북 및 한·미 관계 화두의 중심에 섰다.

정 수석부의장은 21일 워킹그룹이 ‘효율적 메커니즘’이라고 말한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의 언급에 대해 미국에는 효율적이지만 한국에게는 비효율적이라면서, 미국 측에 효율적이라면 그것을 입증하는 리스트를 내놓아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이미 통일장관 후보자 시절, 워킹그룹을 통한 해법과 한국 정부 스스로 독자적 판단이 가능한 일을 구분해야 한다며 정 수석부의장의 ‘워킹그룹 폐지’ 주장과 다른 입장을 내놓았다.

워킹그룹이 대북제재 면제 절차를 밟은 사례가 있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정 수석부의장의 ‘리스트 요구’에 이 장관이 답한 셈이다.

‘면제 절차 사례가 있다’는 말은 정 수석부의장의 ‘리스트 제시’ 요구에 대한 답변 성격을 띤다. 이후 이 장관은 워킹그룹 한국 측 수석대표인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의 면담 등을 통해 ‘리스트’를 확보했을 가능성이 크다.

워킹그룹이 ‘효율적 메커니즘’이라는 것은 미국 측뿐 아니라 이수혁 주미 한국대사 등 외교부 대미 창구들도 공유하는 인식이다.

이 대사는 사적인 자리뿐 아니라 특파원 대상 브리핑에서도 “워킹그룹에 대한 일부의 부정적 입장은 현상을 반영한 것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워킹그룹을 통한 한·미 조율이 경제협력 등의 남북 사업의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위반을 막는 사전 정지작업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팔꿈치 인사하는 이인영과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18일 정부서울청사 장관실에서 취임 후 처음으로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를 만나 팔꿈치 인사를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워킹그룹이 미국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면제를 받기 위한 ‘원스톱 서비스’에 가깝다는 게 워싱턴 외교가의 평가다. 미 독자 제재의 경우 국무부·재무부·상무부·국방부 등 여러 관련 부처의 협의를 거쳐야 하는 복잡한 과정이 있는데 한국 정부 대신 미 행정부가 이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준다는 얘기다

실제 워킹그룹 회의에는 필요에 따라 미국 측 관련 부처 관계자들이 참석한다. 아울러 미국과의 사전 조율은 대북제재에 강경한 안보리 이사국인 유럽국가가 제재 면제에 동의하는 데도 결정적인 역할을 해왔다.

지금까지 우리 정부가 제시해 워킹그룹에서 논의된 10여개의 사안 중 미국이 거부한 사례는 없다고 한다. 2018년 11월 남북철도 연결을 위한 북한 내 공동조사에 대해 대북제재 면제 결정을 한 것은 워싱턴에서 열린 워킹그룹 1차 회의의 주요 성과였다.

지난해 1월말 유해발굴을 위한 지뢰 제거 장비 등의 북한 반출이 안보리 제재 결정을 했지만 북한이 거부한 경우도 있다.

정세현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이 지난해 7월 17일 미국 워싱턴 D.C. 한 호텔에서 한 특파원 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사진=워싱턴 D.C.=하만주 특파원
이러한 상황을 충분히 숙지하고 있을 정 부의장이 워킹그룹 폐지를 주장하는 것은 ‘남북관계 개선 방해 세력 미국’이라는 인식과 함께 자신의 역할을 ‘치어리더’로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정 부의장은 대북정책에 대한 한미공조가 한국 정부의 독자적 행보를 제약한 사례가 1990년대 중반 김영삼 정부 때에도 있었다고 말했다. 자신이 통일장관을 지낸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에 대한 ‘아들’ 조지 부시 행정부의 ‘견제’는 이러한 대미 인식을 더욱 공고하게 했을 수 있다.

정 부의장의 행보는 ‘현상’보다 ‘방향성’을 중시하면서 남북관계를 진전시키려는 ‘치어리더’ 역할에 가까워 보인다. 그가 14일 국내 민간단체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물품 대북 반출을 승인한 것을 두고 “이 장관이 워킹그룹 밖에서 대담하게 한 건했다”고 평가한 것도 그 연장선에 있다.

지난해 2월 말 베트남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2019년 후반기 3차 회담 개최’라는 ‘어긋난 예측’을 여러 차례한 것 또한 ‘당위’에 대한 큰 기대 때문으로 해석된다.

문제는 ‘현상’보다 ‘방향성’에 몰입한 ‘치어리더’가 결과적으로 한·미 및 남남 갈등을 조장한다는 것, 남북관계 진전이라는 실질적 성과에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을 “치어리더”라 칭한 바 있다. 그는 미국 내 코로나19 대유행이 시작된 4월 초 초기 대응이 너무 안일했다는 비판에 대해 “내가 이 나라의 치어리더”라며 “대혼란과 충격, 그리고 모든 것을 만들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결과는 어땠나? 22일 기준 미국 내 누적 감염자 수는 565만명, 사망자 수는 17만6000명을 넘어섰다. 트럼프 대통령이 ‘초래하고 싶지 않다’던 상황을 훨씬 초월하는 대재앙이 됐다.

‘현상’에 대한 냉정한 대처보다는 자신의 재선 향방을 좌우하는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을 최소화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목적성이 우선시된 결과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치어리더’는 결코 ‘리더’가 아니다. 치어리더는 자기편의 사기를 올리는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승패의 책임을 지진 않는다. 냉철한 현실 인식 대신 목적성에 치중한 ‘치어리더’적 리더는 참사를 부르기 십상이다. 전쟁터 같은 치열 살벌한 국내외 정치의 현장에서 거대한 권한과 책임을 짊어진 지도자라면 늘 경계해야 할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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