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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뒷담화] 외국계 보험사, ‘탈한국’ 현상 지속되는 까닭

[취재뒷담화] 외국계 보험사, ‘탈한국’ 현상 지속되는 까닭

기사승인 2020. 09. 2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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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 ING생명, 푸르덴셜생명, 악사손해보험, 메트라이프생명, 동양생명, 라이나생명….’

외국계 보험사들의 ‘탈한국’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미 매물로 나왔거나, 매물로 거론되는 회사만 최소 5개사가 넘습니다. 지난 18일엔 프랑스계 악사손해보험이 예비입찰을 진행했죠. 초저금리 기조가 수년째 이어지고 있는데다가, 국내 보험시장 성장성도 악화일로를 걷고 있어서 입니다. 업계에서는 외국계 보험사들의 매각 움직임이 빨라질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습니다.

2000년대 초반, 외국계 보험사들이 앞 다퉈 한국 진출을 도모했었던 때가 있었습니다. 15~20년전만해도 한국 보험시장은 ‘높은 성장 가능성’으로 유수한 글로벌 보험사들의 주목을 받았죠. 당시 보도기사에서 전문가들은 “외국계 회사들이 (한국을) 10% 이상의 성장이 가능한 시장으로 분석하고 있다”고도 했습니다. 실제로 한국에 진출한 외국계 생보사들은 2006년 말 현재 시장점유율 18.9%를 기록하며 고속성장중이었습니다.

20년만에 상황이 반전된 이유는 국내 보험시장의 낮은 성장성 때문입니다. 국내 보험사 수는 38개에 달할 정도로 이미 포화상태입니다. 출생률 저하로 보험가입자 수는 점점 줄고 있는데, 보험사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새로운 회계제도가 2023년부터 도입됩니다. 가뜩이나 초저금리 기조로 보험사들의 자산운용 상황이 어려워 남는 수익이 별로 없는데, 새 회계제도가 적용되면 자본을 더 많이 쌓아 둬야합니다. 보험영업도 잘 안되는데, 규제는 강화되고 있어 보험사 경영부담이 커지고 있죠.

코로나 확산도 외국계 보험사의 ‘탈한국’ 행보에 기름을 부었습니다. 전세계적으로 비대면 채널이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설계사 조직을 계속 갖춰야할 필요성을 못 느끼게 됐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외국 보험사들의 ‘한국 철수’ 행보는 국내 보험시장의 현주소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반면 한국보다 먼저 저금리와 인구감소를 먼저 겪었던 일본과 유럽시장의 경우 여전히 높은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블록체인을 비롯한 보험금 간편청구시스템을 도입하며 디지털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 보험업이 재도약하기 위해선 보험사들의 노력도 필요하지만 금융당국의 적극적인 지원도 뒷받침 돼야 하겠죠. 한국 보험시장이 이번 위기를 기회로 삼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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