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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연성’ 재정준칙으로 재정건전성 지킬 수 있을까

[사설] ‘연성’ 재정준칙으로 재정건전성 지킬 수 있을까

기사승인 2020. 09. 21.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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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정부 들어와 정부지출의 증가율이 경제성장률을 계속 상회하면서 국회예산정책처를 비롯해 많은 재정전문가들이 재정건전성을 우려했다. 그 때마다 정부는 OECD국가와 비교해 그런 우려를 반박해왔다. 그런데 뜻밖에 정부가 예산편성 때 지켜야할 ‘재정준칙’을 마련해 이달 말 발표한다고 한다. 그 배경이 궁금하지만 일단 정부가 중장기적 재정건전성 확보에 나선 것은 다행이다.

그러나 이번에 정부는 통상적인 것과는 다른 ‘유연한’ 재정준칙을 마련한다고 한다. 보통 재정준칙을 가진 국가들은 국민소득 대비 국가채무의 비율이 특정 수준을 넘지 말아야 한다는 방식을 택하지만 현재 정부는 이런 특정 비율이 아니라 비율의 범위를 설정할 것이라고 한다. 이와 함께 재난이나 경기침체 시에는 이런 재정준칙을 적용하지 않아도 되는 예외를 둔다고 한다.

결국 정부가 유연한 대응을 위해 예산에 대해 경성(硬性)보다는 연성(軟性) 제약을 두겠다는 것인데 이런 제약이 물러질수록 재정건전성을 지키기 어렵다는 게 문제다. 예산에 대한 제약이 무를수록 지출 구조조정을 통해 예산의 효율성을 높이려는 노력도 약해진다. 그러다 보니 현재 노인 일자리를 다 채우기도 어려운데 내년에도 정부가 1조3200억원을 들여 노인 일자리 80만개를 만들겠다고 한다.

사실 정부가 정말 중장기적 재정건전성을 걱정한다면 당장 지출 구조조정에 나서야 하지만 그런 움직임은 아직 없다. 다만 기획재정부는 ‘2020~2024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 올해 9.1%인 재정지출 증가율을 점차 감소시켜 2024년에는 4.0%로 낮추도록 설계했다. 이런 계획에 대해 다수의 재정전문가들은 다음 정부에서도 주력사업을 위한 지출이 발생하기 때문에 달성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가 중장기적 재정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재정준칙을 마련하는 것은 다행이다. 그러나 예산편성에 대한 엄격한 제약이 있어도 예산팽창을 막기 어려운데 정부가 ‘무른’ 제약을 한다고 해서 기대한 성과를 거둘지 의문이다. 그저 무늬만이 아니라 실제로 재정건전성을 지킬 ‘재정준칙’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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