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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뒷담화] 젊은총수 LG 구광모의 실리주의 전략

[취재뒷담화] 젊은총수 LG 구광모의 실리주의 전략

기사승인 2020. 09. 2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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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화학
LG화학 연구원들이 오창공장에서 자사 배터리 셀을 보고 있다.
LG화학의 배터리 사업 분사 결정 이후 논란이 여전히 가라앉지 않고 있습니다. 기존 회사 주주들이 지분율대로 신설 법인의 주식을 나눠 가질 수 있는 인적분할 대신 물적분할 방식을 채택하면서 기존 투자자들은 신설되는 배터리 회사(LG에너지솔루션) 주식을 한 주도 갖지 못하게 됐기 때문입니다.

올 초 주당 30만원 하던 LG화학 주가가 80만원 선까지 급등했던 것은 순전히 전기차 배터리 기업이라는 주식 시장의 평가였으니 개인투자자들의 분노는 당연합니다. 투자자들은 LG화학의 미래동력을 전기차 배터리로 봤으니깐요. 그런데 배터리 사업 신설 법인의 주식을 한주도 갖지 못하게 됐으니 반발심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구광모 LG 회장이 이런 시장의 반응을 예측하지 못했을까요. 충분한 고민이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글로벌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뛰어들기 시작한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의 우선권을 쥐기 위해서는 막대한 투자금이 필요한 상황에서 인적분할은 자금 확보가 힘들 수 있다는 판단이 먼저였을 것입니다. 기업의 미래와 이익을 위해서 가장 최고의 방법을 선택했던 거지요.

일각에서는 고(故) 구본무 회장 시절이었다면 잡음이 없는 인적분할을 선택했을 수 있다는 말도 나돕니다. 실리보다는 대의명분을 더 중요시했기 때문이지요.

그간의 LG의 행보를 보면 충분히 유추할 수 있는 사실입니다. 유교정신을 바탕으로 한 ‘인화정신’으로 LG는 ‘사돈 간의 불화’로 세인들의 지탄을 받지 않기 위해 삼성과 공동으로 시작한 방송사업을 넘겨주기도 했고, 한진그룹이 택배를 하고 있다는 이유로 구자경 회장이 택배사업 진출을 계획 직전 포기하기도 했습니다. 2005년 GS그룹과의 분리할 당시에도 LG는 건설사업을 GS에 넘기며 ‘아름다운 이별’을 선택했습니다.

하지만 40대 젊은 총수인 구광모 회장은 명분보다는 기업의 이익이 될 수 있는 방법을 과감히 선택하며 정면돌파로 승부수를 던집니다. LG가 구 회장 체제에 들면서 ‘독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기업의 이익을 위해서는 싸우는 것도 피하지 않습니다. SK이노베이션과의 소송전이 대표적입니다.

소액주주들의 반발과 우려를 잠재우기 위해서는 앞으로의 결과가 중요합니다. 향후 진행될 LG에너지솔루션의 IPO가 LG화학의 주주가치를 올릴 수 있는 결과로 반영돼야 합니다.

체질 바뀐 LG가 ‘만년 2등’ 기업에서 확실한 주도권을 가진 글로벌 1등 사업으로 삼성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기업으로 탈바꿈하길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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