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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한반도 종전선언, 취지 좋지만 조급하지 말아야

[사설] 한반도 종전선언, 취지 좋지만 조급하지 말아야

기사승인 2020. 09. 23.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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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3일 (미국 현지시간 22일) 75차 유엔총회 영상 기조연설에서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종전선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종전선언이야말로 한반도에서 비핵화와 함께 항구적 평화체계의 길을 여는 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반도 평화는 동북아 평화를 보장하고 세계질서 변화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응은 크게 엇갈렸다. 멈춰선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동력을 다시 살리려는 간절함의 표현이라는 긍정적 시각도 있고, 반대로 남북 및 북·미 관계가 얼어붙은 상황에서 뜬금없다는 반응도 나왔다. 문 대통령이 “종전선언을 통해 화해와 번영의 시대로 전진할 수 있도록 힘을 모아 달라”고 호소했는데 이는 종전선언을 남북화해의 마중물 삼겠다는 의미다.

종전선언이 새로운 것은 아니다. 지난해 6월 판문점에서 남·북·미 정상 회동 후 문 대통령은 “남북에 이어 북·미 간에도 문서상 서명은 아니지만 사실상의 행동으로 적대관계의 종식과 새로운 평화 시대의 본격적인 시작을 선언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조국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은 “사실상(de facto) 종전선언”을 천명한 역사적인 날이라고 했다.

지금 상황은 다르다. 북한이 지난 6월 개성의 남북연락사무소를 폭파하고, 휴전선에서 긴장을 고조시켰다. 남북 간 교류도 꽉 막힌 상태다. 문 대통령의 코로나19 방역협력 제안도 거절했다. 북·미 간에도 진전이 없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1월 대선에 몰두하고 있다. 23일 유엔 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에 대해 언급 자체를 하지 않았다. 무시하는 태도다.

종전선언까지는 갈 길이 멀다. 우선 걸림돌인 북 비핵화에 진전이 없다. 오히려 핵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남측 자산인 개성공단 연락사무소 폭파에 대한 사과도 없다. 미국도 시큰둥하고, 북한도 반응이 없다. 전혀 여건이 마련되지 않고 있다고 봐야 한다. 종전선언의 취지는 좋다. 하지만 너무 조급하게 접근해선 안 된다. 서두른다고 될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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