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투데이 로고
[취재뒷담화] 美 제재 中 메모리까지 韓 반도체 갈 길은?

[취재뒷담화] 美 제재 中 메모리까지 韓 반도체 갈 길은?

기사승인 2020. 10. 05. 16:38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톡 링크
  • 주소복사
  • 기사듣기실행 기사듣기중지
  • 글자사이즈
  • 기사프린트
미국 제재 대상 중국 메모리 업체로 확대 예상
삼성전자·SK하이닉스 미국에 필요한 기업 돼야
clip20201005103248
미국 당국이 화웨이에 이어 중국 메모리 반도체 제조업체로 제재 대상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 있는 YMTC 낸드플래시 공장/출처=YMTC 홈페이지
미국 당국이 중국 정보통신(IT)업체 화웨이에 이어 ‘공격 목표’를 중국 메모리 반도체업체로까지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입니다. 중국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업체 SMIC에 대한 제재가 본격화되기도 전에 이런 얘기가 돈다는 게 심상치 않습니다.

중국과 대만 언론 보도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의 제재 리스트에 추가 포함될 업체로는 낸드플래시 판매로 성과를 내고 있는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스(YMTC)와 중국에서 유일하게 D램을 생산하는 창신메모리가 거론됩니다. 이들은 메모리 분야에서 중국 반도체를 이끄는 선두업체입니다.

만일 화웨이와 같은 수준의 제재 조치가 시행된다면 두 회사도 반도체 장비·소프트웨어를 제대로 공급받지 못할 가능성이 큽니다. 이는 시스템반도체는 물론 범용제품인 메모리반도체까지 모든 반도체 제품의 생산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뜻입니다.

당초 미국 정부의 제재 대상에는 메모리반도체가 포함되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 우세했습니다. 중국 메모리 업체들의 영향력은 화웨이나 SMIC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에 불과합니다. 그럼에도 메모리 분야까지 제재 대상으로 삼겠다는 건 미국 정부가 중국 반도체 산업을 민간이 아닌 국가 주도의 군수산업으로 본다는 뜻입니다. 미국의 대표 메모리 업체 마이크론이 미국 정부로부터 화웨이 수출 허가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죠.

미국 정부의 단호한 태도는 한국 반도체업체들이 기존과 다른 환경에 적응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대중(對中) 반도체 수출 규모는 크지만, 생산에 들어가는 장비와 원천 기술은 미국으로부터 공급받습니다. 또 중국으로 팔려나간 반도체는 PC나 노트북 등의 형태로 미국에서 최종 소비됩니다. 생산부터 소비를 미국에 의지하는 이상 우리에겐 선택권이 없습니다. 미국은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독점생산하는 네덜란드 ASML사에게 원천 기술을 문제삼아 SMIC에 납품을 막았습니다. 미국 행정부가 삼성전자에 제재 위반을 이유로 똑같이 노광장비 수출을 금지할 경우 삼성 파운드리는 문을 닫아야 합니다.

패권경쟁 중인 미국은 지금 신경이 예민합니다. 미국 정치권에선 국가안보와 밀접한 반도체 산업의 경우 설계만이 아닌 제조까지 자국 내에서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그러나 이는 미국이나 한국 모두에게 이익이 되지 않습니다. 설계의 팹리스와 제조의 파운드리로 분업화 추세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입니다. 반도체 공정에 들어가는 투자비용이 커지면서 각자 잘하는 영역에서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방향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이런 때일수록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미국에게 필요한 기업이 돼야 합니다. TSMC 등 대만 업체들은 미국에 필요한 업체가 되기 위해 화웨이란 큰 고객을 잃는 손실을 감수했습니다. TSMC는 화웨이를 잃은 대신 애플 칩이란 ‘달콤한 선물’을 받았습니다. 삼성전자가 텍사스 오스틴 공장 옆에 부지를 확보하며 여차하면 주요 칩을 미국에서 생산하겠다고 보여준 것은 적절한 대응이라고 평가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미국 국가안보에 꼭 필요한 협력사로서 국내 반도체 업계의 살 길은 여기에 있다고 봅니다.
후원하기 기사제보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