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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뒷담화] “쉽지 않네”…코로나19에 발목 잡힌 SK 계열사 사명 변경

[취재뒷담화] “쉽지 않네”…코로나19에 발목 잡힌 SK 계열사 사명 변경

기사승인 2020. 10. 2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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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영증명
SK그룹 계열사가 추진해오던 사명 변경 작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발목이 잡혔습니다. SK는 최태원 회장이 지난해 8월 경기 이천포럼에서 사명 변경 의지를 드러낸 이후 차근차근 준비작업을 진행해 왔는데요, 올해 발생한 코로나19 사태가 변수로 작용한 모습입니다.

앞서 최 회장은 “기업 이름으로 에너지·화학 등을 쓰게 되면 근본적인 변화를 꾀하기 힘들다”며 “과거에는 자랑스러운 이름이었지만 지금은 사회적 가치와 맞지 않을 수 있고, 환경에 피해를 주는 기업으로 여겨질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딥체인지를 주문하는 동시에 사명에 업종을 특정하지 않으려고 한 겁니다. 향후 새로운 사업으로 영역을 확대할 때 사명으로 인한 걸림돌을 만들지 않기 위해서죠.

지향점으로 삼은 건 SK이노베이션입니다. SK이노베이션은 기존의 SK에너지를 물적분할하면서 지은 이름입니다. 사명에서 업종을 특정하지 않고 있는 만큼 전기차 배터리 등 신사업 추진 과정에서 업종에 대한 고정관념을 버릴 수 있었다고 판단한 겁니다.

SK는 특히 SK텔레콤·SK에너지·SK종합화학 등 사명을 통해 사업을 예상할 수 있는 계열사의 이름을 바꾸기 위해 준비해 왔습니다. 이 작업의 일환으로 SK㈜는 올 초에 다양한 브랜드 상표를 출원했죠. 새롭게 등록된 상표는 ‘SK센트라’ ‘SK넥스트림’ ‘SK뉴웬’ ‘SK엔솔브’ ‘SK프로니어’ ‘SK엔무브’ ‘SK웨이즈’ ‘SK넥스트모션’ ‘SK퍼스트웨이브’ ‘SK커넥티브’ 등입니다.

하지만 상표 출원 이후 소식은 잠잠합니다. 이는 코로나19 여파로 실적 부진이 겹치면서 변경 시기를 확정하지 못한 탓입니다. SK텔레콤을 시작으로 각 계열사들이 이름을 바꿀 것으로 예상돼 왔는데, SK텔레콤 역시 결단을 내리기 쉽지 않은 상황에 놓여있습니다. 사명 변경 이후 대리점의 간판 교체가 이뤄져야 하는데 이로 인한 비용 부담이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에너지·화학 계열사들은 코로나19로 인한 실적 부진에 조심스럽습니다.

일각에선 사명에서 업종을 없애면 기업의 정체성이 약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지만, 업에 대한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는 만큼 기업들도 새로운 도전에 나서야 하는 때입니다. 사명은 해당 기업에 대한 첫 이미지를 결정하는 요인이기도 하지만, 내부 구성원들에겐 업에 대한 고정관념을 심어줬던 요인일 수도 있습니다. 코로나19 등 경영 환경이 녹록지 않은 상황이지만,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한 때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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