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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윤 칼럼] 생산·분배는 기업에 맡기고 재분배를 강화하라

[박재윤 칼럼] 생산·분배는 기업에 맡기고 재분배를 강화하라

기사승인 2020. 11. 10.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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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윤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경제정책의 기본을 지켜야
오늘날 한국의 경제정책은 정부·여당과 제1야당의 그것을 막론하고 중대한 기본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다.

자본주의 경제에 있어서는 ‘기업단계에서의 생산과 분배가 노사협상을 포함한 기업의 경영전략에 맡겨져서 소득창출이 극대화되고 창출된 소득의 재분배를 통해 경제적 형평이 추구되도록 하는 것’이 경제정책의 기본원칙임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한국의 경제정책은 이러한 원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는 것이다. 경제정책은 자연환경의 보호, 사회질서의 유지, 공정거래의 확보, 그리고 기본인권의 보장 등을 위해 불가피한 경우 이외에는 기업단계에서의 생산과 분배에 관한 기업의 의사결정이 정부 혹은 기타 세력으로부터 간섭이나 통제를 받지 않고 전적으로 노사협상을 포함한 기업의 경영전략에 의해 이루어지게 하거나 기업단계에서의 생산과 분배가 이루어진 뒤 조세·보조금·복지제도 등을 통해 재분배를 시행함으로써 경제적 형평을 실현해야 하는 것이다.

특히 기업단계에서의 생산과 분배과정에서 공정을 넘어서 형평까지 추구함으로써 기업의 투자와 생산이 왜곡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며, 형평은 어디까지나 재분배단계에서 추구해야 하는 것이다.

공정경제3법인가, 기업규제3법인가?
정부·여당이 현재 입법을 추진하고 있는 공정경제3법, 즉 상법 일부개정안, 공정거래법 전부개정안 그리고 금융그룹감독법제정안의 대부분은 소주주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기업의 생산·분배과정에서의 대주주의 의사결정권을 직·간접적으로 제한하고 있다.

이러한 제한이 공정거래를 확보하기 위한 것에 그치지 않고 형평을 추구하는 차원에까지 이르고 있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기업차원의 생산과 분배를 왜곡시킬 것이 우려되고 있다.

그래서 기업계에서는 이들 제개정안을 기업규제3법이라고까지 부르고 있는 것이다. 이들 제개정안은 국회의 심의과정에서 신중하게 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상법 일부개정안은?
상법 개정안의 다중대표소송제 도입은 모회사의 주주가 자회사의 주주에 대해 책임을 추궁할 수 있게 함으로써 자회사의 주주가 아닌 자가 자회사의 생산·분배과정에 간여할 수 있게 만들고 있다. 또한 개정안은 주총에서 감사위원을 겸하는 이사를 다른 이사들과 분리해서 선출하게 함으로써 해외헤지펀드 등 비우호적 세력이 감사위원을 통해 기업의 일상적인 생산·분배과정에 간여할 수 있게 하고 있다. 다중대표소송제는 모회사가 자회사의 지분을 100% 보유하는 경우에만 적용하고, 감사위원 분리 선출은 감사위원 3인이 공동으로만 업무를 집행할 수 있게 하는 등의 보완조치가 강구되어야 할 것이다.

공정거래법 전부개정안은?
공정거래법 전부개정안이 경성담합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고발권을 폐지하는 것과 공익법인이 제한된 범위 내에서라도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게 하는 것은 각각 전문성이 없는 사법기관과 공익법인이 기업의 생산·분배과정에 간여할 수 있게 함으로써 기업의 생산·분배과정을 왜곡시킬 수 있으므로, 전속고발권은 현행의 ‘의무고발요청제’를 최대한 활용하면서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공익법인에는 제한된 범위 내에서라도 의결권 행사를 불허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아울러 개정안이 기업의 정보교환행위를 보다 효율적으로 규율하도록 한 것 또한 기업의 생산·분배과정을 왜곡시키지 않도록 법안 심의 및 시행령 제정에 있어서 세밀한 배려가 있어야 할 것이다.

금융그룹감독법제정안은 금융당국이 감독대상 그룹으로 하여금 내부통제정책 및 위험관리정책을 수립하게 하고 자본적정성을 점검하며, 내부거래 및 위험집중을 감독하고, 각 그룹으로 하여금 필요한 사항을 금융당국에 보고하고 시장에 공시하게 하며, 필요에 따라 각 그룹으로 하여금 경영개선계획을 제출하도록 정부가 명령할 수 있게 하고 있다.

금융기관의 경우에도 위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정부나 외부인이 금융기관의 내부경영에 간여하지 않도록 시행령을 만들 때 각별히 유의해야 할 것이다.
경제정책의-기본-프레임-2
소득창출을 통해 일자리창출을!
정부와 여당이 현재 핵심 경제정책으로 추진하고 있는 ‘한국판뉴딜정책’은 일자리창출을 경제정책의 최고의 직접적인 목표로 설정하고 있다. 이 정책에서는 뉴딜사업들이 각각 얼마만큼의 소득을 창출하는지는 제시되어 있지 않고 각 사업들의 일자리창출효과만 제시되어 있다. 이는 위에서 제시한 경제정책의 원칙에 어긋나는 일이다. 정부와 여당이 추구하는 일자리창출은 당연히 경제정책의 중요한 목표가 되어야 한다. 그러나 일자리창출을 소득창출에 우선하는 경제정책의 직접적인 목표로 설정해서 기업들로 하여금 고용을 늘리도록 권장하면 기업들은 (노동)생산성이 낮지만 고용효과가 큰 투자를 선택하게 됨으로써 소득을 적게 창출하게 되고 효율적인 경제성장이 불가능하게 된다. 기업들의 투자와 생산, 그리고 그것에 따르는 분배는 노사협상을 포함하는 기업의 경영전략에 따라 이루어지게 해야 한다. 그렇게 해서 보다 많이 창출된 소득으로부터 보다 많은 조세를 징수하여 일자리를 얻지 못한 사람들에게 보조금을 지급하는 재분배정책을 써야 한다. 이를 통해 기업이 일자리창출을 위한 투자를 했을 때보다 피용자와 실업자 모두가 더 많은 소득을 향유하게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기업들이 고용효과가 적더라도 생산성이 높은 투자와 생산을 선택하고 그러한 투자와 생산을 기업들이 최대한 늘리도록 정부가 지원함으로써 일자리 창출이 이루어지게 해야 하는 것이다.

경제민주화는 수정돼야!
최근에 이르러 제1야당의 대표가 ‘경제민주화’를 경제정책의 기조로 내세우고 있는 것도 위에서 제시한 경제정책의 원칙에 어긋나는 일이다. 우선 경제민주화는 자본주의의 근본원리에 어긋나는 주장이다. 민주주의는 1인 1표의 원칙하에 국가의 구성원 개개인이 국가의 의사결정에 대하여 동등한 권한을 가지고 참여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그러나 자본주의 경제는 자본이 노동을 고용하기 때문에 1원 1표의 원칙하에 자본이 의사결정을 하되 노동과 협의하여 의사결정을 하도록 되어 있다. 기업의 의사결정이 1인 1표의 원칙하에 기업의 구성원들의 다수결에 의해 결정되어서야 되겠는가! 민주주의는 정치에 적용할 가치이지 경제에 적용할 원칙은 아닌 것이다. 물론 경제민주화의 취지는 자본주의가 가져 오는 불평등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데에 있겠지만, 그것은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소득재분배정책의 강화로 해결해야 할 것이며, 민주화로 접근할 문제가 아닌 것이다.

경제민주화는 그 표현과 내용이 자본주의의 기본원리에 부합되도록 수정되어야 할 것이며, 헌법개정 시에 ‘경제의 민주화’가 헌법 제119조로부터 삭제되어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의 선진화를 위하여
한국경제는 현재 매우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중진국권 진입 반세기가 되는 2020년대 후반에 선진국권으로 진입할 것인가, 혹은 지난 반세기 동안 거의 모든 중진국권 국가들이 그러했던 것처럼 이른바 ‘중진국함정’에 빠지고 말 것인가의 기로에 서 있는 것이다. 중진국함정이라 함은 ‘중진국권에 진입한 국가들이 후진국 상태에 비하여 개선된 중진국상태에 만족하여 더 이상 발전의 노력을 하지 않음으로써 반세기 이상 중진국권을 벗어나지 못하거나 후진국권으로 다시 추락하는 현상’을 말한다.

한국이 중진국함정에 빠지지 않고 2020년대 후반에 선진국권으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한편으로는 모든 기업체와 금융기관들이 생산과 분배의 과정에서 정부 혹은 외부세력의 간섭을 받지 않고 종업원들에 대한 교육·훈련을 강화하여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제고하면서 생산성이 높은 투자와 생산을 자유롭게 확대해 나감으로써 경제성장의 지속을 위한 성장동력을 만들고, 다른 한편으로는 정부가 조세정책 및 보조금·복지제도 등을 통한 재분배를 강화하여 경제적 형평을 도모함으로써 경제적 격차에 대한 사회적 불만을 해소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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