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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영빈 칼럼] 바젤3 협약 관문을 돌파하라

[양영빈 칼럼] 바젤3 협약 관문을 돌파하라

기사승인 2020. 11. 11.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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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팍스는 상장 성공, 앤트그룹은 실패. 관건은 바젤3 협약
중국 핑안(平安)그룹 산하 핀테크 유니콘 기업 루팍스(루진쒀陸金所)가 지난달 말 미국 기업공개(IPO)에 성공했다. 반면 알리바바 산하 앤트그룹은 실패했다. 이에 따라 많은 이들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지난 주에 있었던 앤트그룹의 상장 연기에 가 닿고 있다. 표면상으로는 기업 친화적인 미국 증시와 사기업마저 제멋대로 주무르는 중국정부의 차이에서 기인한 것이라는 인식이 대세를 이룬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꼭 그렇지는 않다. 루팍스의 성공과 앤트그룹의 실패를 제대로 보기 위해서는 중국과 미국 시장에서 금융기업의 IPO의 차이점을 알아야 한다. 일반적으로 미국 시장에 IPO를 하는 것이 중국 시장에서 하는 것보다 훨씬 어렵다. 특히 금융기업인 경우 선진국을 중심으로 2008년 이후 강화된 금융규제인 바젤3협약 때문에 상장조건을 맞추기가 어렵다. 앤트그룹이 나스닥에 상장을 하지 않은 것은 무엇보다도 바젤3협약 때문이었다. 반면 루팍스는 상장하는데 바젤3협약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그래서 나스닥 상장절차를 진행할 수 있었다.

양영빈
필자 양영빈 : 상하이 델타익스체인지 이사. 한국인 최초 ‘중국어 옵션실전 매매’ 도서 출판./제공=델타익스체인지.
루팍스의 비즈니스모델은 P2P 방식의 자금융통 모델이다. 전 중국에 뿔뿔이 흩어져 있는 자금이 부족한 자금 수요자와 여유자금을 가지고 있는 자금 공급자를 연결해 주고 관리하는 업무가 루팍스의 주요 업무라고 할 수 있다. 이로부터 전체 수익의 70%가 나온다고 한다. 자금 공급자의 최대 관심사는 빌려준 돈을 떼이지 않고 안전하게 회수하는 것이다. 은행보다 높은 이자율을 받는 것은 그 다음 일이다. 인터넷을 통해 생면부지의 상대방에게 돈을 빌려준다는 것은 아무리 높은 이자를 준다고 하더라도 선뜻 나서서 하기 힘든 거래이다. 여기에서 루팍스의 비밀병기가 등장한다.

루팍스의 비밀병기는 두개가 있다. 첫째는 모기업인 중국 최대 보험회사 핑안보험이 대출에 대한 보증을 한다는 것이다. 모기업의 보증이라는 든든한 후원을 받는 P2P라면 누구나 안심하고 대출을 할 수 있게 된다. 또 다른 비밀병기는 핀테크 기업답게 흔히 말하는 빅데이터, AI는 기본이고 무려 4만여명을 고용해 자금 수요자의 신용을 철저히 분석한다는 사실에 있다. 모기업인 핑안보험이 수십년 동안 축적해온 어마어마한 데이터베이스는 덤이다.

레버리지 문제는 모든 금융기업이 당면하는 문제인데 루팍스 같은 P2P업체는 애초부터 대출과 자기자본간의 레버리지 문제가 존재하지 않는다. 소액대출을 자기자본으로부터 시작하는 앤트그룹과는 달리 루팍스의 대출은 자신의 자본금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여유자금을 가지고 있는 다수 대중으로부터 이뤄지기 때문이다. 바젤3협약으로 본다면 자기자본에 대한 대출 비율이 0인 것이다. 루팍스는 애초부터 바젤3협약을 적용할 것조차 없었다고 할 수 있다. 또 경제 위기가 발생한다 하더라도 P2P에 참여하는 주체들 간의 1:1 문제이기 때문에 위기는 외부로 전이되지 않고 내부에서 머물게 되기 때문에 금융당국이 오히려 선호하는 측면도 많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서구 선진국들은 비슷한 위기를 겪지 않기 위해 완벽하지는 않아도 금융업체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물을 대표하는 것이 대출과 자기자본비율을 규제하는 바젤3협약인데 모기업이 핑안보험사인 금수저 루팍스는 막대한 상속(자금, 데이터베이스 등등)을 통해 교과서적인 P2P의 길을 걸을 수 있었다. 그 결과 성공적 나스닥 상장을 이뤄냈다. 반면 앤트그룹은 바젤3협약의 장벽 때문에 미국시장을 넘보지 못했다. 중국내 상장을 통해 다시 일을 도모했으나 끝내 중국정부의 금융안정이라는 대의명분을 넘어서지 못했다.

따라서 루팍스의 상장 성공과 앤트그룹의 상장 연기는 기업 친화적인 미국 정부와 무소불위의 중국 정부의 차이로부터 발생한 사건은 아니라고 볼 수 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미국에서는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한층 강화된 금융시장에 대한 규제 정책이 도입됐다. 그러나 중국은 당시에 직접적인 금융 공황을 겪지 않았다. 그래서 그다지 급할 것이 없었다. 금융 규제가 상당히 더디게 진행됐다. 바로 이런 여건이, 거의 동시간대에 일어난 루팍스와 앤트구룹의 IPO를 둘러싸고 벌어진 해프닝의 주요 원인이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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