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투데이 로고
[창간 15돌]유인택 예술의전당 사장 “공공성 확보 위해 국고보조율 높여야”

[창간 15돌]유인택 예술의전당 사장 “공공성 확보 위해 국고보조율 높여야”

기사승인 2020. 11. 18. 05:18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톡 링크
  • 주소복사
  • 기사듣기실행 기사듣기중지
  • 글자사이즈
  • 기사프린트
코로나19 직격탄 맞은 가운데서도 어려운 예술인 위해 대관료 면제
영상화 사업 확장한 '스테이지 무비' 선보이고 전문 스튜디오 마련
유인택 예술의전당 사장 인터뷰
유인택 예술의전당 사장./사진=송의주 기자 songuijoo@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문화계가 직격탄을 맞은 가운데 예술의전당(이하 예당) 역시 수익 급감으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예당은 32년 역사상 최대 위기에 봉착했지만 ‘대관료 면제’라는 통 큰 결단을 내리며 공연계에 긴급 수혈을 했다. 개관 이래 처음인 이러한 큰 결정 뒤에는 예당에 부임한 지 1년 8개월째를 맞은 유인택 사장이 있었다.

◇국가 위상 걸맞은 공공극장 만들려면 국고보조율 끌어올려야

“코로나 위기 상황 속에서 공공 극장의 맏형으로써 뭔가 해보자, 이런 마음으로 대관료 면제를 결정했지요.”

올 연말까지 오페라하우스(오페라극장·CJ 토월극장·자유소극장)와 음악당(콘서트홀·IBK챔버홀·리사이틀홀) 6개 공연장 대관료를 100% 면제하기로 한 유 사장은 이렇게 말했다.

예당은 현재 전년과 비교해 연말까지 수익 감소분은 80억원으로 추정되고 적자폭이 100억원에 이른 상황이다. 운영비 뿐 아니라 직원들 월급도 금융권 대출을 통해 지급되고 있다. 하지만 유 사장은 “우리보다 더 힘든 게 예술인들 아니겠느냐”며 “예당은 그나마 공공기관으로서 대출이라도 받을 수 있지만 예술인들은 그조차도 힘들다”고 얘기했다.

지난 상반기 예당은 코로나19로 무대를 잃은 예술인들을 지원하기 위해 기부 캠페인을 벌였다. 모아진 기부금으로 무대를 만들고 예술인들에게 사례비를 지급했다. 또한 전국 오케스트라들의 ‘꿈의 무대’라 할 수 있는 교향악축제가 취소될 뻔 했으나, 예당 측이 적극적인 개최 의지를 가지고 여름 무대점검 기간임에도 선보인 바 있다. 하지만 하반기에 코로나19가 2차 대유행하면서 공연계가 다시 얼어붙었다. 이러한 가운데 예당의 ‘대관료 면제’ 발표로 하반기 공연을 주저하던 예술인들이 맘껏 공연을 펼치게 된 것이다.

“예술인들이 없으면 예당이 뭣 하러 있겠습니까. 우리가 현금은 없어도 극장은 있으니, 비록 은행 차입을 통해 경영을 할지언정 대관료 면제 정책을 발표한 겁니다.”

예당은 대부분의 수익을 대관료 수입으로 충당하고 있다. 국고보조금 비율이 30%도 채 되지 않는다. 해외 공공 극장들과 국내 주요 예술단체 예산 현황과 비교해 봐도 턱없이 낮은 실정이다. 세종문화회관의 경우 작년 예산의 국고 비중이 63.1%에 달하고, 경기문화의전당은 무려 89%에 육박한다. 영국 바비컨센터와 파리 오페라극장도 국고보조율이 각각 45%, 47%에 달한다. 예당의 올해 총 예산은 452억원인데 국고 금액은 133억원으로 나머지는 모두 자체 조달해야 한다. 유 사장은 취임 초기부터 “국고보조율을 50% 수준으로 늘리는 것이 목표”라고 해왔다.

“예당이 수익 사업에만 매몰되지 않고 공적인 역할을 늘려나가기 위해서는 국고보조금 확대가 절실합니다. 예당은 전 세계에서 가장 낮은 국고보조율(2019년 기준 27.6%), 가장 높은 재정자립도(72.4%)를 갖고 있습니다. 그런 재정 구조로는 국가 대표 극장으로써 공공성을 확보할 수 없습니다.”

예당은 건물 자체가 30년이 넘다 보니 시설 유지를 하는 데도 상당한 비용이 발생한다. 국고보조금은 시설 유지와 보수에도 모자랄 정도다. 유 사장은 “세계 경제 선진국이자 한류의 중심국인 대한민국의 국제적 위상에 걸맞은 공공 극장이 되기 위해서는 국고보조금 증액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스테이지 무비, 전문 스튜디오 등 영상화사업 ‘박차’

예당은 코로나 사태로 공연 영상이 대세인 가운데 ‘스테이지 무비’를 통해 공연 영상화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연극 ‘늙은 부부 이야기’를 영상화해 제21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온라인 상영했고, 8월에는 영화관에서 공식 개봉, 9월에는 VOD 서비스를 선보였다.

“기존 공연 영상들이 작품을 실황 그대로 찍는 것이라면, ‘스테이지 무비’는 영상 플랫폼을 통해서 소비자가 즐기기 좋게 가공을 한 겁니다. ‘늙은 부부 이야기’를 영상으로 봤을 때 없어도 될 부분은 편집을 하고, 무대 공연에는 없었지만 필요한 장면은 영상으로 찍어 추가 삽입했죠. 연극은 대사 위주라 음악이 별로 없는데 영상에는 음악을 입혔고요. 예당 직원들이나 연극하는 사람들도 완성된 작품을 보고 “너무 재밌다”는 반응이었습니다.”

유 사장은 한국 영화 프로듀서 1세대이다. 영화 ‘결혼이야기’ ‘화려한 휴가’ ‘너에게 나를 보낸다’ 등을 제작했다. 영화제작사 기획시대 대표를 지냈고 한국영화제작가협회 창립을 주도했다.

“제가 영화를 했기 때문에 공연 영상화 사업을 더 발전시켜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공연예술 장르가 부가수익이 없잖아요. 앞으로도 소극장 오페라나 뮤지컬 등 ‘스테이지 무비’에 적절한 작품이 있으면 영상으로 만들어 꾸준한 부가수익을 만들어내려 합니다.”

예당은 서예박물관 4층 미래아트홀 자리에 국내 최초로 공연 영상화 작업을 돕는 전문 스튜디오를 만들고 있다. “내년에 정부에서 예산 34억 원을 책정했어요. 최신 장비들을 구비해 전문성을 가지고 영상물을 제작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할 계획입니다.”


유인택 예술의전당 사장 인터뷰
유인택 예술의전당 사장./사진=송의주 기자 songuijoo@
◇유휴공간 활용하고 펀드 통해 수익 창출

유 사장은 취임 이래 유휴 공간을 활용해 연못 무대, 콘서트홀 지하 소공연장, 다목적홀, 미래아트홀 등을 새롭게 만들었다. 영유아를 위한 공간인 ‘어린이 라운지 1101’도 개장했다. 이달에는 음악당 아래 100석 규모의 인춘아트홀을 개관했다.

그는 이러한 새로운 공간 조성을 통해 신진예술가와 소외계층 등을 보듬고 예당의 문턱을 낮추는 동시에 수익 다각화를 꾀했다.

뿐만 아니라 그는 다양한 재원을 활용해 예술인들을 위한 사업을 펼치겠다는 포부도 내비쳤다. 올해 문체부가 815억원 규모의 모험콘텐츠 펀드를 조성했는데, 그중 예술의전당은 이수창업투자의 모험콘텐츠펀드(215억원 가량)에 주주로 참여했다. 올해 7월 공공문화예술기관 최초로 참여한 것이다. 앞으로 유 사장은 이 펀드를 통해 다양한 작품들을 선보일 계획이다.

이미 예당은 공연 투자 펀드를 활용해 수익을 낸 바 있다. 문화콘텐츠 펀드에서 1억 1000만원을 투자받아 지난 1월 자유소극장 무대에 올린 연극 ‘여자만세2’가 그 대표적 사례다. 10% 넘는 수익이 발생했고, 전국 4군데 지방 문예회관 초청공연을 다녀오는 등 큰 성과가 있었다.

유 사장은 “예술사업 지원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상황인데 ‘펀드’를 활용해 사업을 펼칠 것”이라며 “공공기관들이 주어진 예산에서만 하는 것이 아니라 민간에서 재원을 끌어와 공연을 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예당 직원들에게 펀드매니저 교육을 시켜 자격증도 따게 했다”며 “대한민국 공공 극장들의 맏형으로써 선도적인 모습을 보여 변화를 이끌고 싶다”고 덧붙였다.

◇유인택 사장은...

1955년 충북 제천에서 출생해 경복고와 서울대 제약학과를 졸업했다. 홍익대 공연예술대학원에서 뮤지컬전공으로 석사과정을 마쳤다. 극단 연우무대 사무국장, 청강문화산업대학 뮤지컬스쿨 교수, 세종문화회관 서울시뮤지컬단장, 동양예술극장 대표 등을 지냈다. 연극 ‘아리랑’ ‘금희의 오월’ 등을 기획했고 뮤지컬 ‘구름빵’ ‘광화문연가’ 등 개발과 투자에 참여했다. 영화 ‘결혼 이야기’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 등 20여 편을 제작했다. 한국영화제작가협회를 창립하고 국내 최초 문화콘텐츠 벤처캐피탈인 아시아문화기술투자를 설립했다. 현재 서울시교육청 문화예술정책 자문위원장, 한국문화산업포럼 이사, 서울국제환경영화제 조직위원 등 다채로운 활동을 펼치고 있다.
후원하기 기사제보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