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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과학의 정수 ‘앙부일구’ 미국서 돌아왔다

조선 과학의 정수 ‘앙부일구’ 미국서 돌아왔다

기사승인 2020. 11. 17.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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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부터 국립고궁박물관서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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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부일구./제공=문화재청
조선시대 과학의 정수이자 세종대왕의 애민정신이 깃든 앙부일구(仰釜日晷) 한 점이 미국에서 돌아왔다.

문화재청은 지난 상반기 미국의 한 경매에 출품된 앙부일구를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을 통해 6월 매입해 8월 국내로 들여왔다고 17일 밝혔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은 1월 이 유물에 대한 정보를 입수한 후 면밀한 조사와 검토를 진행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여러 차례 경매가 취소 또는 연기됐고, 마침내 8월 국내로 들여오는 데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앙부일구는 우리나라 최초의 공중(公衆) 해시계다. ‘하늘을 우러러보는(仰) 가마솥(釜) 모양에 비치는 해그림자(日晷)로 때를 아는 시계’라는 뜻이 담겨 있다. 안쪽에 시각선(수직)과 절기선(수평)을 바둑판 모양으로 새기고, 북극을 가리키는 바늘을 꽂아, 이 바늘의 그림자가 가리키는 눈금에 따라 시간과 날짜를 알 수 있게 했다.

이번에 환수된 앙부일구는 지름 24.1㎝, 높이 11.7㎝, 무게 약 4.5㎏의 동합금 유물이다. 해시계가 설치됐던 한양의 북극고도(위도)가 표시돼 있어 18∼19세기 초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문화재청에 따르면 이 앙부일구는 주조법이 정밀하고 은입사(銀入絲, 홈을 파서 은실을 박아넣는 것) 기법이 섬세하며, 다리 부분은 용과 거북머리 모양으로 장식돼 있다.

유교 국가에서 관상수시(觀象授時, 하늘을 관찰해 백성에게 절기와 시간을 알림)는 왕의 가장 중요한 임무 중 하나였다. 세종대왕은 백성들이 시간을 읽을 수 있도록 앙부일구를 종묘와 혜정교(惠政橋, 지금의 서울 종로1가)에 설치했다. 세종실록에는 글을 모르는 백성을 위해 12지신 그림으로 그려서 시간을 알게 했다는 기록도 있다. 하지만 세종 때 제작된 앙부일구는 현재 남아 있지 않다.

문화재청에 따르면 앙부일구는 현대 시각 체계와 비교해도 거의 오차가 없으며, 절후(節候, 한 해를 스물넷으로 나눈 기후 표준), 방위(方位), 일몰 시간, 방향 등을 알 수 있는 체계적이고 정밀한 과학기기다.

최응천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이사장은 “환수한 앙부일구는 궁중 장인의 뛰어난 기술 역량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보존상태가 완벽하고 은입사 기법이 뛰어나다”며 “조선왕실의 애민정신이 담겼다는 점에서 우리나라에 와있어야 그 빛을 발할 수 있는 문화재”라고 말했다.

이번에 돌아온 앙부일구는 18일부터 12월 20일까지 국립고궁박물관 내 과학문화실에서 일반에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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