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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상필벌’ 신동빈 vs ‘안정 속 변화’ 구광모…체제 강화 나섰다

‘신상필벌’ 신동빈 vs ‘안정 속 변화’ 구광모…체제 강화 나섰다

기사승인 2020. 11. 26.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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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빈 회장, 한달 빠른 인사 단행
4개부문 BU장 가운데 식품만 교체
구광모 회장도 성과주의 인사 뚜렷
'LG에너지솔루션'에 김종현 내정
여성 임원은 15명으로 '역대 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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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상필벌(信賞必罰).”

올해 재계의 연말 정기 임원인사는 이 한마디로 요약될 수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로 그 어느 해보다 경영하기 힘든 한해를 보낸 만큼 위기관리를 잘한 곳에는 ‘상’을, 그렇지 못한 곳에는 적절한 ‘벌’로 인적쇄신에 들어갔다. 올해 못지않게 대외 경제가 불확실한 내년을 위한 대비책이다. 총수들은 코로나19 위기를 거치며 기존 관행대로 기업을 경영하기는 이제 어렵다는 사실을 터득했다. 그만큼 이번 인사에는 ‘생존’을 위한 총수들의 위기 극복 의지가 담겼다.

26일 롯데가 포문을 열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작정하고 ‘칼’을 빼들었다. 이미 롯데의 인사폭풍은 예고됐다. 유통과 화학, 게다가 그룹의 모태 사업이 식품부문마저 코로나19 위기에 휘청하며 국내 10대 기업 중 가장 충격이 컸기 때문이다.

예상은 적중했다. 지난해(12월19일)보다 한달가량 빠른 2021년 정기 임원인사에서 신동빈 회장은 35개 계열사 중 13명의 대표이사를 교체했다. 총 600여명 인사 가운데 30% 정도가 옷을 벗고, 대신 10% 정도가 새로 임원에 임명됐다. 100여명의 임원이 줄어든 셈이다. 또한 부사장 직급의 승진 연한을 폐지했고, 기존 상무보A와 상무보B 2개 직급은 ‘상무보’ 직급으로 통합하는 등 임원 직급단계도 기존 6단계에서 5단계로 축소했다.

롯데그룹은 “이번 인사는 혁신을 가속화하기 위해 대대적인 인적쇄신과 임원 직제 슬림화가 특징”이라면서 “철저한 성과주의에 입각한 인사로 승진 및 신임 임원수를 지난해 대비 80% 수준으로 대폭 줄였다”고 말했다.

실적이 고스란히 인사에 반영됐다. 식품 부문의 인사이동이 도드라졌다. 4개 부문(유통·화학·식품·호텔&서비스) BU장 중 식품BU장만 교체됐다. 신임 식품BU장에 이영구 롯데칠성음료 대표이사가 사장으로 승진하며 보임되면서, 롯데칠성음료 신임 대표이사에는 50세의 박윤기 경영전략부문장이 전무로 승진, 내정됐다. 롯데푸드도 롯데미래전략연구소장을 지낸 이진성(51) 부사장을 대표이사로 내정했으며, 롯데지알에스 대표이사도 차우철(52) 전무로 바뀐다.

롯데그룹 혁신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하는 롯데지주의 실장도 일부 변화가 있었다. 커뮤니케이션실장으로 롯데건설의 고수찬 부사장이 승진보임했다. 준법경영실장으로는 컴플라이언스 강화를 위해 검사 출신 박은재 변호사를 부사장 직급으로 영입했다. 롯데지주는 최근 2년 사이 6개 수장들을 모두 교체하며 위기 극복을 위한 변화에 나섰다.

반면 올 3분기까지 영업이익이 반토막을 넘어 80% 넘게 감소하며 인사폭풍이 예상됐던 유통부문은 인사폭이 작았다. 롯데마트 대표만 강성현 롯데네슬레코리아 대표로 신규 선임됐고, 백화점은 황범석 부사장이 오히려 승진해 대표를 맡았다.

신동빈 회장이 그래도 그룹의 성장동력은 ‘화학’이라는 생각에 화학부문 인사폭도 그다지 크지 않았다. 롯데케미칼 기초소재 대표이사만 황진구 부사장이 승진하며 교체했다. 내년 3월 임기만료를 앞둔 김교현 화학BU장은 유임됐다.

재계에서는 “강희태 유통BU장을 필두로 유통부문은 어느 정도 구조조정이 잘 되어 간다고 신 회장이 판단한 것 같다”면서 “또 화학 부문은 상반기까지 실적이 좋지 못했지만 롯데케미칼은 3분기 2000억원에 육박하는 영업이익을 기록하는 등 성장 가능성을 보여 다시 한번 신임에 무게를 둔 것 같다”고 전했다.

50대 초반의 젊은 임원들이 대표이사로 대거 등용됐다. 11명의 신규 승진 대표이사의 평균나이는 54.3세다. 이중 50대 초반이 5명이며, 롯데칠서 대표이사로 내정된 박윤기 전무가 1970년생으로 가장 어리다.

같은 날 단행된 LG그룹 인사에서도 ‘성과주의’가 뚜렷하게 작용했다. 전날 용퇴를 결정한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을 제외하고는 구광모 회장의 경영멘토인 권영수 ㈜LG 부회장을 비롯해 신학철 LG화학 부회장,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이 모두 자리를 지켰다.

각 계열사별로 실적이 좋았던 데다 코로나19로 국내외 경영 불확실성이 높아진 만큼 경영 안정에 무게를 둔 것으로 풀이된다. LG생활건강은 코로나19 악재 속에서도 지난 3분기까지 전년 대비 3% 증가한 9646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두고 3분기 역대 최대매출을 기록하는 등 견조한 실적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LG화학은 코로나19 국면에서도 올해 1~3분기 영업이익이 1조6796억원으로 전년 동기 95.6% 성장한 호실적을 거둔 데 힘입어 총 41명 규모의 역대 최대 승진인사를 단행했다. 호실적을 거둔 LG전자도 56명의 승진 임원을 배출하며 지난해 승진 규모(49명)을 웃돌았다. LG전자는 올해 3분기까지 전년보다 9% 늘어난 약 2조550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고 3분기에 역대 최대 매출·영업이익을 기록한 바 있다.

올해 LG는 177명의 승진 인사와 함께 4명의 CEO 및 사업본부장급 최고경영진을 새로이 선임하는 등 임원인사 총 규모가 181명으로 지난해(168명) 인사 규모를 뛰어넘는다. CEO 및 사업본부장급 최고경영진 선임은 지난해(5명)보다 줄었지만,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위기관리로 지속적으로 성과를 낸 사장 승진자는 지난해 1명에서 올해 이상규 LG전자 한국영업본부장, 손보익 실리콘웍스 CEO, 손지웅 LG화학 생명과학사업본부장, 이명관 LG인화원장, 이방수 LG CSR팀장 등 5명으로 크게 확대했다.

이번 인사에서 신임 CEO로는 LG화학에서 분사하는 ‘LG에너지솔루션’은 김종현 전지사업부장(사장)이 내정됐고, 하현회 부회장 퇴임으로 공석이 된 LG유플러스 CEO에는 황현식 컨슈머사업총괄 사장이 선임됐다.

젊은 인재로 대표되는 ‘세대교체’와 여성 임원 발탁도 두드러진 변화다. 올해 신규 선임 임원은 177명으로 지난해 규모(165명)를 뛰어넘었다. 이 중 45세 이하는 약 14%에 달하는 24명이다. 변화에 민첩하고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젊고 빠른 조직으로 거듭나 ‘뉴LG’를 향한 혁신에 속도를 내기 위해 점진적인 인적 쇄신에 나서고 있는 셈이다. 구 회장이 최근 계열사 사업보고회 등에서 “미래성장과 변화를 이끌 실행력과 전문성을 갖춘 인재를 발탁·육성하자”고 당부한 것과 일맥상통한다.

LG디스플레이(김희연 전무), LG유플러스(여명희·김새라 전무)가 각각 창사 이래 첫 여성 전무를 배출하는 등 올해 여성 임원은 전무 승진 4명, 신규 임원 선임 11명 등 15명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LG그룹 관계자는 이번 인사에 대해 “경쟁력을 갖춘 젊은 인재들을 과감히 발탁해 기회를 부여함으로써 관성에서 벗어나 사업에 강한 드라이브를 거는 동시에, 경륜있는 최고경영진을 유지해 위기 극복 역량을 강화하고 지속 성장의 토대를 탄탄히 구축하고자 하는 구광모 대표의 ‘실용주의’가 반영된 인사”라고 설명했다.

이날 ㈜LG는 이사회를 열고 LG상사, 실리콘웍스, LG하우시스, LG MMA 등 4개 자회사 출자부문을 분할해 신규 지주회사인 ㈜LG신설지주(가칭)‘을 설립하는 분할계획을 의결했다. 구본준 고문이 새로운 신설 지주회사의 대표이사를 맡는다. 이에 따라 LG그룹은 당분간 구광모 회장이 이끄는 ㈜LG 지주사와 구본준 고문의 ㈜LG신설지주 양대 체제로 운영된다.

한편 코오롱그룹도 이웅렬 전 코오롱그룹 회장의 장남인 이규호 코오롱인더스트리 FnC부문 전무를 부사장으로 승진하는 인사를 단행했다. 이규호 전무는 부사장으로 승진해 코오롱글로벌의 수입차 유통·정비 사업을 하는 자동차 부문을 이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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