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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의 마음, 詩로 읽고 寫眞으로 보다! <태조 2>

임금의 마음, 詩로 읽고 寫眞으로 보다! <태조 2>

기사승인 2020. 11. 29. 0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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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태조 01
근정문 2층에서 바라다본 경복궁의 정전인 근정전과 조정 마당



<태조>
2. 登白雲峰 백운봉에 오르다.


引手攀蘿上碧峰 손을 뻗어 덩굴 휘어잡고 푸른 봉우리에 오르니
一庵高臥白雲中 소소한 암자 하나가 하얀 구름 속에 누워 있구나
若將眼界爲吾土 만약 눈앞에 들어오는 세상이 모두 다 내 땅이 된다면
楚越江南豈不容 초와 월 그리고 강남인들 어찌 받아들이지 않겠는가
 

02-태조 02
85년 만에 조선총독부 건물을 철거되고, 2001년에 다시 복원된 흥례문
<해설>
고려의 무장으로서 남자다운 기개와 용감함을 지녔던 태조는, 시에서도 장엄하고 씩씩한 기상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태조가 남긴 시문은 등백운봉, 제서경영전어용, 연구, 몽중작 등 시 5제 5수와 상신우서, 사정도전서, 교세자 등 문 6편이다. 그중에서도 이 시는 《태조실록》이 아닌 《세조실록》과 홍만종이 지은 《소화시평》에 기록된 것으로, 태조가 국왕이 되기 이전에 삼각산(지금의 북한산)에 올라 천하제일 명당인 한양을 바라보며 지은 것이다.
훗날 세조는 왕권에 대해 정당성을 주장하기 위해 태조와 아버지 세종의 시를 신하들 앞에서 자주 읊곤 했는데, 이 시도 마찬가지이다. 1463년(세조 9) 음력 9월 8일에 기록된 《세조실록》에 따르면, 아래와 같다.

“세조는 경복궁 사정전에서 연회를 베풀면서 태조의 시를 여러 신하에게 보여주었다. 이날 연회에 왕세자와 효령대군, 임영대군, 하동 부원군 정인지, 영의정 신숙주, 우의정 구차관 등 왕실과 고위 관리들이 모두 참석했고, 정인지를 비롯한 10여 명의 신하는 세조가 소개한 태조의 이 시를 들은 후 화답 시를 지어 바쳤다.”
시의 내용은 겸재 정선의 ‘백악산(지금의 북한산)’이라는 그림처럼 하늘 높이 솟아오른 산봉우리에 올라 한양을 내려다보며 자신에게 주어진 역사적 숙명에 대해 읊은 것이다. 사실 이 시는 개인의 서정성이나 은유적인 표현보다 태조의 국가 계획과 희망 등을 서술한 것에 가깝다. 그 결과 마지막 구에서 태조는 자신이 국왕에 오르면 조선을 중국의 초나라와 월나라처럼 강한 나라로 만들겠다는 확고한 의지와 국왕으로서의 자신감을 직설적으로 표현했다.
글/사진 이태훈. 에디터 박성일기자 rnopark99@as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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